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 기반 전시 눈에 띄어…“미래 메타버스 시대 보여줘”
‘우리가 사는 세계’, ‘식물의 몸짓’ 등 공학자 협업 작품 ‘눈길’
“팬데믹 비대면 강요 속 가상 정원에서 힐링할 수 있기를”
광주시립미술관 ‘메타 가든’ 10월 31일까지 관람객 맞아
박상화 김형숙 박고은 지역 작가 ‘메타 가든’ 작품으로 유명세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첨단 기술과 현대 미술을 융합한 '메타 가든' 전시회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기획으로 열린 ‘메타-가든’ 전시는 메타버스에서 ‘가상’을 뜻하는 ‘메타’의 의미를 차용해 ‘가상, 추상’적인 테크놀로지 예술 정원을 구현했다. (사진=설재혁 기자).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첨단 기술과 현대 미술을 융합한 '메타 가든' 전시회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기획으로 열린 ‘메타-가든’ 전시는 메타버스에서 ‘가상’을 뜻하는 ‘메타’의 의미를 차용해 ‘가상, 추상’적인 테크놀로지 예술 정원을 구현했다. (사진=설재혁 기자).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등 첨단 기술과 현대 미술이 융합한 작품 전시회가 광주시립미술관에 마련됐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기획으로 열린 ‘메타-가든’ 전시는 메타버스에서 ‘가상’을 뜻하는 ‘메타’의 의미를 차용해 ‘가상, 추상’적인 테크놀로지 예술 정원을 구현했다.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대미술 작품을 제작하는 금민정, 노상희, 박고은, 소수빈 작가와 디지털 영상화 설치를 중심으로 한 김형숙, 박상화, 서상희, 손봉채, 윤제호, 이진준, 정문열 작가 등 모두 11명이 참여한다. 

정문열 작가의 ‘소리의 나무’. (사진=설재혁 기자).
정문열 작가의 ‘소리의 나무’. (사진=설재혁 기자).

◆ “‘아바타’ 나비족이 되어 신비한 세계로”

21일 광주시립미술관 ‘메타_가든’ 전시관 입구. 검은 커튼을 지나자 형형색색의 LED 광원이 길게 늘어서 신비로운 숲이 펼쳐진다. 정문열 작가의 ‘소리의 나무’라는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킨다며 연신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작가는 아바타 나비족이 ‘소리나무’(자연과 소통하는 신비한 나무)에 이끌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가상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윤제호 작가의 ‘휴식동굴’. (사진=설재혁 기자).
윤제호 작가의 ‘휴식동굴’. (사진=설재혁 기자).

다음은 윤제호 작가의 ‘휴식동굴’로 전시관이 이어진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모호해지는 디지털 공간 속에 현대인들이 새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초대한 작품이다. 컴퓨터를 아크릴 박스로 표현했고 작가가 직접 제작한 음악과 레이저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리, 빛을 느끼며 눈을 감는 관람객도 더러 있었다.

이진준 작가의 귀국 첫 작품인 ‘모아나이아’.  (사진=윤영주 기자).
이진준 작가의 귀국 첫 작품인 ‘모아나이아’.  (사진=윤영주 기자).

◆ “가상과 현실의 연결”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 현실과의 상호작용이다. 메타버스는 시간‧공간 제약 없이 가상현실에서 돌아다니고 현실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대부분의 작가는 이러한 ‘가상과 현실의 연결’에 주목했다. 가상정원 속에 ‘현실’을 반영할 수 있게 했다.

최근 블룸버스 뉴컨템퍼러리스 2021에 선정돼 주목을 받은 이진준 작가의 귀국 첫 작품인 ‘모아나이아’는 대형 스크린에 수족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보였다. 가상수족관을 보면서 자신의 그림자가 비춰진 작품과 하나가 되는 신기한 경험도 선사했다. ‘모아나이아(Moanaia)’는 폴리네시아어로 ‘커다란 바다’를 뜻하는 ‘moana’와 오세아니아의 ‘-ia’를 결합하여 만든 합성어다.

김민경 학예연구사는 “실제 오세아니아 바다를 촬영한 영상과 AI 편집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이 융복합 됐다”며 “바다는 제국주의로 인해 역사적으로 소외됐던 오세아니아의 문화와 환경을 투영한다”고 설명했다.

서상희 작가의 '메타가든 속 가상정원'  실제 식물을 천장으로부터 길게 매달아 그림자가 가상 정원에 비치게 해 가상과 현실의 공간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서상희 작가의 '메타가든 속 가상정원'  실제 식물을 천장으로부터 길게 매달아 그림자가 가상 정원에 비치게 해 가상과 현실의 공간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서상희 작가의 '메타가든 속 가상정원'. (사진=설재혁 기자).
서상희 작가의 '메타가든 속 가상정원'. (사진=설재혁 기자).

서상희 작가의 '메타가든 속 가상정원'은 실제 식물을 천장으로부터 길게 매달아 그림자가 가상 정원에 비치게 했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이다. 관객들과 식물 그림자가 디지털 가상 정원 속에 함께 비쳐 메타버스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 같다.

