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전야제가 코로나 여파로 취소돼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다. 반면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산동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는 오월 영령들을 추모하는 전시와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 아픔의 역사현장에서 배움‧공감‧기억의 장으로
17일 오후 1시 전일빌딩245에 들어서자 5‧18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코로나19도 막을 수 없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발열체크를 받고 있었다. 이날 ‘19800518’ 전시관을 찾은 많은 방문객은 원형 그대로 남겨진 탄흔을 가까이서 보고, 짧게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당시 계엄군의 전일빌딩 헬기사격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면서 알아가고 공감하고 기억하는 시간도 가졌다.
부모님과 전시관을 찾은 임 모양(10)은 “나라는 시민들이 있어야 나라인데 어떻게 총을 들이댈 수 있나”라며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을 지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전시관을 둘러본 임 양의 어머니는 “당시 광주 시민들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역사였다”며 “오늘 전시회를 감상함으로써 아이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 ‘5·18 스탬프 투어’…가족단위 방문객 발길 이어져
5·18 기념식 전야제가 취소됐지만, 오히려 가족 단위로 금남로를 찾은 시민들이 눈길을 끌었다. ‘5·18 스탬프 투어’ 행사가 큰 인기였다. 개인과 가족, 소규모 모임 등이 참여해 역사 해설을 듣고 스탬프 인증과 함께 개인적 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5·18 행사위는 이번 행사를 위해 역사현장 여섯 곳의 장소성을 반영한 독특하고 참신한 디자인 이미지를 개발해 스탬프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10대 두 자녀와 함께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방문한 하 모씨(41)는 “스탬프 투어를 통해서라도 아이들에게 5·18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 씨는 코로나19로 취소된 행사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아이들이 광주에 살면서 광주에서 일어난 아픈 역사를 모른 채 자라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자녀들과 함께 스탬프 투어를 돌고 있다고 전했다.
‘5·18 스탬프 투어’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지난 1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스탬프 투어 장소는 5·18민주광장과 전일빌딩 245,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자유공원, 5·18 구묘역, 국립5·18민주묘지 등 총 6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