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속에서 AI와 소통하며 공감 가르친다
여러 유저 개입 시마다 영향 받아 무한 성장·변화
“AI 사용에 대한 인간 역할 고찰할 기회”
개발자 위해 오픈소스 툴 키트 무료 보급 예정

(사진=베니스국제영화제)
(사진=베니스국제영화제)

 

일본 반다이사의 타마고치가 유행한 지 25년,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새로운 육성 콘텐츠가 등장했다. 동물도 미소녀도 아닌 AI를 키우는 인터렉티브 VR 영화 ‘에이전스(Agence)’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VR, 게이밍, 영화적 스토리텔링이 혼합된 이 ‘영화’에서 관객은 VR 속에서 에이전트라는 세발 달린 AI 생명체를 육성한다. 흔한 육성 게임에서 필요한 레벨업, 스킬습득도 없으며 특별한 스토리도 없다. 영화제에서 정해진 러닝타임은 불과 10분이다. 그저 VR세계 속에서 AI를 가르치고 소통하는 것이 목표다. AI 에이전트의 성장에는 강화학습AI, 스토리 진행에는 게임AI가 사용됐다.

유저(user)의 모든 결정은 AI 성장방향과 VR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영화 내에서는 스토리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꽃이 등장한다. 유저가 이 꽃을 심으면 호기심많은 AI 에이전트들은 마약처럼 꽃에 끌린다. 이 때 유저가 에이전트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스토리는 크게 변한다. 에이전트들이 꽃에 접근하도록 허용하거나 막느냐에 따라 종의 생존 혹은 멸망이 결정될 수 있다.

에이전트들을 제어하려면 그들의 제한적인 감정과 변덕스러운 습관을 고려해야 한다. 아기처럼 어루고 달랠수도 있고, 싸우거나 벌을 내릴 수도 있다. 유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서로를 배척할 수도 있다.

영화 에이전스 감독인 피에트로 가그리아노는 매셔블과의 인터뷰에서 “유저는 영화에서 공감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AI 생명체들은 유저를 통해 관찰, 소통, 성장하면서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유저는 공감을 타고나지 않은 이 생명체들에 공감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AI에 대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상 생물인 그들이 우리에게서 배우는 모습을 통해 (AI와 관련된) 선택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가그리아노 감독은 VR이 향후 AI 연구·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VR 공간에서 AI와 공간을 공유하고 AI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핵심은 영화 속 AI 에이전트들은 1명의 유저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이전트의 성장 능력은 모든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에 의해 수시로 발전한다.

가그리아노 감독은 “현재 에이전트들은 지능은 곤충에도 못미친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수많은 유저들, 미래 협력자들에 의해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팀은 이번 영화를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보급화해 가능한 많은 유저들과 개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향후 에이전트들을 계속해서 트레이닝하고 학습 스킬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개발자 참여를 위해 제작팀은 영화 개봉 후 오픈 소스 툴 키트를 무료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 채널을 만들어 개발자들의 트레이닝 과정과 에이전트 성장 모습을 중계하는 ‘디지털 동물원’을 만들 계획이다.

일반 유저를 위해 제작팀은 영화 구매 가격으로 2.99달러(한화 약 3500원)라는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에이전스 영화는 29일(현지시각)부터 스팀, 오큘러스 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VR 헤드셋 없이도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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