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6년 발명 이후 200년 넘게 의사의 기본 도구로 사용된 청진기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새로운 진단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BBC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임페리얼 칼리지 헬스케어 NHS 트러스트 연구진은 AI 청진기로 단 몇초 만에 심부전, 판막 질환, 부정맥 등 세가지 주요 심장 질환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는 미국 의료기기 업체 에코 헬스가 제작한 AI 청진기를 활용했다. 이번 임상은 런던 서부와 북서부 지역의 205개 의원에서 진행됐으며, 총 1만2000명 이상의 환자가 참여했다.
이 장치는 전통적인 청진기 흉부 헤드 대신, 카드 크기 정도의 디지털 장치를 사용한다. 내장된 마이크로폰이 심장 박동과 혈류의 미세한 차이를 포착해 분석하며, 심전도(ECG)를 기록해 클라우드로 전송하면 AI가 수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통해 분석한다.
AI 청진기를 사용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심부전 진단 가능성이 2.33배, 무증상 부정맥은 3.5배, 판막 질환은 1.9배 높았다. 특히 부정맥은 뇌졸중 위험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지만 증상이 없어 놓치기 쉬운 만큼 조기 발견의 의미가 크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영국심장재단(BHF)의 임상 디렉터이자 심장 전문의 소냐 바부-나라얀 박사는 “200년 전 발명된 청진기를 21세기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우아한 사례”라며 “많은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에 오기 전까지 병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진단은 환자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런던 남부, 서식스, 웨일스 지역 의원에도 AI 청진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