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렵습니다. 재료값까지 폭등했습니다. 지금도 간신히 버티는데, 최저임금까지 올랐으니 알바생 쓰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요새 음식점에 로봇들이 많이 보이던데, 저도 도입을 고민 중입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23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이같이 말했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재료값이 대폭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까지 상승하자 더이상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근무시간 제한도, 최저임금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로봇 도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과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주방 혁신에 나서는 기업들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인화 추세'가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209시간 기준 201만 580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을 살펴보면 2018년 7,530원(인상률 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2021년 8,720원(1.5%), 올해 9,160원(5.1%)이다. 5년 새 2,000원이 넘게 올랐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한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5.0%의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하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중기중앙회가 경총과 함께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대응 방법으로 ‘신규 채용 축소’(36.8%), ‘기존 인원 감축’(9.8%) 등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답변이 46.6%에 달했다.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소상공인 67%가 ‘올해 최저임금 수준도 부담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 시 대처 방안으로 ‘기존 인력 감원’(34.1%), ‘근로시간 단축’(31.6%) 등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65.7%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물가 고공행진에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확정돼 업계의 무인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빙로봇, 키오스크 등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이 장점이다.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손님들이 신기해 하기도 하고, 직원을 1~2명 더 두는 것에 비해 인건비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고 밝혔다.
직원 1명당 월 150만~200만원의 인건비가 투입되지만, 로봇으로 대체할 경우 일정 렌트비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통상 서빙로봇 렌트비는 월 60~80만원 수준이다. AI 로봇,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조리 기술로 주방 혁신에 나서는 기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빙 업무를 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셰프들의 높은 연봉도 소상공인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첫 공개된 비욘드허니컴의 'AI 셰프 로봇'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욘드허니컴은 셰프의 음식을 분자단위로 분석을 하고 동일한 맛으로 재현해 내는 'AI 셰프 로봇'을 개발했다. AI가 조리 과정 전체를 정밀하게 재구성해 로봇 팔로 똑같은 맛을 구현해낸 것. 분석한 정보를 수치화한 뒤 데이터로 축적하면, AI가 이를 48시간 학습하고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AI 조리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인건비 상승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외식업계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무인화 전환' 분위기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건비 부담으로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편,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소상공인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무력화시키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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