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가운데 강화되는 처벌 기준에 앞서 실질적인 산재사고 예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정훈 인텔리빅스 대표는 13일 기자와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지만, 기업 CEO가 직접 처벌 대상이 되면서 기업에겐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실질적으로 산재사고 예방을 줄일 수 있는 비전(Vision)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해당 업체 사업주나 최고경영자(CEO)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처벌하는 법안이다. 법인이나 기관에도 5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CEO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법은 지금부터 약 5개월 뒤인 2022년 1월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되는 시기는 2024년부터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산재사고 방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882명이었다. 2019년보다 27명이 증가했다.
이 법은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지만, 수립 단계부터 거센 뭇매를 맞았다. CEO 처벌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보다 실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 도입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기업 CEO와 경제단체 사이에서 제기됐다.
실질적으로 산재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비전 AI 기술 도입이다. 장 대표는 "비전 AI 기술 적용으로 화재 감지, 중장비 위험 감지, 작업자의 안전 도구 착용 여부 등을 실시간 확인함으로써 산재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이미 대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는 해당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직 2년 이상의 기간이 유예돼 있는 만큼, 소규모 사업장에 비전 AI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방안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 도입 지원이 산재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 비전 AI로 작업자 안전 관리와 사고 방지 가능
비전 AI 기술은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인식하고 분석·처리하는 기술이다. 비디오 영상 속 사람, 차량, 사물 등의 객체를 AI가 검출·인식하고 이상 상황 여부를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판단한다.
이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빠른 화재 감지와 사고 위험 방지 등에 사용된다. AI가 안전관리자의 눈을 대체해 CCTV에 실시간 찍히는 영상을 실시간 분석한다. 불꽃, 연기가 감지되거나 작업자가 위험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장 대표는 "비전 AI 기술은 산업 현장의 위험 패턴을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즉시 알람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고, 2·3차 사고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전 AI 기술은 산업 현장에 적용돼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에게 안전모 착용을 지시하고, 위험한 장소에 위치한 근무자에게 위험지역임을 안내해 이동을 요청하는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 근무자가 중장비 작업 반경에 접근하면 중장비 작업자에게 위험을 알려 작업을 중지시키고, 화재가 감지되면 실시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 물류센터 등 대형 공간 화재 감지, AI가 센서보다 유리
장정훈 대표는 비전 AI 기술 도입 필요성을 6월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비전 AI 기술이 도입됐더라면 화재를 조기에 감지해 사망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 대표는 "나중에 공개된 쿠팡 화재 사고 원인 영상을 보니 전기 콘센트에서 발생한 불꽃이 큰 사고로 이어졌다"며 "이 영상을 AI가 분석해서 불꽃을 감지했다면 안타깝게 돌아가신 근로자 분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센터와 같은 큰 건물은 화재 감지 센서보다 비전 AI 기술이 더 빠르게 화재를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화재 감지 센서는 근접 센서이기 때문에 큰 건물의 경우 연기가 센서 가까이 가는 시간이 걸려 화재 조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잘못된 알람 확인에도 AI가 센서보다 편하다. AI가 화재라고 알람을 울렸을 때 관리자는 AI가 알려주는 CCTV 영상을 보고 화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센서는 다르다. 왜 잘못 울렸는지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고 어떤 센서가 화재를 감지했는지 파악하기에도 시간이 걸린다.
장 대표는 "인텔리빅스가 공급하는 AI 기술의 경우 90% 이상 정확도로 사고를 감지할 수 있다"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알고리즘이 고도화되고 AI 기술 정확도가 높아지는 만큼, 산업안전 분야에 비전 AI 기술 적용이 확대돼 작업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앞으로 비전 AI 기술을 영상뿐 아니라 센서와 연동되도록 기술을 확장하고, CCTV 자체에서 AI가 위험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해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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