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커리큘럼에 깊이를 더해야 한다."
김종원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인공지능대학원장의 말이다. AI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지스트 인공지능대학원의 수장으로서 석·박사급 인공지능(AI) 인재를 키워내는 숙제를 맡고 있다. '광주형 AI 인재' 양성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가 1기 졸업생을 배출한데 이어 2기 교육생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그가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의 커리큘럼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커리큘럼, 어떻게 평가하나.
"전체적으로는 교육 과정이 6개월인데, 예비과정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4개월 기간의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 기간 동안 기초를 가르친다. 그러나 인공지능 원리 조금, 소프트웨어 조금 배우는 수준이다. 커리큘럼 자체의 깊이가 없어 보인다.
물론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좀 더 내실있는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이 교육 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하는데, 현 과정은 특별히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프로그램 측면에서 너무 인공지능에만 매몰돼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를 알아야 하는데, 데이터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는지 네트워크에 대한 부분도 부족하다."
- 자세히 설명해달라.
"인공지능의 수학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개념이 잡혀야 프로그램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그런 과정이 배제된 채 구비된 도구만을 가지고 훈련을 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리를 깨우치지 못하고 도구만 배우는 셈이다. 물론 시간이 제한돼 있지만 그래도 기본 원리에 대해 짚어줘야 한다. 이 같은 소양을 바탕으로 깔리면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딥러닝이 되고 머신러닝이 되는지 조금 알고 가야되는데, 그 부분은 간과한 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도구들만 겉핥기식으로 배우고 있다."
AI 교육에 치중…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등 종합과정 내놔야
- 커리큘럼 가운데 어떤 점이 가장 취약하다고 보는지.
"인공지능이 실제로 데이터를 얻어가는 전체 전주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DNA(Data, Network, AI) 교육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인공지능 교육만이 아닌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이 합쳐지는 교육이 돼야 한다. 실제 상황에서 데이터가 얻어지는 과정을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사관학교 특성상 제한된 기간 동안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배우다 보니, 전문가들 시선에서 보면 그저 앉아서 프로그램 짜는 수준으로 보인다. 그 정도만으로는 전문성을 강화하기 어렵다."
- 6개월이라는 제약이 있다. 단기간에 효율을 높이려면.
"실습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기와 장비를 직접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노트북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데이터를 통한 가상적인 프로젝트 뿐이다."
특히 커리큘럼의 꽃인 기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과정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로 멘토링을 받았는지, 그 수준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크다. 보통 이러한 고강도 트레이닝의 경우 꼬박 6개월 붙어서 하는데, 형식적인 것에 치우치면 안 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현 과정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개선이 필요하다."
- AI 적용 분야가 방대하다. 학생들이 사관학교 교육을 기반으로 실무에 잘 적응하는 방안은.
"현재 인재들이 현장에 나가면 소프트웨어만 만드는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융합 프로젝트(AI+X)를 염두에 둬야 한다. 쉽게 말해 어떠한 분야에 전문가에게 AI 등 도구를 가르쳐서 육성하느냐, 아니면 AI전문가를 육성해 헬스케어, 에너지 등을 가르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전공‧이력 가진 학생들로 구성해야 ‘AI+X’ 시너지날 것
-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가 2기 교육생을 모집 중에 있다. 현 시점에서 조언을 해준다면.
"'X'를 아는 전문가들이 교육에 참여해 학생들과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 여기서 'X'를 안다는 것은 전문분야의 데이터를 알고 있다는 것과 같다. 에너지, 헬스케어 등 그 분야의 사람만 알 수 있다. 일반 교육생들은 모를 수 밖에 없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학습한다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다.
2기 교육생도 일반 학생들만 모인다면 분명 프로그램만 짜면서 테크닉을 익히는 수준일 것이다. 이는 기업들 입장에서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측도 분명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커리큘럼 구성하는 게 쉽지 않다. 교육도 그렇다. 내실 있게 보완해나가길 바란다."
지스트,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와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될까
- '광주형 AI 인재' 양성이라는 지역 최대 과제를 목표로 지스트와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은 어떨지.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는 소프트웨어를 잘 가르친다. 학생들 입장에서 몇몇 과정들은 의미가 있다. 여러 측면에서 바라볼 때 지스트와 연계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지스트는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만 전문 인력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관학교와 어느 정도 교류가 더욱 원활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
- 광주 AI 기업들의 인력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궁금하다.
"각 기관이 제한된 비용과 시간 안에서 교육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 존중하면서 여건을 고려해 일부라도 서로 함께 전략적으로 동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광주시가 'AI 중심도시 광주'를 표방한 이래 1년 넘게 다들 해봤으니 올해부터는 부족했던 것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
광주시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인공지능 인재 양성 기관, 프로그램끼리 역할을 조율해 함께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기관, 프로그램들이 비슷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 끝으로 한 말씀.
"4년을 몰두한 지스트 학생들도 막상 시장에 나서면 취업하기 만만치 않다는 말들을 한다. 6개월이라는 기간은 당연히 깊이 있게 배우기 짧은 기간이다. 학생들이 교육 받은 것들을 토대로 다른 분야와 융합해서 역량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특히 커리큘럼을 좀 더 단순화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명확하게 가르쳐 학생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성장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주고 차근차근 육성해야 한다."
김종원 지스트 인공지능대학원장 약력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공학박사 ▲국가슈퍼컴퓨팅 실무위원회 위원 ▲미래인터넷포럼 의장 ▲MEC포럼 운영위원장 ▲APAN 네트워킹 협의체 기술분야 의장 ▲현 GIST 인공지능대학원장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