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깨문 사과' 모양 로고는 심플하고 파격적인 회사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 디자인을 두고 그 탄생배경을 여러가지 방향으로 추측해 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역사상 유명한 사과들을 모두 소환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이 로고는 1977년 애플2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할 때 함께 공개됐다. 하지만 그 전에 사용한 로고에는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그림이 있었다. 당시 로고는 뉴턴에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리게 해주었다고 주장하는 그 사과에 맞을 것 같은 뉴턴이 그려져 있다. 

애플 초기 로고(사진=구글 캡쳐)
애플 초기 로고(사진=구글 캡쳐)

따라서 애플사를 창립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혁명적인 생각을 상징하는 뉴턴의 사과에서 회사의 이름과 이미지를 떠올린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여러가지 해석이 있었다. 

사실 이전에도 로고 제작자 롭 자노프(Rob Janoff)는 여기저기에 로고의 물린 자국에 대해 인터뷰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 즉 진실은 실망스럽고 지루했기 때문에 그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베어 먹은 사과 중 가장 유명한 두 가지를 떠올렸다. 

첫째는 동화책에 나오는 백설공주의 사과였고, 다른 하나는 앨런 튜링(Alan Turing)이 먹고 죽음을 맞이한 청산가리가 묻은 사과였다. 이중 백설공주의 사과는 애플사의 이미지와 아무런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시선은 튜링의 사과로 쏠렸다. 튜링은 많은 사람들이 현대 컴퓨팅의 아버지라고 부르기 때문이었다.

앨런 튜링의 일러스트 초상화(사진=셔터스톡)
앨런 튜링의 일러스트 초상화(사진=셔터스톡)

IT전문 매체 슬래시기어는 애플의 로고에 대한 진실을 다시 한번 밝히기 위해 관련 기사를 보도했는데, 역시 앨런 튜링의 사과에 대해 소개했다. 슬래시기어는 튜링이 현대 컴퓨터의 기반이 되는 토대를 마련한 것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해독을 위해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컴퓨팅 머신을 만든 것 등을 소개했다.

또한 슬래시기어는 "최근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된 기사와 논문에 튜링이 언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른 바 튜링테스트(Turing Test)라고도 알려진 일종의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가 컴퓨터라는 사실을 모르게 하는 게임으로 AI의 인간 모방 숙련도에 관련된 테스트이다. 이처럼 튜링은 컴퓨터와 관련되어 회자될 이유가 충분한 사람이다.

이 튜링의 삶은 기구했다. 독일군의 암호를 빠르게 해독하여 수많은 군인의 생명을 구한 전쟁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택연금을 당하고 화학적 거세까지 당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동성애를 최악의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고, 동성에 대한 정욕을 화학적으로 끊어내면 '죄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다양한 애플 로고(사진=셔터스톡)
다양한 애플 로고(사진=셔터스톡)

하지만 화학적 거세까지 당한 튜링은 몸과 마음의 깊은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마치 독사과를 먹은 백설공주처럼 사과에 청산가리를 바르고 그 사과를 베어 문 뒤 쓰러졌다. 그는 죽었고, 그의 시체 옆에는 한 입 베어 먹은 사과가 놓여 있었다. 물론 동화처럼 그를 키스로 깨워줄 왕자는 없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애플 로고의 사과 깨문 자국이 이 앨런 튜링의 비극적인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그 풍문은 충분히 설득력 있고 의미심장했다. 하지만 로고 제작자 롭은 슬래시기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실망스런 진실을 말했다.

롭은 “내가 진짜 이유를 설명하면 그것은 일종의 실망”이라며 “사람들이 체리라고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한 입 베어 물은 자국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롭은 깨물다는 뜻의 ‘bite’와 컴퓨터 용어인 ‘BITE’를 연결한 것은 천재적이었다는 인터뷰어의 말에 “당시에는 그 용어조차 알지 못했다”며 “단지 우연히 컴퓨터 용어이기도 했다"고 답해 또 한번 세간의 환상을 깼다.

메킨토시 컴퓨터에 새겨져 있는 애플사의 두번째 로고(사진=셔터스톡)
메킨토시 컴퓨터에 새겨져 있는 애플사의 두번째 로고(사진=셔터스톡)

이어진 인터뷰에서 롭은 원래 애플로고에 있었던 여러 색의 가로 무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는 앨런 튜링의 일화와 연결되어 다양성을 상징하는 색조합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롭의 말에 따르면 “그 로고는 단지 상자에 담긴 사과를 형상화 한 것”이며, “로고가 잘 어울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톤과 컬러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롭은 "스티브 잡스는 (사과가) 상자 밖에 있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로 무늬를 입힌 사과를 한입 베어 문 디자인 아이디어를 좋아했다”며 “회계 담당자의 이의 제기가 있었지만 무시됐고 로고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회고했다.

AI타임스 이성관 객원기자 busylif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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