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BR)
(사진=HBR)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쓰레기 콘텐츠를 뜻하는 'AI 슬롭(AI Slop)'에 이어, ‘워크슬롭(workslop)’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AI가 생성한 부정확한 결과물이 상당수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미국의 베터업 랩스와 스탠포드대학교 셜미디어 랩은 공동 연구를 통해 정리한 새로운 개념 워크슬롭에 대한 보고서를 22일(현지시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워크슬롭을 “겉보기에는 잘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업무에 의미 있는 진전을 주지 못하는 AI 생성 산출물”이라고 규정했다. 깔끔한 보고서와 정리된 요약문, 다양한 그래픽과 슬라이드 등 형식적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핵심 맥락이 빠져 있거나 불완전한 내용을 담고 있어 오히려 추가 업무를 유발하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 내 정규직 근로자 1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최근 한달 간 워크슬롭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업무 콘텐츠 중 15% 이상이 워크슬롭에 해당했다고 추정했다.

워크슬롭은 동료 간에 가장 많이 주고 받았으며(40%),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18%) 제출하거나 관리자가 팀원으로(16%)도 전달했다. 업종별로는 전문 서비스업과 기술 산업에서 특히 빈번했다.

연구진은 “워크슬롭의 교묘한 문제는 업무 부담을 ‘다음 사람’에게 떠넘긴다는 점”이라며, 수신자가 이를 해석하고 수정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워크슬롭 한건을 처리하는 데에는 평균 1시간56분이 소요되며, 이는 직원 1만명 기업에서 연간 900만달러(약 127억원) 이상의 생산성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워크슬롭은 시간 낭비를 넘어, 조직 내 신뢰와 협업에도 타격을 준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절반은 워크슬롭을 보낸 동료를 이전보다 낮게 평가했다고 답했다. 42%는 발신자를 덜 신뢰하게 됐다고 했으며, 32%는 다시 협업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워크슬롭은 단순한 부실 작업이 아니라, 인간-AI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비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조직 문화와 협업 역량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조직 리더가 무분별한 AI 활용을 지양하고, 목적 있는 사용 원칙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직원들이 단순히 ‘승객(passenger)’처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pilot)’처럼 목표 지향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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