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을 느낄 수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C형 간염을 진단하는데 인공지능(AI)이 활용된다. 영국의 국가의료체계(National Health System, NHS)가 C형 간염의 진단과 치료에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가디언이 단독 보도했다.
C형 간염은 대개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간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이후에야 알게 된다. 이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리는 이 질병은 많은 사람들이 걸린 줄도 모르고 산다. 치료를 하지 않고 놔두면 목숨도 위협받게 된다.
C형 간염의 치료는 의약기술 발전으로 현재는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감염 여부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영국의 공공의료체계인 NHS가 C형 간염의 조기 발견을 위해 AI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AI는 NHS 가입자들의 방대한 의료 기록들을 검토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특히 수혈이나 후천성 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 검사 기록과 같은 핵심 위험 요인들을 들여다 보게 된다.
이 새로운 스캐닝 과정에서 C형 간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된 사람들은 주치의(GP)와의 상담 및 정밀 진단을 받게 된다. 이어 바이러스 테스트가 양성으로 나오면 NHS가 제휴을 맺은 3대 제약회사의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영국의 의료체계는 개인 병원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NHS의 양축으로 구성돼 있다. NHS가입자는 주치의 개념의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 GP)를 개별적으로 지정받아 상시 상담 및 진료를 받는다.
NHS의 ‘C형 간염 박멸 프로그램’을 이끄는 그레이엄 포스터 교수는 “바이러스로 위기에 처한 환자들을 찾아내고 검진하는데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쓸 것”이라며 “수천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형 간염은 수만 명의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치명적 질병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계획과 같은 혁신적인 환자 검진 기획으로 바이러스를 조기 발견해 많은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형 간염은 보통 혈액에서 혈액으로 전염된다. 특히 마약을 주사하는데 쓰이는 주사 바늘을 소독하지 않고 함께 쓰면 전염될 수 있다. 미국의 유명 배우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은 약물 남용 전력이 있는 가수 토미 리(Tommy Lee)와 결혼한 뒤 문신을 새기면서 바늘을 함께 사용했다가 C형 간염에 걸렸다. 감염 당시 55세였던 그녀는 항 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완쾌됐다.
NHS의 직원들은 바이러스 테스트를 할 수 있고 간 손상을 탐지할 수 있는 휴대용 검진기를 갖춘 트럭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커뮤티니들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 전세계 C형 바이러스 퇴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앞서 국내에서부터 이 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