광주 출신의 박상화 작가의 '공중비디오정원'. (사진=설재혁 기자).
광주 출신의 박상화 작가의 '공중비디오정원'. (사진=설재혁 기자).

광주 출신의 박상화 작가의 '공중비디오정원'은 박스 구조물에 프로젝션 맵핑 기법을 활용해 첨단 무릉도원을 만들어냈다. 작품 안 구조물에 앉아 쉬며 하늘, 꽃 등 자연의 풍경들을 관람 할 수 있다. 또 비춰지는 풍경들이 관람객에도 새겨져 현실의 ‘나’와 가상의 ‘자연’이 하나 됨을 느끼게 한다.

노상희 작가의 ‘우리가 사는 세계’는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날씨 정보를  제주 주상절리 주변과 담양 소쇄원이라는 특정 공간에 구현하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노상희 작가의 ‘우리가 사는 세계’는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날씨 정보를  제주 주상절리 주변과 담양 소쇄원이라는 특정 공간에 구현하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 “기상‧자연 빅데이터가 예술로”

데이터를 활용해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 단연 압권이었다. 금민정 작가의 ‘바람과 비, 그리고 그날의 기억’은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상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제주 주상절리 주변과 담양 소쇄원이라는 특정 공간의 영상에 관람객이 직접 입력한 날의 날씨 데이터가 화면에 겹쳐진다. 이날 전시를 관람한 이연주(36)씨는 “특별한 날을 추억해 볼 수 있는 콘텐츠라서 감명 깊다”며 “지난해 겨울, 눈 내린 날 추억이 떠올라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박고은 작가의 '식물의 몸짓, no 2'. (사진=설재혁 기자).
광주 출신의 박고은 작가의 '식물의 몸짓, no 2'. (사진=설재혁 기자).

광주 출신의 박고은 작가의 '식물의 몸짓, no 2'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나무의 미세한 움직임을 1만 6천 개의 포인트 클라우드로 보여준다. 작가는 2016년 핀란드의 한 단풍나무가 빛에 의해 변화하는 순간들을 지상파 레이저 스캐너(TLS)로 촬영, 수치를 기반으로 나무의 움직임을 포인트 클라우드로 구현했다. 실시간 빠르게 변하는 나무색에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노상희 작가의 ‘우리가 사는 세계’. 미세먼지를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몸의 세포와 신경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사진=설재혁 기자).
노상희 작가의 ‘우리가 사는 세계’. 미세먼지를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몸의 세포와 신경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사진=설재혁 기자).

대전 출신 노상희 작가의 ‘우리가 사는 세계’는 예술가와 과학자가 융복합 작업을 할 수 있는 ‘아티언스’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됐다. 과학적으로 미세먼지를 측정, 우리 몸의 세포와 신경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세포는 오각형으로 표현돼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실시간 변화를 구현한다. 자연스레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소수빈 작가의 ‘신-생태계의 휴리스틱’. 식물을 담은 카트가 자율주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소수빈 작가의 ‘신-생태계의 휴리스틱’. 식물을 담은 카트가 자율주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소수빈 작가의 ‘신-생태계의 휴리스틱’.  식물들의 상태가 온도, 습도, 조도를 측정하는 칩에 의해 모니터로 보여진다. (사진=설재혁 기자).
소수빈 작가의 ‘신-생태계의 휴리스틱’. 식물들의 상태가 온도, 습도, 조도를 측정하는 칩에 의해 모니터로 보여진다. (사진=설재혁 기자).

식물을 담은 카트가 자율주행을 하는 작품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수빈 작가의 ‘신-생태계의 휴리스틱’은 식물과 기계가 결합해 식물들도 이동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직관적 물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식물들의 상태가 온도, 습도, 조도를 측정하는 칩에 의해 모니터로 보여진다. 물을 찾아, 적정한 온도를 찾아 식물들이 이동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팬데믹으로 비대면 생활을 강요받고 있는 현재 첨단 기술과 융합한 예술의 ‘가상 정원’을 통해 관람객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김민경 학예연구사는 “AI 기반 융합 미술 작품들이 하나의 영상 이미지로 보여 관람객이 인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많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숨어 있다”며 “기술과 예술이 융복합으로 협업하는 시대가 왔고, 비대면 시기 테크놀로지 속에서 힐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나 인연’은 8월 15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사진=설재혁 기자).
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나 인연’은 8월 15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사진=설재혁 기자).

이 밖에도 1950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 강용운 작가 탄생 100주년 전시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소장품 가운데 광주‧전남에 연고를 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난 인연’이 전시되고 있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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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미술과 기술의 융합은 시대의 흐름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 정원을 표현한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메타버스 속에서 우린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광주시립미술관은 코로나19로 하루 8차례 예약 관람 인원을 시간당 관 60명에서 30명으로 제한하고 온라인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특별한 전시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열기도 대단하다. 벌써 일주일 관람 예약이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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