지난해 광주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본사를 광주로 이전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력을 뽑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까지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면 다시 서울로 본사를 이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광주로 본사를 이전한 A기업 대표-
광주 인공지능(AI) 기업 대표 A씨의 말이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전남대학교 등 지역 대학에서 AI 인력 양성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AI 인력을 확보하는 데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AI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광주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 AI 기업들은 유능한 AI 인력을 확보하려면 이들이 광주를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인프라와 유능한 인재를 지역에 머물게 할 수 있는 지원 제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광주광역시는 지금까지 90여 개의 기업과 AI 비즈니스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30여 개 기업이 광주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연구소를 개소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AI 산업 성공여부는 인재 확보에 달렸다”며 AI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광주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소를 개소한 AI 기업들의 최대 애로사항도 AI 인력이다. 특히 AI 경력직이나 AI 고급인력(석사 이상)의 충원이 쉽지 않다. 문제는 경력사원의 부재가 AI 신입 인력 채용과 긴밀히 연결이 된다는 점이다.
A기업 대표는 “광주로 지난해 사무실을 이전했지만 몇 개월 째 AI 경력직을 뽑지 못해 사무실이 텅 비어 있는 상태”라며 “올해 7~8월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인력이 구해지지 않으면 본사를 이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력직이 있어야 신입도 뽑을 수 있다”며 “가르칠 사수가 있어야 신입도 채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B기업 대표는 “현재까지 많은 AI 기업이 광주로 오고 있지만 인력 채용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경력 직원의 수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관련 학과 및 대학원 등에서 인재 양성을 주력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하고 기업으로 흡수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실제 광주지역 대학‧대학원에서 AI 인력의 본격적인 양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로 이들이 졸업을 하려면 앞으로 4년이 더 남았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인공지능대학원은 지난해 3월 문을 열고 5년 석‧박사 통합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70여명이 재학 중으로 이들의 졸업 예정년도는 2025년이다.
전남대학교도 올해 광주캠퍼스에 AI 융합대학의 3개 학부(인공지능학부, 지능형모빌리티융합학과, 빅데이터융합학과)를 신설해 총 180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다. 이밖에 올해 새로 개설한 조선대학교 AI학과, 광주대학교 AI융합학과에서도 신입생을 맞이했다. 호남대학교도 지난해부터 AI 전교생 융합교육을 실시해 AI 관련 15학점을 의무 이수하게 하고 있다.
부족한 AI 인력을 단기적으로 해결해 줄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도 취업자 다수가 타 시‧도로 떠나갔다. 지난 2월 19일 기준 수료생 155명 가운데 취업자는 24명, 이 중 14명(58.3%)은 타 지역 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수한 인력들은 서울로 떠나가고 남아 있는 인력 또한 AI 기업과의 매칭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AI 인재 공급의 대책이 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AI 인력을 광주로 데려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C기업 대표는 “열약한 기업들이 실력 있는 경력직을 광주에서 채용하기 위해 서울보다 임금을 더 줘야하고 정주여건 개선 등 여러 지원을 해줘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광주시가 신규인력에 대한 양성과 지원에 집중하고 있지만 경력인력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특히 수도권에 몰려있는 AI 전문기술 인력을 광주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업들은 광주의 AI 산업을 부흥시키려면 AI 인재 채용에 관한 적극적인 지원과 차별화된 인력양성 과정이 뒷받침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D기업 대표는 “같은 조건의 임금이면 인재들이 굳이 지역에 있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AI 중심도시 광주가 되려면 AI 인력의 임금 구조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인재들이 와야 AI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다”며 “지자체가 인재 채용에 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인재 양성 관련 프로그램도 다각화해 인력풀을 넓혀야 한다는 제안이다. IT 재직자 대상 AI 전환 교육 프로그램 확대 ▲인공지능사관학교 초기 기업 참여도 제고 및 매칭 ▲국내 유명 AI 기업 인턴쉽 양성과정 도모 등이 유능한 인력을 배출하고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E기업 대표는 “IT기업의 재직자가 AI 전문기술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이뤄져야 한다”며 “광주 AI 기업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신입을 교육시킬만한 실력 있는 경력직을 더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F기업 대표는 “AI 사관학교 초기 기업의 참여도를 높여 기업과 AI 사관학교 학생들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알아갈 수 있도록 매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기업 대표는 “AI 사관학교 인력의 수준에 대해 기업들은 물음표를 던질 것”이라며 “AI 교육에 대한 수준을 올리기 위해 양질의 기업들과의 인턴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큰 AI 회사와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쉽 양성과정을 도모해 초기 인력을 타지역 인턴쉽을 보내 다시 광주로 오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I 인력난은 유능한 AI 기업들이 광주를 떠나갈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AI 생태계는 ‘인력’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자체 및 IT 관련 지역 출연기관들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개발자 영입 난항의 문제는 작은 스타트업 기업일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기업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광주에 남아있을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