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2026년도 본예산을 1조 5,669억 원으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900억 원(6.1%)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2년 연속 예산 규모 1위라는 점을 시는 적극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규모 확대가 곧 시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생 안정, 미래 산업 육성, 정주환경 개선 등 주요 분야의 편성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시대 흐름에 맞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천시의 내년 예산 증가율은 6.1%로, 최근 물가 상승률과 복지 수요 확대 등을 감안하면 과도한 증가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일반회계가 7.1% 늘어난 것은 경제·복지·도시 인프라 등 시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재정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정도의 무리한 확대는 아니다"라며 "확장재정을 통해 지역 경기와 민생을 뒷받침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순천시는 내년 예산에서 미래 먹거리 분야를 주요 투자 영역으로 제시했다. 바이오 특화 지식산업센터(137억 원), 문화도시 조성(80억 원), 갯벌치유 관광플랫폼(79억 원), 문화콘텐츠 펀드(22억 원), 글로컬 대학 사업(23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은 순천의 생태·문화 도시 이미지를 살린 산업 확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AI·데이터·스마트시티 등 최근 지방정부의 핵심 키워드가 예산 설명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 상권, 농업, 복지,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AI 기반 서비스가 확산되는 전국적 흐름에 비해 순천의 대응은 미흡한 편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정책분석가 A씨는 "미래 산업을 육성한다면서도 AI나 디지털 전환 사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경쟁력 측면에서 약점"이라고 말했다.
물가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순천사랑상품권 140억 ▸소상공인 금융지원 19억 ▸원도심 상권 활성화 20억 ▸청년 고용 이어드림 10억 ▸복지 예산도 크게 늘리는 등 시는 민생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기초연금 1,491억 원, 보육료 322억 원, 노인 일자리 173억 원 등 생활 안정 중심의 정책이 두텁게 반영됐다. 이 같은 확대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복지·돌봄 분야에서도 AI 돌봄, 디지털 건강관리 등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응하는 정책이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과 맞물려 선심성 논란 가능성이 있는 대형 사업들도 눈에 띈다. 남해안 남중권 종합스포츠파크 부지매입 77억, 신대 공영주차장 조성 65억, 연향들 도시개발 등 사업에 대한 검증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통합바이오가스시설 설치(70억)나 하천 정비(20억) 등은 환경·재난 대응 측면에서 필수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평가된다.
순천시는 전남에서 가장 큰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예산이 많다고 시민의 삶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예산보다 중요한 것은 교통·주차 개선, 청년·노동자 일자리, 주거비 부담 완화, 교육·문화·복지 서비스 접근성, 환경·쾌적성 개선 등 실제 생활 지표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즉, '전남 최대 예산'이라는 수식이 도시 경쟁력이나 시민 만족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예산 전문가들은 "민생·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확장 재정으로 해석 가능"한 분야가 많아 "예산 확대 자체는 무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래산업에는 투자했지만 AI·디지털 전략이 현재 예산설명 만으로는 겉으로 보이지 않아 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중장기 도시 경쟁력을 위해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성과 중심 접근이 필요하고, 시민이 체감할 변화와 실질적 삶의 질 개선 지표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순천시가 이번 역대 최대 예산을 통해 '전남 최대 도시'를 선언하는 데 그칠지, 아니면 실제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실력 있는 예산으로 완성할지는 향후 시의회 심사와 집행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