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기농 식품만을 판매하는 대형 슈퍼마켓 홀푸드 마켓이 이달부터 머신러닝으로 만든 낫밀크(NotMilk)라는 이름의 우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우유는 지난 2015년 칠레 출신의 젊은 사업가들이 모여 설립한 낫코(NotCo)가 개발했다.
낫코는 트위터 및 인터넷 매체 미디엄을 공동창업한 비즈 스톤과 기업가 프레데릭 블랙포드가 2억달러(약 22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면서 탄생됐다. 이 펀드는 헬스케어를 비롯한 미래 기술 활용스타트업에 성장을 위한 투자용이라고 밝혔다. 낫코는 건강과 신기술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벤처기업으로 펀드를 조달받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간 낫코는 독자적인 머신러닝툴을 이용해 마요네즈, 아이스크림, 햄버거 등을 만들어왔다. 이 제품들도 모두 낫마요(NotMayo), 낫아이스크림(NotIcecream), 낫버거(NotBurger)라는 '낫(Not)'을 강조한 상품명을 붙였다. 마티아스 머치닉 낫코대표에 따르면 낫코는 창업 당시부터 AI를 활용해 식물성 육류와 유제품을 개발하는 몇 안 되는 회사다.
파커 브로디 홀푸드 마켓 글로벌 카테고리 수석 매니저는 낫코가 현재까지 출시한 상품에 대해 “머신러닝과 AI 기술을 식품 개발에 전면적으로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맛은 물론 기술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평가했다.
낫코는 자체 머신러닝툴을 ‘주세페’라고 부른다. 채소와 과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린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에서 따 왔다. 이 툴은 수천개 식물 및 식재료 분자를 분석해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는 어떤 물질을 혼합·조합해야 우유를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일치하는 공식을 완성한다.
주세페가 초기 공식을 개발하고 나면 낫코 내 식품 과학자들과 요리사들이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들은 식감은 물론 외형도 감독한다. ‘설탕 적게 넣기’ 등을 AI시스템에 입력하면 AI가 그대로 수정하면서 조리법을 다듬는 형식으로 완성된다.
AI는 양배추와 파인애플이라는 인간 연구원이 생각지도 못 한 독특한 재료 혼합법을 제시하며 우유를 개발했다. 카림 피차라 박사이 최고기술책임자는 “그야말로 ‘미친 조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이라면 아몬드나 귀리 없이 만드는 우유는 상상도 못 할텐데 AI는 그 틀을 깼다”고 말했다.
낫코는 홀푸드 마켓과 계약 체결로 미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남미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식료품 제조업체다. 브라질 식료품 소매업체 컴파니아 브라실리아는 지난 해부터 낫밀크를 판매하고 있다. 이 곳의 사업개발부 책임자인 안드레 아르틴 마차도 씨는 “우리 매장은 수십 가지 우유 대체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낫밀크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마차도 책임은 낫밀크 인기에 대해 “AI가 주요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라브 바슈네이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낫코의 AI는 실제 소젖에서 나온 우유와 흡사한 맛을 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낫코는 식물성 식품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육류섭취를 줄이고 도축환경에 경각심을 갖게 되면서 미국 내 식물성 식품 시장은 지난해 50억달러(약 5조2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