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에서 영국 유명 드라마를 모델링한 '부부의 세계'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부부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드라마 종영 후 '○○세계'를 붙인 용어가 유행처럼 등장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세계란 무엇일까? AI의 책임과 의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사실, AI는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의식이 있을 수 없다.
이 의식은 인간이 AI를 개발하면서 가져야할 덕목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AI에게 책임과 의무의 덕목을 강요하고 있다.
AI의 책임과 의무라면, 먼저 인간과 협력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AI 로봇 페퍼(Paper)는 초기에 여러 대의 로봇이 협력해서 하나의 작업을 완성하는 로봇 기능에 집중했다.
하지만 점점 사람과 로봇 간 협력을 위해 인간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페퍼는 감정인식 엔진 개발에 따라 상대의 목소리 톤을 분석하고 수치화해 관련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후 이 데이터를 기준 삼아 사용자의 목소리 톤이 기준보다 낮을 때 기분이 안 좋은 상태며, 반대로 높으면 기분이 좋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미츠요시 일본 도쿄대학 교수는 페퍼의 감정 매트릭스를 작성해 흥분, 불안, 투쟁, 공포 등에 따른 인간의 감정을 호르몬으로 분석했다. 이후 이에 따른 인간의 호르몬 변화를 활용해 감정지도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도파민은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멋진 감동과 쾌감을 느끼게 하며, 중독성 및 탐닉과 연관있다. 코르티졸은 스트레스와 관련 있으며, 노르아드레날린의 경우 분노의 호르몬으로 생기와 활기를 부여한다. 세로토닌은 너무 흥분하지도 않게 하고 불안한 감정도 갖지 않게 해 평온한 상태로 만드는 호르몬이다.
이런 형태로 만든 감정지도를 로봇용으로 탑재한 것이 감정맵이다. 페퍼는 내분비 호르몬과 같은 것을 방출해 수치화하고 균형을 조절하며 100종류 이상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초기 AI 로봇 페퍼는 로봇 자체의 역할에 집중했으나 점차 인간과 협력할 수 있도록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응하려 한다. 페퍼뿐 아니라 대부분의 AI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한다. 지능 정도가 낮을지라도 이 같은 노력이 AI 세계에서 첫 번째 책임과 의무가 아닐까 싶다.
AI의 두 번째 책임과 의무라면, 학습기능 강화일 것이다. 인간의 학습기능은 뇌를 구성하는 뉴런과 시냅스 간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 인간의 기억이나 판단 능력은 학습기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뉴런과 시냅스가 서로 상호작용한 산출물이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하드웨어(HW) 메모리 장치나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뉴런과 시냅스 간 상호작용만으로 무언가를 기억하고 판단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신경망 단위(Evolvable Neural Unit)를 개발해 AI의 학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발표, 유명 저널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표지를 장식했다.
신경망 단위는 인공신경망이 스스로 배우고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기본 요소다. 컴퓨터에서 비트(bit)가 정보처리의 단위라면, 신경망의 기본 단위인 뉴런의 기능을 밝힌 연구는 향후 신경망 확장과 학습기능 강화를 위한 모델 설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뇌의 작용에 대해서 10%도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하니 앞으로 AI의 세계는 무한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요약하면, AI의 세계는 인간과 협력하기 위해 학습기능을 강화하는 배려의 세계라고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기술 개발 노력 없이 AI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도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많은 교육이 필요하며 어른으로 성장한 후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평생 학습을 해야 한다.
AI의 평생 학습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이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AI도 이제 막 태어난 유아의 지능에서 점점 어른의 지능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있다. 이에 AI라는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평생 학습이 필요하다.
AI는 인간을 모델링하기 때문에 살아가는 세계나 라이프 사이클면에서 인간과 유사하다. 따라서 AI 세계에서 AI뿐 아니라 인간도 인간과 협력하거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또 AI와 협력하거나 AI를 이해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AI를 단지 예측ㆍ분석하는 첨단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이며 전 세계를 디지털 전환 시대로 변화시킬 대표적 기술이다. 디지털 전환 대상은 사회뿐 아니라 인간도 포함돼 있다. 이에 우리 인간도 AI 세계에서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AI와 소통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더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것이 AI 세계에 있어 공존하는 파트너로서 인간의 책임과 의무일 것이다.
조영임 가천대학교 교수 yicho@gachon.ac.kr
[관련 기사][AI논단] 진정한 드론산업활성화를 위하여!
[관련 기사][AI논단]공간이 지능적인 인공지능(AI) 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