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만화영화에서나 봤던 로봇이 이제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부터 시작해 가정에서 쓰이는 심리치료 서비스 로봇, 의료 로봇, 극한 현장 로봇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로봇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로봇 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고 앞으로 로봇과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생각해본다.
로봇(Robot)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형태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은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두 팔을 쓰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을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많이 쓰이는 로봇은 사람보다는 더 '기계'답게 생긴 것들이다. 다리가 아닌 궤도를 달고 있으며 두 개의 팔이 아닌 하나 또는 용도에 따라 여러 개를 달고 있다. 어떤 로봇들은 특정 공간에 고정돼 팔만 움직여 작동한다.
대부분 제조 또는 물류 현장에서 사용되는 이런 로봇들을 '산업용 로봇'이라고 한다.
◆ 산업용 로봇 2024년까지 85조원 시장으로 성장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이 지난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19년 487억달러(약 54조 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2024년 756억달러(약 84조 6000억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범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소장은 "지속적인 노동자 고용 비용 증가와 로봇 가격하락이 산업용 로봇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지난해 5월 글로벌 산업기술 주간브리프를 통해 전했다.
이범진 소장은 "산업용 로봇은 사람이 하기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과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전통적인 정의"에서 지금은 "협동로봇으로 대표되는 사람과 협업해 생산·노동 능률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ICT 융합기술이 더해지며 지능형 로봇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파눅(Fanuc), 야스카와(Yaskawa), ABB, 쿠카(Kuka) 등 4개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영국 시장전문 조사회사 인터랙트 애널리시스(Interact Analysis)가 지난해 1월 공개한 '산업용 로봇 시장(The Industrial Robot Market)-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산업용 로봇 시장의 56%를 이 4개 회사가 점유했다.
최근에는 산업용 로봇 중에서 협동로봇(Collaboraion Robot, Cobot)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인터랙트 애널리시스는 협동로봇 시장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도 올해까지 협동로봇이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24%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협동로봇은 2017년 6%에서 2018년 11%, 2019년 16%, 2020년 21%로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다.
◆협동로봇? 인간과 공존하는 사람을 돕는 로봇
협동로봇(Cobot, Collaboraion Robot)은 로봇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공존해서 활동하는 로봇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정의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ISO 10218)은 로봇이 동작하는 동안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해 안전펜스 등을 설치해 로봇의 작업 영역에 인간 작업자의 접근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로봇이다.
로봇과 인간의 작업 영역이 구분된 개념이다. 로봇의 작업 영역에 인간이 개입하면 인간이 다치거나, 로봇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영역이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인간과 공존할 뿐만 아니라 작업 혹은 임무 기획 및 수행 시 파트너로서 공생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을 위한 안전자격요건(Safety requirements for industrial robots)'을 충족하는 ISO 10218-1 또는 ISO 10218-2가 대표적이다.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로봇이 실제로 사용되는 모습(영상=유니버설 로봇)
최초로 협동로봇이 상용화된 것은 2008년 12월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의 UR 시리즈를 판매하면서부터다. 이후 쿠카와 ABB를 비롯한 다양한 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화정밀기계, 두산 로보틱스 등과 같은 대기업들과 뉴로메카, 오토파워, 푸른기술 등과 같은 중소기업들이 협동로봇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상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9년 '스마트공장을 이끌어 갈 핵심 요소 협동로봇'이라는 보고서에서 "협동로봇은 혁신성을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이상형 연구원은 "협동로봇은 안전펜스가 없이 사람이 작업하는 공간 어디든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로봇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치 공간의 제약을 없애, 설치 공간을 줄이는 효과를 더할 수 있다는 것.
다음으로 그는 "일반 노동자나 산업용 로봇을 통해 얻기 어려운 분야에서 산업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는 일을 처리할 때 로봇과 다르게 유연한 행동을 할 수 있지만 반복작업 등에는 취약해 로봇보다 생산성이 낮다. 반면 로봇은 이 반대다.
즉 노동자와 함께 일을 하는 협동로봇 시스템은 로봇의 작업 속도에 인간의 유연성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속도를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이 연구원은 "협동로봇은 기존공정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설치와 운용이 가능하다"며 "기존 노동자들이 수용에 대한 반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개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일을 한다는 개념으로 협동로봇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노동환경의 질을 높인다는 개념이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