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실내 감염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전남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AI를 활용한 최적의 실내 환기 기술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추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겨울철 실내활동이 늘어나면서 감염 위험도 커지고 있어 이번 연구 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번 연구는 강현욱 기계공학부 교수(교신저자)와 김나경 박사과정생(제1저자)의 주도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AI 기술을 활용해 실내에서 발생한 초미세입자나 바이러스 같은 유해물질의 양과 분포 위치에 따라 환기의 최적 작동 조건을 제시했다.
통상 실내 공기의 움직임은 환기구 구동 조건이나 유입구의 위치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공기 중 유해물질의 분포에 따라 효율적유동 패턴을 예측하도록 훈련됐다. 이를 통해 예측된 패턴을 기반으로 환기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어 최적의 실내 환기가 가능하다는 것.
AI 기술은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 도구로 역할
…삶의 질 향상 및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
전남대 연구팀은 "이 기술이 실내 감염성 바이러스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실내 감염 전파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측면에서도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 건축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Building and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에 참여한 강현욱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가 실내 환기뿐만 아니라 건물에너지 소비 효율 증대, 자동차 내부 환경 최적화, 실내 안전사고 예방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AI 기술이 코로나 방역뿐만 아니라 의료와 국방, 교통,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 교수는 "앞으로 AI 기술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될 것"이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다른 형태로 발생할 때, AI 기술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훌륭한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인터뷰】 강현욱 전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와 같은 공기 중 유해물질로 인해 인류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더불어 하루 중 평균 95% 이상의 시간을 실내에서 활동하는 현대인의 생활 환경을 고려할 때 실내 공기질 관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한 현재 보급되고 있는 다양한 실내 환기 및 정화 장치의 경우 동일한 장비를 동일한 공간에서 사용하더라도 설치되는 위치와 운영 조건에 따라 공기 중 유해물질의 제거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알게 됐다.
특히 공기라는 물질의 특성상 최적의 사용 환경 조건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전산유체역학 기법을 통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몇 가지 경우에 대해서만 비교 검증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AI 기술을 이용한다면 빠른 시간 내 최적의 환기 및 사용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본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AI 기반 최적 실내 환기 기술 연구는 병원의 격리실‧수술장, 지하철 역사와 같은 지속적으로 환기가 필요한 공간에서 쓰이는 상부 급기‧하부 배기(Over-platform Supply‧Under-platform Supply Ventilation) 시스템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다수의 급기구와 배기구가 설치된 환경에서 실내 공기 중 오염원의 위치 및 분포에 따라 모든 급기구와 배기구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환기 방법보다 급기구와 배기구를 선택적으로 사용했을 때 더욱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오염원을 제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조건들을 토대로 다양한 환기 조건들을 자체 개발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on Network, ANN) 알고리즘을 이용해 학습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상황에 따라 최적의 환기 조건을 제시하는 AI 기술과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AI 모델 학습 시, 데이터를 어떠한 방식으로 전처리 가공해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AI의 예측 성능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실내 공기 중 유해물질 데이터(유해물질의 분포‧농도 등)와 유체역학적 데이터를 학습시키고자 실내 공간을 균일한 부피로 분획하고 각각의 공간 안에 있는 데이터의 평균값을 얻어내는 과정을 거쳐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과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는 실내 환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중이용 시설에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으로의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돼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창문을 열어두는 자연 환기 방법은 외부 환경이 청정할 경우 유용할 수 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황 등 외부환경이 좋지 않을 시에는 오히려 실내 환경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번 연구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AI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주어진 환경 조건에서 유해물질의 분포 및 확산 가능성을 예측하고 해당 상황에 최적으로 적용 가능한 환기장치 작동 조건을 제시한다. 실내 환기장치 운영 시스템과 연동해 적용함으로써 항상 최적의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유체역학적 변수 예측‧응용 기술은 기존 물리학 법칙에 기초한 공학기술의 활용 방안과 그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킨 결과로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AI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나, 다양한 공학적 결과의 응용‧활용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와 숙련자에 의존했던 많은 공학적 문제를 비전문가와 비숙련자도 손쉽게 다루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국방,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이용한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실내 환기뿐만 아니라 건물에너지 소비 효율 증대와 자동차 내부 환경 최적화, 실내 안전사고 예방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활용과 응용이 진행될 것이다.
현재의 연구는 특정 실내 공간 내에 부유하게 되는 공기 중 유해물질의 공간 분포와 농도 등을 일정 수준 이상 측정해야 하는 기술적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현재의 센서 기술은 이러한 공간적 분포를 측정하는 데 있어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재 우리 연구그룹은 이를 극복하고자 광학적 기법과 더불어 실내 내부의 기류 조건을 바탕으로 특정 위치에 설치된 센서에서 측정되는 국부적 데이터만을 이용해 실내 공간상 유해물질의 분포도를 예측해내는 가상센서 기술을 AI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환기 기술뿐만 아니라 공기정화기 및 주방후드와 같이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공기정화 장치들의 운영 조건 및 사용 효율을 AI 기술을 바탕으로 극대화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특정 분야가 아닌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다른 형태로 발생할 때 AI 기술은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이 인류사회의 필수요소가 된 AI 기술이 특정 계층의 독점을 통한 경제적 이익 극대화에만 사용되지 않고, 소외 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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