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레벨3 자율주행차 '레전드'. (사진=혼다모터스)
혼다 레벨3 자율주행차 '레전드'. (사진=혼다모터스)

자동차 업계가 ‘레벨3’ 수준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 보조 역할에 머무르던 레벨2 수준에서, 시스템이 본격 운전 ‘주체’로 도약하는 시점이 왔다.

일본 혼다모터스는 5일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모델 ‘레전드(Legend)’를 판매 시작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레벨 2~2.5 이하 수준으로 레벨3 자율주행차가 실제 판매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레전드는 혼다가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 ‘트래픽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이 탑재했다. 시속 50km 미만 주행 시 인간은 운전대에서 완전 손을 놓아도 된다. 교통 정체로 인한 저속 주행 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혼다모터스는 트래픽잼 파일럿을 개발하기 위해 1000만개 주행 시뮬레이션과 함께 130만㎞에 달하는 고속도로 시험 주행을 진행했다.

이번 혼다가 출시한 레전드는 100대 물량 제한 판매돼 아직까지는 레벨3 자율주행차 ‘보급화’ 단계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고급 세단으로 출시된 레전드는 1100만엔(약 1억1500만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로 일반 사람들이 구매하기에는 가격 부담도 크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레벨3 수준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을 속속 실현시키고 있다는 면에서 레전드 출시는 의미가 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역시 올해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 하반기 레벨3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BMW 역시 올해 안에 레벨3 자율주행차 판매 개시를 목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현대는 내년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 ‘주행보조’에 머물던 자율주행 시스템... 레벨3부터 본격 ‘자율주행’으로 구분

자율주행 시스템 레벨3부터 자동차가 본격 운전의 주체가 된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에는 차량 ‘제어주체’와 ‘책임주체’에 따라 자율주행차 기술을 0에서 5까지 6단계로 구분한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 기준 자율주행 기능 분류(사진=과기정통부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 자동차 공학회 기준 자율주행 기능 분류(사진=과기정통부 유튜브 영상 캡처)

레벨 0~2 수준까지는 주행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주행보조’로 분류된다. 위급 상황 시 급제동 등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보조로 작동한다.

레벨 3부터 운전 제어, 주행 책임이 시스템에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인 셈이다. 이에 운전자가 상시 자율주행차를 지켜봐야 할 의무도 사라진다. 주행 중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다. 긴급 상황 시 시스템 안내에 따른 차량 제어만 담당하면 된다.

레전드의 경우 저속 주행 구간에서는 자율주행을 하며, 시속 50km 이상 주행 시에는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알림을 준다. 운전자는 알림에 따라 운전에 개입하면 된다.

레벨0은 시스템 개입이 전혀 없는 비자동화를 뜻한다. 레벨1과 2는 급제동, 평이한 도로에서의 차선 변경 등 간단한 시스템 개입이 이뤄진다. 4단계에서는 3단계에서 운전자가 맡았던 비상시 제어까지 자율주행 시스템이 담당한다. 5단계는 구글 웨이모와 같은 ‘운전자 없는’ 무인 주행 시스템을 뜻한다.
 

◆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 개발보다 ‘제도’ 정비가 우선

일본이 최초 레벨3 자율주행차 시판을 이뤄낸 건 발빠른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일본은 공공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도로운송차량법 개정을 진행했다. 이어 11월 국토교통성은 혼다 트래픽잼 파일럿에 대한 시판을 승인했다.

레벨3 자율주행을 허가하는 법 개정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차량 시판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혼다가 3월말 출시 예고한 것보다 이르게 이뤄졌다.

실제 자동차 업계가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도 도로 규정이 제한돼 시판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독일 아우디는 2017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아우디 A8’을 선보였다.

하지만 각국마다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규정이 달라 차량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지난해 5월 아우디는 결국 A8에 레벨3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은 17개 주에서 레벨3 이상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레벨3 ‘시험주행’ 허용 단계에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표=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표=국토교통부 제공)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도입했다. 레벨3 자율주행차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며 주행 최대 속도, 최소 안전거리 등을 제시했다.

안전기준 마련에 이어 지난해 7월부터 국내도 ‘자동차로 유지기능’이 탑재된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와 판매가 가능해졌다.

자동차로 유지기능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자율주행시스템이 스스로 안전하게 차선을 유지, 주행, 긴급 상황 대응 등이 가능한 기능을 뜻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예고한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가 가능해진 지점이다. 현대는 시속 60km 내 이용 가능한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ighway Driving Pilot)’ 시스템을 탑재해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에스오에스랩의 정지성 대표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레벨3의 상용화는 큰 의미”라며 “현재 혼다가 발표한 레벨3 ‘수준’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고정형 라이다 개발 전문기업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사진=구아현 기자).
고정형 라이다 개발 전문기업 에스오에스랩 정지성 대표. (사진=구아현 기자)

정 대표에 따르면 “본격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는 곧 기술적 결함 발생 시 제조업체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혼다가 이 같은 A/S 보급화까지 고려하고 ‘레전드’를 출시한다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큰 규모로 발표만 한 것인지 자세히 봐야 한다”며 “현대나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제조업체가 여태껏 레벨3를 내놓고 있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과 그를 뒷받침 할 규제 정립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스오에스랩은 자율주행차의 눈이라고 불리는 고정형 라이다 개발 전문기업이다. 지난 1월 개최한 CES2021에서 차량용 라이다 기업 중 유일하게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AI타임스 박혜섭·장희수 기자 phs@aitimes.com·heehee2157@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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