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실리콘)
(사진=하이실리콘)

중국 화웨이의 최신 노트북에 탑재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5나노(nm) 미세공정 기반 프로세서가 사실은 중국 기술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만 TSMC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시행 이전에 화웨이에 공급했던 5나노 반도체 물량 재고인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조사기관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노트북 '칭윈 L540(Qingyun L540)'을 분해한 결과, 2020년 대만 TSMC에서 제조된 5나노급 프로세서인 '기린 9006C(Kirin 9006C)'를 탑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 8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자국 업체인 SMIC가 만든 7나노급 프로세서를 장착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한 데 이어 칭윈 L540 노트북까지 출시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5나노미터급 프로세서 개발에도 성공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만약 SMIC가 7나노보다 앞선 공정인 5나노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면, 이는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를 무색게 하는 일이자 여러 국가의 반도체 경쟁력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테크인사이트는 화웨이 신형 노트북의 프로세서가 2020년 3분기경 생산된 제품으로 TSMC 5나노 공정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TSMC는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전까지 프로세서 등 제품을 위탁생산해 판매했는데, 당시 공급된 물량의 재고인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 물량이 아니라면 사실상 TSMC가 미국의 제재를 어기고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웨이가 이 프로세서를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은 미국이 반도체 부품과 장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시작하자 서둘러 핵심 반도체 제품들을 비축해 왔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 상무부의 거래제한 명단에 올라 수출 규제 대상이 됐지만, TSMC와 화웨이 간 거래 차단은 수출통제가 강화된 이후인 2020년이 돼서야 가능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통제에 대비해 지난 몇년간 반도체 연구와 비축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자국 내 공급업체 및 제조 제휴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일부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일부 전문가 예상대로 SMIC가 5나노 반도체를 제조했다면, 이는 수개월 만에 이뤄낸 상당한 기술적 성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노트북에 들어간 반도체가 대만산으로 확인되면서 중국 반도체 기술이 최첨단 기술에 가까이 다가왔지만, 여전히 최첨단 기술과는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화웨이와 TSMC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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