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로봇암'이 예술과 만났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 1관에서 열리고 있는 ‘환상극장’ 전시는 산업용 로봇, 4차산업혁명 기술,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실험적인 전시다. 전시 공간을 만화경으로 꾸며 시공간을 초월한 빛의 가상공간을 연출했다.
국내 매체예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3장으로 구성, 15분 동안 시공간이 초월한 망원경 안에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양민하 작가의‘뛰는 여인들(Running Women): Moving Display Version’, 팀보이드(teamVOID)의 ‘이상한 구체(Odd Spheres)’, '코스모스 우주의 시공간을 거닐다’ 등 3개의 작품이 이터벌 영상 사이로 구성돼 하나로 이어진다.
28일 오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환상극장’ 전시관에 들어서자 육각형 모양의 신비로운 망원경 공간이 펼쳐졌다. 관람객들은 망원경 모양의 멀티미디어 공간 속에서 로봇암의 움직임과 디스플레이로 상영되는 콘텐츠를 바라보며 연신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4K 디스플레이로 다채롭게 꾸며진 영상도 마련됐다. 로봇암 3대 가운데 1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오픈 전시에서 설치되었던 ‘피타카’라는 작품의 로봇이다. 로봇암을 새롭게 재탄생 시키는 것을 목표로 4차산업기술과 문화예술을 융합한 키네틱 미디어 플랫폼(영상에 따라 공간을 움직이는 디스플레이 시스템)으로 다시 활용됐다.
관람객들은 육각형 모양의 작은 망원경 같은 반사터널을 지나 큰 만화경으로 입장하게 된다. 반사 터널 공간은 마치 관람객이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전시의 도입부 영상도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진 후 환상 극장이 시작된다.
알고리즘에 의해 그려진 선은 사람이 그린 선과 무엇이 다를까. 양민하 작가의 ‘뛰는 여인들(Running Women): Moving Display Version’의 작품 속 2백만 개의 선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그려졌다. 육각형 면에 채워진 여인의 발걸음이 수많은 선으로 표현된다.
수학적, 물리적 알고리즘에 따라 생성된 수많은 역학 벡터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초고속으로 촬영된 영상을 2차원 동작 벡터로 전환해 벡터는 다시 영상의 화소 값을 품은 채 2백만 개의 선을 제어한다. 이를 사람이 그린 선이 아닌 수학적으로 계산된 선이다. 낯선 선들의 정형화된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시각과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장인 팀보이드(teamVOID)의 ‘이상한 구체(Odd Spheres)’는 물리 법칙을 3D 모션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형형색색 구형들이 중력에 의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 구, 큐브, 원통 등의 움직임에 따라 로봇암의 움직임도 변형된다. 마치 서커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실시간 바뀌는 영상과 로봇암 디스플레이의 호흡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모션 퍼포먼스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팀보이드다. 배재혁 팀보이드 작가는 “로봇암이 가진 도구의 역할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남길 원했고, 미디어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환상극장을 기획했다”며 “물리적인 움직임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프레임을 벗어난 공간을 이용한 표현 방법 등이 기획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상한 구체’는 처음부터 로봇 모션을 고려해 제작된 작품이다. 배 작가는 “팀보이드의 주요한 작업 주제는 시스템”이라며 “시스템의 여러 가지 속성 중 논리적인 접근에 의해 발생되는 복잡함 혹은 완벽함 등을 표현하는 것을 작업의 큰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기본 물리 규칙만이 존재하는 시스템 속에서 그 밖의 다른 물리적인 특성(물성, 마찰력 등)을 없애면서 발생되는 완벽하지만 낯선 장면들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3장 ‘코스모스 우주의 시공간을 거닐다’에서는 우주의 거대한 서사가 펼쳐졌다. 망원경 속에서 펼쳐지는 우주 공간에 모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주의 거대함 속에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품어져 나왔다. 그 속에서 움직이는 로봇암과 우주의 매칭이 새롭게 다가왔다. 음악 또한 웅장하고 긴장감이 넘쳐 몰입도를 높였다.
이번 전시는 앞으로 지역의 예술 분야 작가나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유상욱아시아문화원 ACT기획팀 대리는 “이번 전시는 시범 콘텐츠 성격으로 각각 다른 작가들의 콘텐츠를 키네틱 미디어 플랫폼에 적용을 했을 때 어떻게 나타나는지 하나의 쇼케이스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 작가, 학생들이 개방형 플랫폼 접근할 수 있게 확대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상극장은 오는 11월 14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 1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팀 보이드 (teamVOID)
로보틱스 아티스트 배재혁, 송준봉, 석부영 작가로 이루어진 팀이다. 3명의 젊은 창자자들이다. 팀보이드는 2015년부터 로봇을 활용해 작업을 시작해왔다. 송준봉 작가와 배재혁 작가는 기계 공학을 공부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시스템적 관점에서 작업을 시도하는 미디어 아트 그룹이다. 로봇, 인터랙티브 미디어,키네틱 조형, 라이트 조형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그것을 작품으로서 구현한다.
팀 보이드는 이번 '환상극장' 전시에서 로봇암을 이용한 퍼포먼스의 아이디어를 내고 전체적인 로봇 모션을 기획했다. 배재혁 작가에 따르면 주로 소형·중형 로봇을 사용해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로봇을 사용해 영상과 로봇의 움직임 동기화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로 대형로봇을 활용한 대형 프로젝션 공간의 작업도 성공했다.
양민하 작가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산업 디자인을, 대학원에서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웹 작업 및 인터렉티브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디자인 및 웹 디비전 관련 어워드를 수상하며, 미디어 아트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 왔다. 현재 다양한 미디어 아트 및 디자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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