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5일(현지시간) 광활한 미 대륙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안면인식 관련 AI 기술을 활용한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매해 폭염과 산불 피해가 막대한 미 서부지역.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북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백여 년 만에 매일 새로운 기록(평균 섭씨 40도 이상)을 경신하며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포틀랜드도 30일(현지시간) 46.1도까지 올랐다.
이렇게 폭염이 계속되면 가장 큰 걱정거리가 바로 산불이다.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한달 반이 지나도록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개 주를 중심으로 총 12개 주가 피해를 입었다. 남한 땅 5분의 1 면적이 불에 탔고, 특히나 오리건주에서는 4만명 이상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22명 실종, 10명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집, 나무, 토지가 잿더미가 되면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20조원 이상이다.
캘리포니아주 가운데서도 가장 파괴적인 산불 피해를 입은 소노마 카운티는 지난 3월 국내 AI 안면인식 개발 기업 ‘알체라’를 선정해 업체 화재 감지 시스템으로 화재를 예방하고 있다. 소노마 카운티 소방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얼러트 와일드파이어(ALERT Wildfire)’라는 이름의 네트워크를 가동해 화재 감시를 해 왔다. 이 시스템은 소노마 카운티를 둘러싼 캘리포니아 산 곳곳에 800여대의 감시 카메라로 실시간 화재 감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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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체라는 AI의 한 형태인 컴퓨터 비전을 이용해 ‘얼러트 와일드파이어’ 카메라 영상을 분석한다. 알고리즘은 연기가 이동하는 방식과 연기의 특성을 식별하고 구름, 안개, 기타 조건과 연기를 구별하기 위해 훈련된다. 알체라 현지 직원은 시스템에서 발견사항을 확인하고, 이를 검증한 후 소노마 소방공무원에게 경보를 보낸다. 모든 과정이 소요되는 시간은 약 1분 남짓. 크리스토퍼 고들리 소방서 대변인은 “이로써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소노마 포도밭을 지킬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들리 대변인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알체라 시스템을 이용한 감지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 화재 신고가 들어오기 10분 전 알체라는 이미 불씨를 감지해 경보를 울렸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7년 소노마 카운티와 옆 마을 내파밸리를 불태운 터브스 화재사건을 떠올리며 “당시 발화지점에서 폭발해 4시간 만에 12mi(약 20km)의 면적을 삼켰는데, 이제는 그런 대형 산불을 모두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다른 주 소방 기관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화재를 발견하기 위해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뉴멕시코주 산림청은 지난해 데이터분석 스타트업 ‘데카르트 연구소’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화재 초기 징후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4년 설립된 데카르트 연구소는 미국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 위성에서 지상 온도 정보를 캡처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한다. 데카르트 시스템은 머신러닝을 사용해 지면 온도를 측정·비교하고, 화재의 존재를 나타내는 열 표지를 포착한다. 이 시스템은 화재 발생 가능성을 발견하면 자동으로 뉴멕시코 산림 관리자들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경보를 보낸다.
데카르트 관계자는 “미국 대륙에서 화재를 감지한 후 최대 10분 안에 관계자들에게 경보를 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콜로라도주 아스펜 일대를 관할하는 아스펜 화재 보호 구역은 지난 5월 신경망 시스템을 개발하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신생 기업 ‘파노AI’의 화재 감지 시스템을 시범 테스트하기로 합의했다.
파노AI는 산 정상 셀 타워나 다른 건물에 설치된 자체 HD 카메라를 사용한다. 카메라는 업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셀룰러 연결을 통해 매 분마다 정지 영상을 전송한다. 소니아 캐스트너 파노AI 대표는 “우리의 컴퓨터 비전은 이미지를 분석해 아주 자그마한 연기라도 그 낌새를 즉각 알아내 화재 발생을 감지한다”고 말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파노AI는 NOAA의 위성사진을 사용하여 열 신호를 탐지한다. 캐스트너 대표에 따르면 위성과 카메라 데이터를 결합해 보다 포괄적으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업체는 내부 테스트를 통해 자사 시스템이 카메라 한 대에서 이미지를 다운로드 한 후 15분 이내에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렇듯 AI 안면인식 기술이 산불 방지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편향을 조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인종차별이라는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미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앞으로 산불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피해에도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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