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이 중국 쓰촨대학병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진행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굴함으로써 조기진단과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셔터스톡).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이 중국 쓰촨대학병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진행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굴함으로써 조기진단과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셔터스톡).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이 중국 쓰촨대학병원과 손잡고 치명적인 희귀암으로 알려진 미분화 갑상선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박지환 지스트 생명과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미분화 갑상선암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것.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불릴 만큼 진행 속도가 느리고 전이가 드물며 생존율이 높다. 또 다른 암들에 비해 재발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암은 암. 조심하면 착한 암일 수 있지만 자칫 방심하면 무서운 암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 가운데 일부는 '나쁜 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분화 갑상선암’은 치료가 힘들고 발병 후 진행 속도가 빨라 단기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1% 이내로 많지는 않지만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 바로 미분화 갑상선암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도 미분화 갑상선암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 핵심 조절 유전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지환 지스트 교수 공동연구팀은 '단일세포 분석 기술'을 이용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의 진행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굴함으로써, 미분화 갑상선암의 조기진단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 미분화 갑상선암 조기진단‧치료 위한 새로운 가능성 열어


박지환 지스트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단일세포 분석과 유전체 분석 등을 통해 갑상선암의 진행과정을 추적했다. 특히 이 연구에서 사용된 단일세포 분석 기술은 최근 생물학‧의학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 번의 실험으로도 수만 개의 개별 세포 내에서 발현하고 있는 모든 유전자의 발현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환 교수는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로 인체는 약 200여 종류, 50조 개 이상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전까지는 기술적인 한계로 여러 세포들의 집합체인 조직과 장기 수준의 연구가 진행돼 왔기 때문에 질병의 정확한 발생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단일세포 내 극미량의 유전정보를 증폭시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만 개의 단일세포에서 발현하는 2만 개 이상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환자 조직에 대한 단일세포 분석을 통해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소수의 암세포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러한 암세포가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인 분화갑상선암의 암세포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알아냈다. 미분화 갑상선암과 분화 갑상선암은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쳐 진행될 것이라는 기존의 가설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인 셈이다.

(A) 갑상선암 환자 조직을 이용해 단일세포 분석과 유전체 분석을 수행한 연구 모식도. (B) 단일세포 분석 결과,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소수의 암세포를 발견했다. 이러한 암세포는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인 분화갑상선암의 암세포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알아냈다. (사진=지스트 제공).
(A) 갑상선암 환자 조직을 이용해 단일세포 분석과 유전체 분석을 수행한 연구 모식도. (B) 단일세포 분석 결과,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소수의 암세포를 발견했다. 이러한 암세포는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인 분화갑상선암의 암세포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알아냈다. (사진=지스트 제공).

연구팀은 미분화 갑상선암 세포로의 진행을 유도하는 핵심 인자가 'CREB3L1'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는 암 전이와 암세포 대사 관련 다른 유전자 그룹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미분화 갑상선암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 저명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달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박 교수는 “CREB3L1 유전자는 특히 미분화갑상선암의 진행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향후 미분화 갑상선암의 초기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생물학 데이터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협업한다면,

향후 개인 맞춤 의학 시대에 더 많은 기회 열릴 것

박지환 지스트 생명과학부 교수. (사진=지스트 제공).
박지환 지스트 생명과학부 교수. (사진=지스트 제공).

그동안 박지환 교수는 생물학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많은 공동연구자와 신장질환을 주로 연구해왔다.

박 교수는 "알고 지내던 쓰촨대학병원의 신장질환 공동연구자의 남편이 갑상선암 연구에도 단일세포 분석 기술을 꼭 적용해보고 싶어 나를 소개해달라 했다"며 이번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박 교수는 "우리 연구진은 생물학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초생물학자고, 상대방은 임상의다보니, 서로 사용하는 용어나 연구 접근법 등이 달라 연구 결과를 놓고 토론을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행히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백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열띤 토론을 하다 보니 서로의 분야를 잘 이해하게 됐고,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일세포 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종양조직 내 여러 종류의 소수 암세포를 분석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약물 저항성이 있는 암세포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는 약물 조합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분석 기술을 통해 암에서 단순히 발현이 변화한 승객 유전자(passenger)가 아닌 암을 일으키는 핵심 운전자 유전자(driver)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암에도 적용해 조기진단과 치료 타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환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우리가 발굴한 CREB3L1 유전자의 갑상선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갑상선암의 림프선을 통한 전이 기작에 대해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단일세포 분석 기술을 통해 암이나 조직 섬유화가 발생하는 근본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박 교수는 "생물학과 의과학 분야에서는 단일세포 분석과 같은 기술을 통해 대용량의 생물학 데이터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인류의 영원한 난제일 것만 같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도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분석 및 AI 관련 전문인력과 회사에서 생물학 데이터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협업을 한다면, 앞으로 개인 맞춤 의학 시대에 더욱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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