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개입 없이도 계약 협상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처음으로 공개돼 화제다.
CNBC는 7일(현지시간) 영국 AI 기업인 루미넌스가 사람의 개입 없이 알아서 계약 협상을 하는 ‘오토파일럿(Autopilot)'이라는 AI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오토파일럿은 루미넌스가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계약서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변경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다.
이에 따르면 루미넌스는 2016년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수학자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변호사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법률 문서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오토파일럿은 변호사가 일상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서류 작업의 상당 부분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상적인 서류 작업은 AI가 담당하고, 변호사는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중요한 곳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루미넌스에 따르면 법무팀은 일상적인 문서를 검토하고 협상하는 데 업무시간의 약 80%를 소비하고 있다.
예거 글루시나 루미넌스 디렉터는 "AI가 워드로 계약을 시작하는 것부터 조건에 이르기까지 AI와 협상하는 것"이라며 "이 AI는 법적으로 훈련됐을뿐더러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루미넌스는 런던 본사에서 오토파일럿이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다른 AI와 계약·협상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미넌스와 루미넌스 고객사 중 한 곳인 리서치 회사 간의 기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오토파일럿은 상대 AI와 함께 계약 조항을 분석하고 변경하는 등 계약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를 완료했다. 계약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분에 그쳤다. 사람이 필요한 유일한 단계는 계약서에 서명할 때뿐이었다.
오토파일럿은 논쟁이 있는 조항을 빨간색으로 강조 표시하는 것으로 시작해 해당 조항을 더 적합한 것으로 변경하고, 진행 과정에 변경된 사항들은 따로 기록했다.
회사 정책에 반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를 수정해 자동으로 초안을 다시 작성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6년으로 명시돼 있는데, AI가 회사방침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 자동으로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수정하는 식이다.
글루시나 디렉터는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무팀이 NDA가 체결되기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라 수익 창출, 새로운 계약, 일반적인 거래가 지연되기도 한다”라며 “이는 AI가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글루시나는 '챗GPT'나 '클로드' 등은 범용 플랫폼이기 때문에, 법률업계는 오토파일럿과 같은 특화된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루미넌스는 오토파일럿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로펌과 컨설팅 회사 등을 상대로 연간 구독제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