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 기술 분야 지탱하는 핵심 재원
무역전쟁 지속되면 인재 놓친다...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아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되면서 미국 내 중국인 인공지능(AI) 전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에는 영주권을 보유한 중국인 외에 중국에서 AI 관련 학위를 취득한 후 건너와 미국기업에 입사해 활동하고 있는 AI 전문가가 많다.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미국 첨단기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인 AI 전문가들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이 중국과 중국 기업에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면서도 이들 전문가는 쉽사리 홀대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미 국방부는 지난해 구글의 AI 클라우드를 이용해 드론으로 촬영한 비디오 이미지를 분석하는 ‘메이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약 12명의 AI 전문인력을 영입했는데 모두 중국 출신 연구원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이 고조됨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출신지와 상관없이 적합한 인재를 선정했다.

미국 첨단 테크놀로지 분야에 종사하는 중국인 비율이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바로역대 최고 중국통으로 알려진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설립한 폴슨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AI 전문가 가운데 약 54%는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MIT, 스탠포드, 카네기멜론 등 일류대학 출신이다. 중국 칭화대나 베이징대 출신은 32% 였다.

이들 가운데 중국 소재 기업에 근무하는 전문가는 34%인 반면 미국 기업에 근무하는 비율은 54%나 됐다. 폴슨 연구소는 중국 AI 전문가들은 중국보다 미국에 더 많이 정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에 강도 높은 제재를 이어갈 경우 이런 흐름도 끊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인의 연구 접근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군사 대학 관련 연구원과 대학원생의 비자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특히 지금까지 미국 거대 IT 기업에서 내놓은 AI 관련 사업 아이디어 대부분을 중국인 직원이 내놓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글, 아마존, IBM 등 미국 IT 기업이 중국인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의 과도한 제재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IT 기업에서 AI 엔지니어로 활약하고 있는 중국인 리사 리는 "국제 학생을 정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정부는 미래 미국의 경쟁력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애틀에 위치한 AI 앨런 연구소는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된 이후인 지난달부터 중국인 연구원 지원이 크게 감소했다. 오렌 엣지오니 연구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일에 겁이 난다"면서 "중국 견제가 심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 연구기관과 관련기업 종사자"라고 말했다.

리덩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 출신의 헤지펀드 시타델 AI 최고책임자는 스마트폰과 커피테이블 디지털 비서에 사용되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한 브레인이다. 또 구글에서 약 2년 동안 일했던 페이페이 리 스탠포드대 교수는 사물 인식 소프트웨어를 얻는 과학인 컴퓨터 비전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IT 전문가는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미국이 이들 고급인재를 중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놓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역전쟁 여파가 앞으로 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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