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정말 어려워졌다." 최근 취재를 다니며 자주 듣는 이야기다.

그저 '하소연'이라고만 생각한 적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근로자 임금 상승 등 여파라고만 생각했다.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이 말이 지나치게 자주,  많이 들린다는 걸 체감했을 때다.

그렇다면, 왜 경영인들은 기업하기 힘들다고 할까?

예상과 달리, 경영인들은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들지 않았다. 지나친 규제와 경영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등을 꼽았다.

또 이들은 올바르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제도 등이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이번 기자수첩은 글을 가공하지 않고 수첩에 적힌 경영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 근로자 중 한 명으로서 경영인의 입장을 100%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미세하게나마 글쓴이의 주장이 들어갈 수 있어서다. 경영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것이 더 진심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A 도장업체 CEO(올해 1월, 한 행사에서)

산재 사고가 나면 CEO한테 책임을 물게 됐습니다. 어느 회사 CEO가 자기 회사 직원이 다치거나 죽길 원하겠습니까? 다 안전하게 하고 싶습니다. 완벽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법정의무교육도 듣고, 직원들이 원하면 안전모 교체 등도 바로바로 합니다. CEO가 하는 역할이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하라는 법정의무교육. 이거 정부에서 관리는 합니까? 4대 교육 어떻게 하는지 아십니까? 보험 판매원이 들어와서 30분 교육하고 30분 보험 팔고 갑니다. 그러면서 안전 교육했다고 서명하고 갑니다. 현실입니다. 이게 무슨 사업주 교육이고 직원들 교육입니까.

산재 사고 시 CEO한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CEO가 하라는 것 다 했는데 이런 부분이 있으면 과연 누구한테 책임이 있을까요?

B 건설업체 CEO(올해 1월, 같은 행사에서)

(A 도장업체 CEO와 같은 문제로 발언) 군대에서 사망 사고가 나면 대대장이 몇 억원의 벌금을 내고 감옥에 가나요?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면 교장한테 몇 억원의 벌금을 내라고 하고 감옥을 보내나요?

같은 사안의 잣대를 모두에게 똑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기업인만 괴롭힙니까? 우리가 국가에 어떤 죄를 지었나요? 기업하는 게 죄입니까? 요즘은 기업하기 싫습니다. 자식한테 기업하라고 안 해요. 모아놓은 돈 있으면 땅 사라고 합니다. 외국 가라고 합니다. 

C 한 연구소 소장(1월, 미팅 자리에서)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기업에 계속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꽤 많은 규제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왜 규제를 하는지 아세요? 관리하기 편하거든요.

저도 해당 기관에서 일을 해봐서 압니다. 규정이 있으면 잘 하는지 살펴보고 안 되면 가서 지적하고 도와주고 하는 건 어렵습니다. 귀찮습니다. 그냥 규제해서 안 되면 "너 잘못"하는 게 쉽습니다. 편합니다. 그래서 규제가 많아지는 겁니다. 반대로 기업인들은 죽어나는 거죠.

D 장비업체 대표(3월 미팅 자리에서)

재미있는 건 창업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 "어떤 걸 지켜야 한다"고 알려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을 내면 끝이에요. 등록증을 냈는데 "일지를 어떻게 써야 한다" 등을 알려주지 않아요.

CEO가 스스로 공부한다 해도 법과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작은 규모 업체의 경우 당장 돈 벌기 바쁘지 규제 하나하나 공부하고 지키기 버겁습니다. 기업을 만들 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마다 정기적인 교육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교육이요.

E 스타트업 대표(4월 미팅 자리에서)
협업, 상생. 많이 듣는 이야기죠? ESG 경영도요. 다 대기업 입장에서 맞춘 이야기라고 봅니다. 최근 이슈가 된 개발자 이야기를 예로 들어봅시다. 개발자가 필요해졌고, 대기업들은 연봉을 경쟁적으로 올렸어요. 개발자 채용도 엄청 시작했고요. 저희 같은 스타트업도 개발자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다 나가요. 저희는 그만큼 연봉을 주지 못 하기 때문이죠. 빼앗기는 느낌이에요.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스타트업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라도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상생하고 싶어요.

F IT업체 대표(4월 한 행사에서)
기업하기 왜 힘드냐고요? 우리나라는 CEO에 대한 인식이 '나쁜 놈'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소상공인은 착하고 기업 CEO는 나쁘대요. 그런데 소상공인이라고 하시는 분들보다 돈 더 못 버는 CEO가 많아요. 정말로요. 그런데 사회적 이미지가 그렇습니다. 전 그게 가장 힘듭니다.

G 조명기업 대표(4월 미팅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려면 돈 참 많이 필요합니다. 특허 하나 내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납니다. 기간도 길고요. 그런데 이거 특허내도 대기업에서 비슷하게 만들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침해당하면 소송 기간이 엄청 길어요. 그 기간에 아무것도 못 합니다.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발명도 하고 개발도 하면서 회사도 살고, 나라도 살지 않겠습니까?

H IT기업 대표(4월 전시장에서)

국가에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위해서 하는 지원사업이 많습니다. 좋아요. 자금도 지원해주고 확실히 밀어주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원사업에 통과해서 지원금 받으려면 서류도 준비해야 하고, 보여줄 수 있는 성과들도 필요합니다.

작은 규모 업체에서 다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지원사업에 100% 에너지를 쓰기가 어려워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 장비업체 대표(4월 미팅 자리에서)

제가 언어적으로 부족해서 돌려 말하기를 못 합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기업인들이 세금 많이 내잖아요. 국회의원분들, 공무원분들한테 이런 얘기하면 싫어하겠지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시잖아요. 미안합니다. 이러한 얘기를 해서요. 하지만 할게요.

기업하기 좋게 만들어주세요. 국가 경제를 살리는 창끝 전투력은 기업에서 나옵니다. 규제만 하지 마시고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게 교육과 지원,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직원들에게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국가에서도 한 명의 국민을 위해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국민 중 한 사람이니깐요.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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