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이수진 교수(오른쪽)와 프랑스 Paris 8 대학 윤나라 박사(왼쪽). (사진편집=임채린기자)
인하대학교 이수진 교수(오른쪽)와 프랑스 Paris 8 대학 윤나라 박사(왼쪽). (사진편집=임채린기자)

"과거 많은 예술가들이 AI를 활용하고 싶지만 AI 용어를 해독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AI 알고리즘은 시각 예술, 문학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예술의 창이란 것도 결국 어떤 틀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AI 알고리즘을 도입해 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프랑스 파리 8 대학에 재직중인 윤나라 박사와 인하대학교 이수진 교수(문화 콘텐츠 경영학과)는 '예술 작품 제작과 알고리즘적 사고에 대한 학제적 접근'이라는 강연을 통해 AI와 예술 간의 관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앙대학교(총장 박상규) 첨단영상대학원은 TechArt-2021 국제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BK21 4단계 인공지능-콘텐츠 미래산업 교육연구단'이 주관한 이번 컨퍼런스는 '인공 지능은 꿈꾸는가? : 알고리즘과 예술의 공진화'라는 주제로 열렸다. 28일부터 30일까지 총 3일간 개최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다음은 두 교수의 강연 요지.

알파고의 바둑을 "확률적 계산의 의존할 뿐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충분히 창의적이고 아름다웠다"고 평했던 이세돌 프로는 지난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후 "바둑의 창 마저도 결국은 어떤 틀 안에 있었던 건 아닐까 한다"며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이에 윤 박사는 예술의 창이란 것도 결국 이처럼 어떤 틀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대답했다.

작품 사례, 솔 르윗의 벽 그림 51번과 358번 

윤 박사는 TechArt 국제컨퍼런스에서 예술 작품 제작과 알고리즘적 사고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예시를 솔 르윗의 작품을 들어 설명했다.

솔 르윗은 벽 그림 51번, 358번 작품 등 다양한 움직임 관련 미니멀리즘 작품을 만든 미국의 대중적인 개념예술가 중 한명이다.

2007년 우리 곁을 떠날때까지 살아 생전 아주 왕성하게 활동한 그가 전생애에 걸쳐 1000점 이상 작성한 벽 그림 시리즈는 그린 것이 아니라 작성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개별 작품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개별작품들이 모여 완성된 최종 결과물로 좁혀지는 어떤 설명서를 따른 것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51번 벽 그림 작품에 관한 작업은 '벽에 있는 모든 꼭지점들은 선으로 연결한다'였다. 51번의 모든 그림 작업은 이 문장을 그대로 실행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왼쪽 솔 르윗이 작업하는 모습, 오른쪽 4개의 사진은 모두 각각 벽 그림 51번을 완성한 모습이다. (사진=BK21)
왼쪽 솔 르윗이 작업하는 모습, 오른쪽 4개의 사진은 모두 각각 벽 그림 51번을 완성한 모습이다. (사진=BK21)

4가지 버전을 그릴때에도 그림들이 그려진 장소가 다 달라서 51번을 그리게 된 벽도 다 다르게 생겼지만 그럼에도 이 그림들은 모두 51번이라 불린다. 왜냐하면 다 솔 르윗이 작성한 문구 그대로를 실행한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4가지 버전의 작품들은 모두 벽그림 51번이라는 동일한 작품명을 가지게 됐다.

솔 르윗의 벽 그림 358번을 통해서는 프로그램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예술 작품의 창작과정과 알고리즘의 프로그램성을 활용해 컴퓨터로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과정간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벽 그림 358번은 서로 약간 다르게 생겼지만 우리는 이 두 점의 그림이 별개의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왼쪽 솔 르윗의 실제 벽그림 358번이며, 오른쪽 케이시리스가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벽그림 358번이다. (사진=BK21)
왼쪽 솔 르윗의 실제 벽그림 358번이며, 오른쪽 케이시리스가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벽그림 358번이다. (사진=BK21)

솔 르윗의 실제 벽 그림 358번와 2004년에 케이시리스가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구현한 358번을 비교해봤다.

