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AI 법' 합의에 이은 세부 사항 회의에서 강력 규제대상인 범용 인공지능(GPAI)의 기준이 계속 변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오픈AI의 'GPT-4' 등 미국을 염두에 두고 규제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테크크런치는 12일(현지시간) EU의 집행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AI 법 입법 과정에서 위험 모델의 기준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 점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간주해 엄격한 추가 규칙을 적용하는 프런티어 모델의 기준으로 누적 컴퓨팅 양이 엑사플롭스(EP)의 10만배에 달하는(Septillion) 모델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 수치에 도달한 유일한 모델로 GPT-4를 꼽았으며, 구글이 최근 공개한 '제미나이'도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위는 이 기준이 단지 "초기 임계값"일 뿐이며, 입법 과정을 거치며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추후 'AI 사무국'이라는 전문가 감독 기관을 설립, 새로운 기준점과 통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제의 컴퓨팅 양은 EU가 파악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EU 관계자는 "챗GPT나 제미나이 또는 중국 모델의 플롭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판단할 공식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는 단지 학술적인 근거에 의해 누구나 프론티어 모델로 인정할 만한 기준을 밝히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EU의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컴퓨팅 사용량은 각 회사가 자체 평가하며, 위험군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AI 제조사의 몫"이라며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두고 만든 기준이 아니며, 실제 합의 과정에서 어떤 회사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평가 기준도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도 있으며, 아예 다른 기준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오픈AI나 미국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번 EU의 합의로 오픈AI가 강한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반길 리 없다. 이대로라면 오픈AI는 ▲시스템 카드를 통해 세부 사항을 공개하고 ▲모델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등 영업 비밀에 관한 부분이 노출되며, 심지어는 저작권 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또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날부터 시작한 세부 사항 조율에서 '숨겨진 악마'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1, 2월 나오는 안건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13일부터 11차례에 걸쳐 예정된 기술 회의에서 EU 정부 관료와 의원들이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서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학습 데이터 저작권 문제, 프론티어모델 규제안 등 민감하고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정하게 된다.
한편 파운데이션 모델 제재를 강하게 반대했던 프랑스는 이번 합의에 불만을 표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의 합의안이 미국이나 영국, 중국 등에 비해 유럽 기술 기업을 불리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툴루즈에서 열린 연설에서 “이번 법으로 우리가 앞으로 생산하거나 발명할 수 없는 것들을 규제하게 됐다"라며 "이는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향후 세부 사항 합의를 앞두고 새로운 갈등을 예고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독일, 이탈리아와 법 통과 방지에 관해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