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제표준화회의서 'AI 데이터 정의' 표준화 작업에 반영
AI 데이터 워킹그룹화가 추진
AI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 조성이 최종 목표

"인공지능(AI)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AI도 알고 표준도 아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국제회의에 전략적으로 접근해 연구협력 체계를 갖추는 일도 중요합니다."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분야 국제표준화 작업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3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S는 '연구(Study)' '전략(Strategy)' '협력체계(System)'를 말한다. 국내 산ㆍ학ㆍ연ㆍ관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인재 및 연구를 활발히 해 국제 회의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국내에 몇 안되는 AI 전문가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컴퓨터를 복수전공하면서 AI 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석ㆍ박사 과정 모두 컴퓨터 공학(AI 전공)을 전공했고, 포스닥도 미국 메사츄세츠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했다. 최종 학위 논문도 '지능형 뉴로-퍼지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삼성전자 멀티미디어 연구소를 거친 그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평택시 U시티 추진단장을 맡으면서 네트워크망과 스마트기기를 구성하는 지능형 네트워크 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및 한국정보화진흥원 비상임 이사, 행정자치부 전자정부추진위원회 위원, 과기부 지능정보사회추진위원회 위원, 국무조정실 정보통신활성화 추진 실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 2017년부터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 스마트시티 특위 위원 겸 표준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 해 초에는 AI 국제표준화회의(ISO/IEC JTC1/SC42) 한국대표단 대표(HoD:Head of delegation)직도 맡았다.  

지난 4월 'AI 국제표준화회의(ISO/IEC JTC1/SC42)' AI 데이터 표준화 작업에서 국내 AI기술 활용 사례를 국제 표준 문서에 반영하면서 국제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낸 바로 그 조직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과기부 인공지능대학원 기획위원회 및 인공지능대학원 협의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만들어진 과기부 D.N.A(DataㆍNetworkㆍAI)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까지는 한국지능시스템학회 회장을 맡아 봉사해 왔고, 한국인공지능학회 설립멤버로 참여해 이사로 활동하며 AI 정책 입안에 힘을 보태고 있다.

AI 데이터, 한국이 주도한다

"국제 표준화는 문서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누가 이 문서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좌우됩니다. 우리나라가 국제회의에서 주도하는 표준화 분야는 'AI 데이터'입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AI 데이터 특별위원회(AD Hog Group)를 구성해 각국 전문가와 함께 AI 데이터 표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AI 분야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은 브레인스토밍 단계다. 오는 9월께까지 국내 인사 서너명을 포함해 30명 정도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에서 보고서 작성을 위한 안을 만들어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을 거친 후에야 표준문서화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표준화는 바로 이같은 과정을 거쳐 표준 번호를 붙여나가는 작업이다.

그는 "이번에 한국 대표단 대표로 참여해 우리가 만든 'AI데이터는 AI 시스템에 쓰이는 모든 데이터'라는 정의를 세계가 받아들이도록 했다"면서 "앞으로는 학습 데이터가 무엇인지 등을 추가로 정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이번 국제회의에서 거둔 성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실 SC42 워킹그룹은 캐나다, 미국, 아일랜드, 일본, 중국 5개국이 주도하고 있다. 캐나다는 'AI 기초용어 정리', 미국은 '빅데이터', 아일랜드는 'AI 신뢰성', 일본은 'AI 사용사례', 중국은 '지식공학' 관련 표준안을 주도한다. 

조 교수를 비롯한 우리 대표단은 여기에 'AI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를 새로운 워킹그룹으로 추가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미국이 주도하는 빅데이터 워킹그룹에 AHG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계다. 이 영향으로 미국은 워킹그룹 명칭을 '데이터'로 변경했다.

AI 국제표준화회의(ISO/IEC JTC1/SC42)는

AI 국제표준화회의는 2017년 출범했다. 매년 4월과 10월 총 2회 회의를 갖고 AI 분야 표준을 제정한다. 회원국은 참여 멤버(P멤버 : Participating Members) 31개국과 관찰 멤버(O멤버 : Observing Members) 14개국으로 구성됐다. P멤버는 AI 표준 제정과 관련해 발언권과 투표권을 갖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이 P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5개 ISO 표준을 공식 발표했고 12개 ISO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를 "AI 산업 육성과 연구 증진이 궁극의 목표"라면서 "표준이 있어야 산업도 키우고 연구도 할 수 있는 만큼 AI 국제표준화회의는 여기에 방점을 두고 AI 관련 규칙과 기준을 정의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의에 참여하는 각국 대표단 대표가 HoD다. 회의에서 해당 국가를 대표해 발언권을 갖는다. 그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이 크다. 그가 한국 대표단(Mirror Community) 조직과 함께 짊어져온 일이다.

 

 AI 국제표준 이끌려면 '3S(StudyㆍStrategyㆍSystem)' 필요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사진=김재호 기자)

"표준안 확정은 상당히 세밀하고 꼼꼼한 작업입니다. 볼펜 표준안을 확립한다고 하면, 볼펜 길이와 두께, 재질, 잉크의 양 등 다양한 조건을 논의하고 각국의 표준안을 비교 및 분석합니다. 단순히, AI 전문가만 필요하지 않습니다."

조영임 교수는 국제 표준 선도를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한 '3S'의 첫번째로 '인재 양성'과 '연구 수행'을 꼽았다. AI 표준을 주도할 국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현실 때문이다. 표준화 및 국제 전문가가 팀을 이뤄 전략을 만들어 내고, 국제표준안회의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문서 수정ㆍ보완 작업을 진행하려면 영어 소통능력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다음으로는 충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구체적인 연구 기간과 목표를 정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회원국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국제 정세에 맞는 말하기 스킬과 매너를 갖추는 것도 좋은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각국 대표단이 표준안 문서를 국제표준안회의에 제출하면, P멤버 회원국간 투표를 통해 표준안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회원국과 원만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표준안 심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무조건 독자노선을 취하거나 의지하기보다 적당히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해 국제 사회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표준안 채택을 위한 전략이다.

마지막으로는 산ㆍ학ㆍ연ㆍ관 긴밀한 협력 관계 유지를 들었다. AI 컨소시엄이나 전문가 포럼 등을 열어 네트워크 구축하고, 정보 공유가 활발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에 대해 그는 "AI 및 표준 전문가와 기업 등이 함께 논의하면 대표단이 이를 표준화 문서에 반영해 국제 사회에 제시할 수 있다"면서 "내부에서 AI와 표준간 연관 관계 연구가 활발해져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긴밀한 협력 체계(System)를 갖추면, 관련 인재 양성 및 연구(Study)가 활발해지고 국가 경쟁력을 갖춰 전략적(Strategy)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3S의 요지다.

 

AI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 만들어야

" AI 데이터 표준안을 확립하면, AI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생태계 표준안을 만들고 싶습니다. AI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는 AI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진 환경입니다. 아직은 AI 서비스를 위해 뭐가 필요한지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AI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요소를 하나 하나 찾아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 교수는 최종 목표를 'AI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 조성'으로 잡았다. AI 데이터 표준안 확립도 이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AI 생태계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가 표준화를 주도하는 AI 기초용어 정리도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대를 닦은 일이다. 다만 조 교수는 AI 생태계를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했다. 서비스에 필요한  요소를 찾아 AI 데이터 서비 스 생태계 표준화를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그는 "AI 데이터 서비스를 구현할 때 막힘없이 필요한 요소를 찾아 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AI  데이터 표준안 제정을 마치면, AI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 표 준 제작에 나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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