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선다운 (사진=인스타그램, thevelvetsundownband)
벨벳 선다운 (사진=인스타그램, thevelvetsundownband)

해외에서 인기를 끈 록 밴드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가짜 가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음악계의 우려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는데, 이런 트렌드를 사실상 막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이키델릭 록 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는 지난 6월 두장의 앨범을 낸 뒤 스포티파이 100만 청취자를 확보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14일에는 세번째 앨범도 추가했다.

이들은 보컬리스트 게이브 패로, 기타리스트 레니 웨스트, 베이시스트 마일로 레인스, 드러머 델 마 등 4인조로 구성된 그룹이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인기를 끌고 많은 사람들이 배경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밴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밴드는 X(트위터)를 통해 이를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주장하며 "캘리포니아의 비좁은 방갈로에서 땀 흘리며 긴 밤을 보내며 진짜 악기, 진짜 마음, 진짜 영혼으로 쓴 우리 음악"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AI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포티파이의 경쟁 플랫폼인 디저(Deezer)는 "이들의 앨범이 100% AI로 제작됐다"라고 폭로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부터 AI 생성 음악을 감지하는 도구를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디저는 자신들의 플랫폼에 업로드된 음악의 약 20%가 AI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앞서 이 회사는 AI 생성 음악이 하루 2만곳 전체의 18%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밴드는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벨벳 선다운은 인간의 창의적 지휘에 따라 작곡, 보컬, 그리고 시각화까지 모든 과정을 AI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합성 음악 프로젝트"라며 "이것은 속임수가 아니라, AI 시대에 음악의 창작성, 정체성, 그리고 미래의 경계에 도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되는 예술적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 밴드는 스포티파이에서 3만4235달러(약 4772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로 그동안 음악계의 우려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CNBC에 따르면, 이 밴드 외에도 스포티파이에는 월간 청취자 60만명 이상을 보유한 어벤디스(Aventhis)도 AI 생성 음악을 내놓았다는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점점 AI 생성 음악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며, 이런 AI 가수가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이슨 팔라마라 헤론 예술디자인학교 조교수는 ”벨벳 선다운은 우리가 지금까지 AI로부터 들어봤던 대부분의 음악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음악”이라며 "이제는 AI가 구절, 코러스, 브리지 부분을 포함해 구조적으로 의미가 있는 노래를 내놓는 단계에 이르렀다”라고 분석했다.

또 벨벳 선다운은 앞으로 다가올 것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잘 알려진 음악 생성 도구인 수노(Suno)와 오디오(Udio)는 누구나 수백개의 AI 트랙을 제작할 수 있다.

여기에 벨벳 선다운처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동기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리버풀 록 밴드 더 팜(The Farm)의 기타리스트인 키스 멀린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AI 음악과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런 AI 음악은 기존 가수는 물론, 특히 신인 아티스트들과 경쟁을 벌이며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신인 팝 아티스트인 틸리 루이스는 스포티파이에서 수백만건의 스트리밍을 기록했지만, 생활이 어려워 정규직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밴드가 그렇게 많은 소셜 미디어 관심을 얻는다는 건 정말 낙담스러운 일”라고 말했다.

음악 교수들은 젊은 예술가들이 변화하는 음악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AI를 수업 계획에 점점 더 많이 통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AI로 창작을 대체하라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과정과 음악 제작을 향상하는 데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역 가수들도 점차 제작에 AI를 도입하는 추세다.

하지만, 반발도 커지는 추세다. 유튜브의 유명 음악 평론가인 앤서니 판타노는 ”AI 음악이 소셜 미디어 피드와 알고리즘을 점령, 결국 음악 팬도 피해를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음악 단체들은 AI 학습과 관련한 저작권 강화는 물론, AI 생성 노래에 라벨을 붙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포티파이는 공식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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