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유명한 타이타닉의 잔해를 디지털 트윈으로 복원한 작업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침몰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BBC는 8일(현지시간) 심해 지도 제작 회사인 마젤란(Magellan)이 애틀랜틱 프로덕션과 타이타닉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수중 4000m 아래에 잠겨있는 선박의 잔해를 디지털로 스캐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2022년부터 시작, 2023년 처음으로 디지털 트윈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온 증거를 수집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새로운 프로그램 '타이타닉: 디지털 부활'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전문 분석가와 학자, 선장 등이 출연해 디지털 트윈을 분석, 오랫동안 직책을 저버렸다는 혐의를 받았던 일등 항해사 윌리엄 머독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냈다. 구명보트의 위치를 통해 우현이 물에 잠기기 직전에 선원들이 진수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는 머독이 바다에 휩쓸려 갔다는 증언을 뒷받침한다.
마젤란은 수심 4000m에 묻혀 있는 선박 잔해를 촬영하기 위해 원격 잠수정을 동원, 200시간 이상 이미지를 촬영했다. 모든 각도에서 찍은 7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통해 3D 디지털 트윈 구축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선박의 상황은 물론, 프로펠러의 일련번호와 같은 세부 사항까지도 파악했다.
타이타닉은 1912년 빙산에 부딪혀 두 동강 나며 1500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를 일으켰다. 이번 디지털 트윈 구축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A4 용지 크기의 구멍으로 인해 선박이 침몰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얼음과 물이 객실까지 쏟아져 들어왔으며, 선원들은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를 위해 작업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타이타닉 분석가인 파크스 스티븐슨은 디지털 트윈에 대해 "이는 범죄 현장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원들의 영웅적인 행동 덕분에 많은 생명이 구해졌다며 "그들은 약간의 빛으로 구명보트를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조명과 전원을 끝까지 켜뒀다"라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실행한 시뮬레이션으로 더 많은 사실이 밝혀졌다. 런던대학교가 슈퍼컴퓨터와 첨단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침몰 당시를 재구성한 결과, 배는 빙산에 살짝 부딪혔지만 선체의 좁은 부분을 따라 일렬로 구멍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이 배는 방수 구역 4개가 침수되더라도 떠 있을 수 있게 설계됐지만, 빙산 피해가 좁지만 길게 6개 구역으로 확대됐다는 결론이다.
사이먼 벤슨 뉴캐슬대학교 조선학 교수는 "배가 침몰할지 아닌지는 종이 한장 크기만한 구멍의 미세한 차이로 결정됐다"라며 "작은 구멍들이 배 전체에 걸쳐 발생,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모든 구멍으로 물이 들어오며 배를 침몰시켰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밝혀낸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일부는 진흙 속에 묻혀 있고, 현재 구축한 디지털 트윈을 상세하게 살펴보는 데에도 몇년이 더 걸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에는 디지털 트윈이 처음 등장했던 2023년 당시 기술로는 찾아낼 수 없었던 점들이 새롭게 발견됐다.
스티븐슨은 "타이타닉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주고 있다"라며 "매번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