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 폭발과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대로 해저 통신망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CNBC는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해저 케이블 제조 설치 기업인 알카텔 서브머린 네트웍스의 분석을 인용, 최근 10년간 메타·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전체 해저 통신망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또 텔레지오그래피는 2025~2027년 해저 케이블 투자 규모가 약 13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2~2024년 대비 거의 두배 수준이다.
전 세계 데이터와 음성 통화의 95% 이상이 약 160만km의 해저 통신 케이블을 통해 오간다. 이 케이블은 정보 통신, 금융 거래, 커뮤니케이션, 스트리밍 등 인터넷 인프라의 동맥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에는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해저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알렉스 에임 메타 부사장은 “AI는 막대한 계산 자원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해저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연결이 없다면 데이터센터는 단지 값비싼 '창고'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메타는 올해 초 ‘프로젝트 워터워스(Project Waterworth)’ 를 발표했다. 총 5만km에 달하는 초대형 해저 케이블로 5개 대륙을 연결,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케이블이 된다.
아마존도 첫 단독 해저망인 ‘패스트넷(Fastnet)’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동부와 아일랜드 코크주를 잇는 케이블의 전송 용량은 초당 320테라비트(Tb), HD 영화 1250만편을 동시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구글은 이미 30개 이상의 해저 케이블에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미국-버뮤다-아소로스 제도-스페인을 연결하는 ‘솔(Sol)’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애저 클라우드 강화를 위해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이 끊기면 한순간에 국가 단위 인터넷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2022년 통가에서는 해저 화산 폭발로 유일한 통신 케이블이 절단, 며칠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됐다. 지난 9월에는 홍해 지역의 케이블 손상으로 MS 애저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장애를 겪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손상은 어선이나 선박 앵커에 의한 사고지만, 최근에는 의도적 파괴 행위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사이버보안 기업 리코디드 퓨처의 매튜 무니 국장은 “2024~2025년 발트해와 대만 인근에서 의도적 손상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크게 늘었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중국-대만 간 긴장이 이런 패턴과 맞물려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나토(NATO)는 올해 1월 ‘발틱 센트리(Baltic Sentry)’ 작전을 개시, 드론·항공기·잠수정 등을 투입해 발트해 해저망을 감시 중이다. 미국도 해저 케이블 보안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러시아 등 적대국과 직접 연결되는 해저 케이블을 제한하고, 화웨이·ZTE 등 보안 우려 장비의 사용을 금지했다.
폴 가블라 알카텔 영업 총괄은 “이제 해저 케이블은 국가 간의 데이터 혈관일 뿐 아니라, AI와 클라우드 산업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데이터 수요 급증으로 해저 인프라가 전력망, 반도체 공급망에 이어 ‘디지털 안보의 3대 축’으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