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원 KISTI I 오픈XR 플랫폼 융합연구단장​​​​(전 부원장, UST 교수)
조금원 KISTI I 오픈XR 플랫폼 융합연구단장​​​​(전 부원장, UST 교수)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 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 일렉트론과 ASML이 참여한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구매할 거의 모든 길이 막히게 됐다.

이에 앞서 미국은 고성능 인공지능(AI)과 학습용 반도체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14나노 공정보다 앞선 반도체 생산라인 장비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14나노 기술은 최신 기술보다 3세대 뒤지지만 중국에서는 핵심분야를 육성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지난 2016년 6월에 중국은 세계 1위에 등극한 타이후라이트 슈퍼컴퓨터에 독자 개발한 CPU를 사용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SMIC가 28나노 공정으로 만든 SW26010 CPU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핵무기 실험에 사용했다는 혐의로 인텔칩 수출을 금지한 상태였다. 이전 3년간 중국은 인텔칩을 사용해 세계 2위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했었다.

이후 미국은 지난 6월에 세계 최초로 1.1엑사플롭스 연산속도를 갖는 슈퍼컴퓨터를 개발, Top 500 리스트에서 1위에 올려놓았다.

공식적으로 알려진바는 적지만 중국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데이비드 카너 아시아기술정보프로그램(ATIP) 회장은 SC21 BoF 세션에서 "2021년에 중국이 자체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두 대의 엑사스케일급 슈퍼컴퓨터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션라이트' 슈퍼컴퓨터다. 타이후라이트의 후속제품으로 1.05 엑사플롭스 성능을 지니고 있다. 해양과학분야 활용을 목적으로 14나노 공정으로 자체 개발한 SW26010프로 CPU를 사용해 개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국제 공식사이트인 Top500 리스트에 등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고든 벨 수상 후보로 지명된 3개 팀의 논문에서 관련 내용이 일부 공개됐을 뿐이다.

두 번째 중국 엑사플롭스 시스템은 '텐허-3'이다. 2010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Top500 리스트에서 1위를 달성한 '텐허-1A'의 후속 제품이다. 첨단 나노기술과는 거리가 있고, 전력 사용문제 등은 자세히 발표되지 않았지만 산학연관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극대화한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첨단 인프라는 초고속 인터넷과 슈퍼컴퓨터로 구성된다. ICT 강국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슈퍼컴퓨팅 영역까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뿐만아니라 일본도 정부 지원과 대기업 참여가 매우 자연스럽고 긴밀하게 이루어진다. 수요를 제기하고, 함께 설계해 제작하거나 공공영역에서 활용하기까지 생태계 순환이 매우 자연스럽다.

우리도 이해관계를 떠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첫 발을 떼야 한다.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는 기술에서 출발하면 된다. 이를 지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분야에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삼으면 파급효과가 크고, 수요처도 다양하게 발굴할 수 있다. 전통적인 계산과학, 데이터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까지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도 중요하다. 그들의 성공 또는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만의 길을 닦으면 된다. 플랫폼 및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 미국과 중국의 슈퍼컴퓨터 패권전쟁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속에 우리가 슈퍼컴퓨팅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필요한 모범답안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원 KISTI 오픈XR 플랫폼 융합연구단장​​​​ ckw@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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