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애플의 '시리'에 챗GPT를 통합하며 아이폰을 통한 대규모 저변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출시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3일(현지시간) 애플이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능을 화려하게 선보였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출시가 훨씬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오픈AI는 당초 전 세계 20억대에 달하는 애플 장치를 통해 챗GPT를 출시할 경우, 빠른 사용자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비싼 클라우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무료로 애플에 기술을 제공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사용자 확장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애플 인텔리전스는 가장 비싼 최신 아이폰15 프로와 아이폰15 프로 맥스, M1 칩 이상이 탑재된 맥북 등에서만 작동된다.
아이폰 15 제품군은 출시 후 5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6900만대가 판매됐으며, 그중 프로와 프로 맥스는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애플 AI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은 4300만대 정도다.
출시 일정 자체도 뒤로 밀렸다. 지난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AI 기능 출시에 따른 문제를 줄이고 충분한 개발 시간을 벌기 위해 애플 인텔리전스를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그나마 아이폰 판매 촉진을 위해 챗GPT와 통합한 시리 영어 버전만 올해 중 미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전 세계 언어로 서비스가 확대되려면 몇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또 아이폰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제외해야 한다. 중국 당국의 검열에 맞춰 챗GPT를 손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애플은 중국 빅테크 모델 탑재를 추진 중이다.
지난 주말에는 유럽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 규정이 보안 정책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고 비난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말 미국에서 출시될 새로운 아이폰 16이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지만, 연내 챗GPT를 탑재한 아이폰은 당초 수십억대는 커녕 수천만대에도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기존 챗GPT 사용자는 여기에서 제외해야 한다. 챗GPT 웹사이트는 지난달 이미 20억건이 넘는 방문횟수를 기록했다. 'GPT-4o' 출시 직후에는 하루 방문자 수가 1억명을 넘기기도 했다.
게다가 애플은 챗GPT 말고도 구글의 '제미나이'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심지어 메타 '라마3'와 퍼플렉시티까지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본격 서비스될 내년부터는 다른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일부의 예측대로 챗GPT 사용자가 2배로 늘어나려면, 아이폰 등을 통해 적어도 1억명 이상의 사용자가 추가돼야 한다. 대신 오픈AI는 평소보다 30~40% 늘어난 인프라 비용을 내기 때문에, 상당수의 유료 회원을 추가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오픈AI는 애플에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