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공연, 빛나는 의상이 펼쳐지는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는 6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경연대회는 유럽방송연맹 회원국의 신청자들이 노래, 춤 등 순위를 가리는 유럽 음악 경연 대회다. 이 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인공지능(AI)이 만든 노래로 경쟁하는 경연 대회가 유럽에서 열린다.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10일 AI를 활용해 만든 노래로 겨루는 경연대회인 AI 송 컨테스트가 벨기에 리에주시에서 열린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리에주시는 2020년부터 매년 AI 송 컨테스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에는 전 세계의 데이터 과학자, 프로그래머 및 음악가들이 참여한다. 올해 AI 음악 경연대회에는 46개 팀이 참가해 결승에 15개 팀이 올랐다.
AI가 만든 노래는 과학자와 음악가로 이뤄진 팀 전체가 원하는 곡을 만들기 위해 수개월 동안 고군분투하면서 알고리즘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제공한 결과다.
올해 두 번 째 참가하는 갈라시아 팀 팸프(PAMP) 팀은 ‘AI-라레로(Lalelo)’라는 곡을 만드는 데 4개월이 걸렸다. 이 곡은 스페인 갈라시아 지역의 언어, 전통, 문화를 지키고 있는 여성들을 기리는 노래다. 이들은 언어 모델 AI인 GPT-3를 활용해 스페인 북서부에서 약 240만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수 언어 갈리시아어를 학습시켰다.
팸프 팀의 조엘 카바는 “AI 도구는 소수자 언어가 아닌 주 언어로 작동한다”며 “가사의 경우 GPT-3에서 구사할 수 있도록 갈리시아 말뭉치(텍스트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놓은 언어 자료)를 개발해야 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기록보존소에서 구할 수 있는 400개의 유명한 스페인 노래와 문학에 사용되는 시적인 형태의 민요와 시적인 형식 등을 활용해 곡을 만들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중심 주제가 주어지면 기록들을 활용해 가사를 생성했다. 팀은 일부 맞춤법 오류만 수정하고 몇 가지 작은 수경 작업을 했다.
노래의 멜로디는 오픈소스 연구 프로그램인 구글 마젠타(Magenta)에서 영감을 얻고 갈라시아식 전통 민요를 모델로 한 것으로, 트랙에 사용된 음악, 악기 등은 DDSP(차동 디지탈 신호처리) 시스템에 의해 녹음됐고 머신 딥 러닝을 활용해 거의 모든 사운드를 재생했다. 마지막으로 팀원들이 소리를 추가하고 저음 등을 덧붙이는 개입을 했다.
카바 팀원은 “소리가 자연스럽지만 악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인공적으로 연주된 것으로 가수들 중 한 사람의 음성 및 음색이 AI에 제공되면 똑같이 노래하는 법을 학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곡과 어울리는 동영상도 AI가 만든 것으로, 전형적인 갈리시아 장면을 선택했다.
대회 심사는 대학, 기술연구센터의 AI 전문가로 구성된 30명의 전문가 패널이 하게 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뮤직, 워너뮤직과 같은 회사들이 참여해 멜로디나 가사 등을 심사한다. 심사위원들은 노래의 제작에 포함된 알고리즘, 모델, 코드뿐만 아니라 이면의 창조적 과정을 평가하게 된다.
카바 팀원은 “AI-Lalelo는 팀원과 AI 사이의 공동 제작 프로세스의 결과”며 “다양한 알고리즘이 들어있지만, 기술적인 작업의 일부가 되는 감성적 요소도 들어 담겨 있다. 팀원들로부터 제공되는 감정적인 피드백도 또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가지 요인의 결합으로 새로운 공명과 새로운 뉘앙스를 찾을 수 있었다. 공동으로 AI와 함께 한 모든 단계를 통해 다양한 창의적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무대에서의 공연이나 번쩍거리는 의상, 혹은 시각적 현란함이 없을 수도 있지만, AI 노래 경연은 오프라인 경연대회만큼이나 경이로운 경험을 줄 전망이다. AI 노래 경연의 가사는 흔히 사람들의 일상적인 경험을 묘사한 데 그치지 않는다.
AI 송 컨테스트는 AI가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탐구하고 머신러닝과 딥러닝 분야에서 어느 나라가 앞서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계로 만들어진 예술과 음악이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덜 정교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AI 노래 경연은 이처럼 심오한 창조적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데 사람의 노력이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도 보여준다.
AI타임스 이한선 객원 기자 griffin1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