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유란 NC문화재단 사업팀장(왼쪽)과 신나라 아름지기 선임 (사진=아름지기)
노유란 NC문화재단 사업팀장(왼쪽)과 신나라 아름지기 선임 (사진=아름지기)

문화유산 보존·전승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NC문화재단이 공동으로 9월6일부터 매주 토요일 4회의 강연을 개최한다. 

아름지기 아카데미의 하나로, 인공지능(AI) 기술이 공예와 박물관, 생활문화, 건축유산 등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짚어보는 내용이다.

'기술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의 역할은 어디로 옮겨갈까. 그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검증·보존·기록·관리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문화유산 이론가와 공예가, AI·디지털 콘텐츠 기획자, 기술개발자 등이 모여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아카데미 커리큘럼을 조직해 온 기획자 신나라 재단법인 아름지기 선임과 노유란 NC문화재단 팀장이 이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 AI와 문화유산은 거리가 있는 주제가 아닌가.

▲ 신나라 : 그동안 정확성과 편의성이 부족해 AI 챗봇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생성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고흐의 ‘자화상’과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휴대폰 속에서 말을 걸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보며, ‘지식을 경험한다’는 말이 클리셰가 아닌 새로운 차원으로 펼쳐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전통문화가 더 멀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도 느꼈다. 저작권과 윤리적 차원의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물관과 공예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사례를 찾아보니, 해외에서는 AI로 관객에게 작품 맥락을 제공하는 서비스, AI 기반 공예디자인 설계 등이 진행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새로운 기술과 문화유산이 '서로를 확장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이번 아카데미 주제로 제시했다. 

- 아름지기 아카데미가 20년 차를 맞아, 특별히 시도한 점은. 

▲ 신나라 : 2007년 시작한 아름지기 아카데미는 최근 몇 년은 의·식·주 문화를 다루는 전시와 주제를 기획했다. 올해는 AI 기술을 매개로 삼아, 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에서 역할을 새롭게 해석한다. 현재 세대가 이 논의를 체감하도록 설계했고, 다음 세대와 자연스럽게 잇도록 고민의 폭을 넓혔다.

- NC 문화재단과는 어떻게 협력하게 됐나.

▲ 신나라 : 아름지기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세대를 이어 전하는 일을 해 왔고, NC문화재단은 기술의 윤리와 사회적 논의에 집중해 왔다. 

최근 아름지기는 다가올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설계할지에, NC문화재단은 빠른 기술 혁신 속에서 무엇을 지킬지에 대한 각각 고민을 이어왔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협업하게 됐다. 

▲ 노유란 : NC문화재단은 기술이 사람을 위해 쓰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즉 창의성·윤리·포용성 같은 인간 본연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고민해 왔다. 그런 점에서 아름지기가 오래 지켜 온 ‘전통문화의 창의적 보전’에 같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두 재단 모두 시대 흐름에 무작정 편승하기보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 ‘기술은 어디까지 사람을 위한 도구일 수 있는가’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그 지점에서 이번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9월 한달간 진행될 아카데미를 통해 기술이 전통문화, 더 넓게는 인간다움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실질적인 통찰을 나누려고 한다.

아카데미 커리큘럼 (사진=아름지기)
아카데미 커리큘럼 (사진=아름지기)

- 강연은 무슨 주제로 진행되나.

▲ 신나라 : 1회차에서는 손과 컴퓨팅 기술의 공존을 모색해 온 현대 공예의 역사를 짚고, AI 시대의 전환 속에서 지켜야 할 공예적 가치를 다룬다. 2회차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박물관 큐레이션의 뉴패러다임을 살피고, 새로운 기술을 통해 증강될 수 있는 유산의 가치와 경험을 다룬다. 

3회차에서는 미래형 가전 기술이 잇는 전통의 감수성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사례로 탐구한다. 또 한복의 AI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전문가가 마주한 고민을 공유한다. 4회차에서는 건축문화유산에서 고대 건축의 디지털 복원과 그 과정에서 다뤄지는 철학적 쟁점과 문화유산 기록 분야에 건물정보관리(BIM) 기술을 적용한 사례들을 살펴본다. 

- 두 기관의 역할은 어떻게 나눴나.

▲ 신나라 : 콘텐츠 기획은 아름지기가, 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는 NC문화재단의 강점이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아름지기는 공예·박물관 전시·생활문화·건축문화유산의 주제를 발굴하고, 연사와 전문가 네트워크를 연결했다. NC문화재단은 AI·디지털에 대한 이해와 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사전 기조강연을 마련하고, 프로그램 콘셉트를 확장하며 참여·홍보 전략을 설계했다. 

- 공동 기획으로 가능했던 점은. 

▲ 노유란 : 두 재단의 배경과 방식은 다르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는 지향점은 같았다. 전통문화와 기술이 멀어 보여도, 실제로는 둘 다 사람을 중심에 둔다는 공통점을 인식한 것이 이번 협업의 가장 큰 시너지였다. 

- 기획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됐던 점은 무엇인가.

▲ 신나라 : 기술의 속도와 전통의 깊이 사이에서 균형을 보여줄 언어와 사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또 대중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주제의 무게를 감안해 학술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 노유란 : 기조강연에서 AI의 긍정적 현실과 우려를 최대한 쉽게 풀어, 프로그램에 더 수월하고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 강연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준비했는지. 

▲ 신나라 : IT· 크리에이티브 산업 종사자나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 노유란 : 기술과 문화의 접점을 정책으로 다루는 분들과 청년 세대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정책으로 번역할 시사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과 청년층에겐 전통과 기술이 어떻게 인간 중심의 가치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신나라 아름지기 선임(왼쪽)과 노유란 NC문화재단 사업팀장 (사진=아름지기)
신나라 아름지기 선임(왼쪽)과 노유란 NC문화재단 사업팀장 (사진=아름지기)

- 관객들이 얻어가길 바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 신나라 : 문화유산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바꾸는 힘을 가졌다. 그리고 기술은 그 기억을 이어 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 관객들이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석하고 선택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라는 관점을 얻길 바란다. 

▲ 노유란 : 기술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번 아카데미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나는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자의 답을 찾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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