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최근 광주에 둥지를 트는 AI 기업들에게 이런 말을 매번 하고 있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등 광주에 오면 인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11월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수료식 때 이 시장은 "졸업생 여러분들이야말로 AI 전문 인력을 애타게 찾고 있는 기업들에게 희망이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기업에게는 '인재 걱정 말라', 학생들에게는 '일자리 걱정 말라'는 이용섭 시장의 장담(壯談)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현실은 냉담하다. AI 기업들은 뽑을 인재가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지역에 일자리가 없고, 기업들의 채용이 소극적이란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1기 수료생의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155명 가운데 고작 24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창업자 15명과 추가 학업을 준비하는 졸업자들을 제외하더라도, 대다수가 현재 사실상 '무적(無籍)'상태다. 졸업한 지 2~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했던 당초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그저 넘길 일이 아니다.
광주로 내려온 AI 기업 관계자들도 '멘붕'이다. 기업들은 당초 광주시와 협약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뽑으려고 보니, 학생들의 요구 사항과 실무 능력들이 예상했던 수준과 완전 딴판이라는 것. 기업들에 따르면 상당수 지원자들이 수도권 수준의 인건비를 요구했다고 한다. 기업들은 새내기 사원에게 수도권 사원 수준의 임금을 주고 광주에서 어떻게 사업을 영위하겠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광주 지역 대학들을 살펴봤더니 4년을 기다려야하고, 실무에 투입시킬 유능한 사관학교 학생들을 찾아봤더니 공부를 더 하고 싶다거나, 진작 서울로 떠났더라."
AI 기업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더불어 사관학교 수료가 정식 학위로 인정되지 않다보니 추가 스펙을 쌓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석사급 임금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학생과 기업들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대화를 무겁게 했다. 이대로 가다간 지난 1년 동안 줄기차게 장담했던 이용섭 시장의 바람은 허언(虛言)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광주행(行)은 이어지고 있다. 냉정히 말하자면 현재 광주에 둥지를 튼 AI 기업 중 ‘인재 걱정’을 하지 않는 기업은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부에 와 닿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당연히 관련 학과를 졸업한 대졸자 맞춤형이 아닌 '광주 AI사관학교형 일자리 대책'이어야 할 것이다. 2기 교육생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인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면 "광주에 오면 AI 인재 많습니다"라는 발언에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용섭 시장이 그리는 ‘AI 중심도시 광주’의 미래는 AI사관학교 졸업생들이 주도해서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