작품 구현에 있어서 컴퓨터가 더 논리적이다. 벽이 있어야 하는데, 작품을 그릴 어떤 벽이 있어야 되는지 그릴 작품에 대한 배경을 규격 등 정교하게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무슨 색을 칠할지, 그림은 무슨색으로 그릴지 등을 인간 언어 부분에서는 따로 입력할 필요 없이 해결해갈 수 있다.

기억해야할 건 사람이 작품을 만들때 이 부분이 중요하지 않고, 불필요했던 부분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컴퓨터와 다르지 않다. 단, 생략했을 뿐이다.

알고리즘 사고를 가진 예술가들의 시초인 1960~70년대 

예술의 역사 속에서도 이런 알고리즘적 사고를 적용한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유럽의 IT와 ART 연구자들이 이 같은 연구를 많이 수행했는데, 1960~70년대에 활동한 예술가를 그 시초로 본다. 

1960년대 시작된 울리포, 플럭서스, 개념예술가 아래 해당 집단의 예술가 이름을 나열했다. (사진=BK21)
1960년대 시작된 울리포, 플럭서스, 개념예술가 아래 해당 집단의 예술가 이름을 나열했다. (사진=BK21)

1960년대 프랑스에서 형성된 잠재문학작업실이라는 뜻을 가진 울리포(OuLiPo), 독일 기반 활동으로 시작한 국제적인 예술가 집단 플럭서스(Fluxus), 개념예술을 추구했던 예술가들까지.

이 교수는 온라인으로 열린 2021 TechArt 국제컨퍼런스에서 프랑스 디지털 아티스트 '에드몬드 쿠초'의 예술 이론과 이들의 공통점 4가지를 설명했다.

'에드몬드 쿠초'의 예술 이론

- 프로그램 언어는 상징적이고 추상적이다.

- 모든 프로그램 언어는 논리적인 모델, 수학적인 모델로부터 작성되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와는 다르다.

- 프로그램성은 규칙적, 체계적, 명시적인 과정을 강조하기 위한 언어로 디지털 특성을 비물질성으로 무형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프로그램성이라 정의하는 게 더 적합하다. 

 
알고리즘과 예술작품의 연관성을 발견한 예술가들의 공통점

1. 예술은 무엇인지 본질적인 차원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습된 전통적인 학습방식을 채택했다.

2. 예술을 결과물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고, 과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시켰다.

3. 작가가 완성한 제품을 한 방향으로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 관객을 능동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를 작품 구상시 작품 안에 같이 포함시켰다. 그래서 현장에서 관객들의 능동적인 참여로 작품이 매번 다른 방식으로 실현됨을 경험할 수 있었다.

4.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 사물, 사건 등을 똑같이 모방한 사실적 재현이라는 기존의 예술적 가치를 넘어서 퍼포먼스, 현장성, 상호작용성 등을 첨가해 예술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넓혔다.


앞서 설명한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알고리즘으로 간주할 만한 규칙들을 생각했다는 점이다.

어떤 요소들을 상수, 혹은 변수로 처리해야 할지, 또는 현장이나 혹은 맥락에 맞게 처리할 수 있는 매개변수는 무엇인지 추출해 보고, 더 나아가 작업과정을 공식처럼 정의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작업시 알고리즘적 사고를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알고리즘의 어원은 9세기 페르시아 수학자의 이름을 라틴어화한 '알고리스무스'에서 나왔다. '대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수학분야에 상징적 기호들을 도입해 최초로 사칙연산을 만들고 0과 위치값을 사용, 학문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와 같은 어원처럼 이전에는 '알고리즘'을 산술적 표현에서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알고리즘을 어떤 특정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확장된 개념으로 쓰인다.

미국·캐나다의 컴퓨터 과학자 제프 에드몬즈는 알고리즘이란 입력 요소로부터 출발해 적절한 결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 단계별 절차를 통칭한다고 정의했다.

알고리즘은 문제해결을 위한 논리적인 절차이자 단계별 절차다. 이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로 작성한 것이다. 반면, '코드'는 알고리즘을 실행하기 위해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게 프로그램 언어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알고리즘은 논리적으로 체계화된 수행과정을 작성한 것, 명시적으로 서술해 놓은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개념을 도입할 대상이 꼭 컴퓨터가 아니라도 가능한 일이다.

해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논리적이고 수행과정이 필요한 사고 과정, 절차 등을 정리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알고리즘 사고는 우리와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AI타임스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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