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수석연구원

"새로운 통신기술 개발은 이전 세대를 상용화한 후 2~4년 안에 시작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이같은 통신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다음 세대인 6G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6G 기술 개발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보통신분야 기술개발 과제를 지원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최근 '주요국, 6G 주도권 선점 경쟁 본격화'라는 제목으로내 놓은 정책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사진 수석연구원은 우리가 서둘러 6G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통신 주도권'을 꼽았다. IITP 통신전파기획팀에서 이동통신 연구개발(R&D) 기획 및 정책 수립을 담당해온 경험과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김 수석은 2004년부터 10년간 삼성전자에 근무하며 와이브로(Wibro)와 3G 및 롱텀에볼루션(LTE) 모뎀 연구개발(R&D)을 수행한 통신분야 베테랑 연구원이다. 지난 2014년 IITP에 합류해 국제공동연구 기획과 다양한 R&D 및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왔다.

◆ 3차원 공간까지 지원하는 초고속ㆍ초저지연 기술 '6G' 목표

"6G는 광통신을 포함해 유무선 구간 성능 개선과 위성 분야까지 커버할 수 있는 이동통신 기술입니다. 최대 속도 초당 1테라비트(Tbps) 구현, 공중 10km까지 통신 범위 확대, 인공지능(AI) 기술 적용 등이 6G 기술 개발의 목표입니다."

김 수석은 6G 기술 실현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5G는 무선 구간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 20Gbps 속도에 무선 구간 지연 속도를 1m/s 이하로 하고 최대 1km²당 100만개 디바이스 접속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6G는 최대 1Tbps 속도로 무선 구간 지연 속도를 0.1m/s 이하로 한다.

6G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비지상통신(NTN : Non-Terrestrial Network) 기술을 활용해 디바이스와 위성 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5G와 달리, 디바이스 접속 범위를 3차원으로 확장시켜 1km³당 100만개의 디바이스를 지원하도록 한다.

그는 "6G 기술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5G 주파수로 사용 중인 기가헤르츠(GHz) 중심의 셀룰러 대역과 밀리미터파통신(mmWave) 대역으로 한계가 있다"며 "테라헤르츠(THz) 대역 사용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THz급 주파수 대역에서 동작할 수 있는 무선주파수(RF) 부품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기술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8년쯤 6G 기술의 초기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과 중국 등 주요국은 6G 상용화를 목표로 국가 주도 R&D를 착수하고 있죠. 국내에서도 지난 8월 6G R&D 추진안을 마련하고 2021년부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통신 주도권 향한 글로벌 국가 경쟁 치열…국제 표준화 선점이 중요하다

"2019년 상용화한 5G 기술은 2013년부터 글로벌 국가 중심으로 R&D가 진행됐습니다. 2009년 상용화한 LTE 기술도 2002년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했죠. 지난 흐름을 돌아보면, 6G 기술은 최소 2021년부터 R&D를 준비해야 합니다."

김 수석은 "지금이 6G 기술 개발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 다수의 주요 국가에서 6G R&D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18년 THz급 통신ㆍ센싱 융합센터 'ComSenTer'를 설립했고, 이듬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6G 연구 용도로 95GHz~3THz 주파수 대역을 개방했다.

또 핀란드 오울루대학교는 2018년부터 2030년 6G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6G Flagship'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지난해 '6G R&D 추진 작업 그룹' '전문가 그룹'을 조성해 6G R&D에 나섰다.

물론 우리 정부도 2018년부터 산ㆍ학ㆍ연 전문가 100여명과 함께 6G 개발을 준비했다. 지난 4월에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8월에는 6G 개발 계획을 담은 '미래 이동통신 R&D 추진 전략(안)'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6G 국제 표준화 작업이 본격화 하지 않아 어느 나라 R&D 추진 전략이 표준이 될지는 모르고, 기술 구현 한계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6G는 Tbps 수준의 높은 전송 속도를 보장할 수 있도록 THz급 대역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적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국제 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6G 국제 표준화 작업이 본격화하면 국가간 표준화 경쟁이 치열할 것이 뻔하니 글로벌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롤링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전송 속도 높여줄 THz급 주파수 대역…구현에 어려움도 존재

"통신 세대를 진화할 때 항상 선두로 내세우는 기술적 목표가 전송 속도 증가입니다. 6G도 기존 5G와 비교해 Gbps급 속도에서 Tbps급 전송 속도 달성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어요."

그는 "연구계에서는 6G 전송 속도를 높이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THz급 주파수 대역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주파수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동일 주파수 대역 내에서 전송 속도를 높이려면, 변복조 기법 향상이나 안테나 수 증가 등으로 주파수 효율을 증가시켜야 한다. 하지만 주파수 대역을 기존보다 넓게 만들어 보다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재 다양한 주파수 대역은 기존 통신 기술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술을 동일 대역에서 사용할 시 간섭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주파수 대역 활용이 가능하며 현재까지 사용하지 않은 주파수 대역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으로 연구계는 THz급 주파수 대역을 제시하고 있다.

"교통 흐름 개선을 위해서 도로 폭을 넓히는 것이 가장 큰 효과인 것처럼 주파수 대역을 넓히면 보다 단순하게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어요. 연구계에서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한 대안으로 THz급 주파수 대역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THz급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한 사례가 없어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는 이어 "THz급 주파수는 아직 의료용으로만 일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라 원거리 사용 시 전파 감쇠에 따른 급격한 성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 6G 시대, 융합 서비스 고도화 이룰 것…부품ㆍ장비 생태계 조성 선행해야

실제로 지난 5월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발표한 '국내 5G의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현재 5G는 망 불안정과 킬러 콘텐츠 부재로 서비스 만족도가 낮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5G 초기 게임을 중심으로 한 실감 콘텐츠가 킬러 콘텐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콘텐츠 부족과 조작 불편함 등으로 흥행에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6G 기술도 5G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수석은 "6G 시대는 새로운 서비스 등장보다 5G 시대에 촉발한 기술을 접목한 융합 서비스가 산업 영역에 안정적으로 적용되고 고도화 될 것"이라면서 "지난 통신 세대 진화 흐름을 돌아보면, 홀수 세대에서 신규 서비스를 촉발하고 짝수 세대에서 홀수 세대 기술을 고도화 했다"고 회상했다.

6G 시대는 원격 진료가 원격 수술로 진화하거나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이 홀로그램으로 진화하는 등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6G 기술을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6G 서비스 개발 이전에 이를 지원할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양한 부품ㆍ장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제품 국산화를 이루는 등의 과제를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련 기사] 회의부터 스포츠까지 VRㆍAR로 한다…실감 콘텐츠 '확장현실(XR)'

[관련 기사] "AI 국제표준 선도할 역량 키우자"...조영임 가천대 교수

키워드 관련기사
  • 중국이 세계 최초 '6세대(6G)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 UNIST, 6G 통신용 차세대 전파 자원 송수신 기술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