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물리 전공, 의전원 졸업 후 의사면허 취득, AI개발업체 입사한 박상준 개발자
의전원 시절에도 꾸준히 AI에 관심을 가지고 의료AI 개발 인턴 프로그램 참여
과기정통부 2020 제4회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에서 두각 드러내
AI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문제해결 능력'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엔비디아 슈퍼컴퓨터 담당 부사장 짐 맥휴는 2017년 AI컨퍼런스에서 AI와 딥러닝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고, 이 변화에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개발자가 되고자 한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AI 관련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3년이 지난 지금 AI를 모르면 안 될 것 같은 세상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개발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개발 현장에 스스럼없이 뛰어든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생각, 경험, 계획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미래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AI개발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그의 선택은 옳았을까?

애초에 이런 질문의 정답은 없지만, 전문가 영역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면이 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역량 개발에 투여해야 하고, 종국에는 사람에 대한 영감(insight)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인공지능(AI) 개발자는 기존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보다 접근성은 쉬운 편이다. C언어나 C++보다는 가벼운 파이썬(Python)으로 충분히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언어가 배우기 쉬운 것이지, 하나의 전문직으로 필요한 요소들은 더 많다.

AI개발전문 스타트업 누아(Nuua) 서덕진 대표는 AI 개발자가 갖춰야 될 가치 중 하나로 '문제해결 능력'을 꼽았다.

서 대표는 "AI 분야 자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1~2년의 경력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문제해결 능력과 논리력이 좋으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서덕진 대표는 이에 적합한 개발자로 자사의 박상준 AI 개발자를 소개했다.

박상준 개발자가 본격적으로 AI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AI 대회에서 1차 입상하며 자신의 실력을 보였다.

서 대표는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면서 수학적 풀이능력과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라고 박상준 개발자를 평가했다.

올해 초 ‘청년 의사’에서 '초보 개발자'로 삶의 방향을 바꾼 박상준씨를 만나 AI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박상준 누아 AI 연구개발자(사진=AI타임스 박성은 기자)
박상준 누아 AI 연구개발자(사진=AI타임스 박성은 기자)

-이력이 특이하다. 대학서 수학을 배우다가 물리학 석사를 따고, 갑자기 의사 시험을 봤다. 그러다 돌연 AI 개발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가장 처음 컴퓨터 데이터 분석과 AI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수리과학을 공부한 학부생 시절부터다. 이후 서울대 물리학부 석사를 지낼 때 프로그래밍 개발을 시작했다. 고체물질물리를 주요 연구 분야로 정하게 되면서 컴퓨터 데이터 계산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다뤘다. AI 활용에 대해 더욱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게 된 시기였다.

이후 성균관대 의전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의료 AI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의전원 졸업 후 AI 개발자 경험을 쌓을 방법을 고심하던 중 산업기능요원 근무 가능 기업에 AI 기업 누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산업기능요원 근무 대상 기업에는 반도체, 전자공학과 같은 보다 전통적인 산업 분야가 많고 AI 기업은 극히 드물다. 그렇게 소중한 기회를 잡아 올해 2월 누아에서 개발자 일을 시작하게 됐다.

- 또래 의사들과 확연히 다른 길을 택했는데 주위 반응은 어떤지?

그렇다. 졸업 후 개발자 진로를 택하는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 의전원 동기들만 해도 거의 전부는 대형병원 레지던트나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개발자 일을 한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놀라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너는 그럴 줄 알았다.”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의전원 시절에도 꾸준히 AI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을 보여줘서인 것 같다. 

실제로 의전원 3학년 말 성균관의대 의료AI 개발 인턴 프로그램에 1달 동안 참여했다. 삼성유전체연구소 박웅양 교수 연구실에서 사람 유전체 정보에 머신러닝을 적용해 암을 진단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유전체 변이 중 암을 유발하는 나쁜 변이, 생명에 지장없는 좋은 변이를 구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경험으로 의료 AI에 대한 시야를 넓히게 된 것 같다.

- 경력이 1년이 안 된 개발자로서 빠르게 수상 성과를 거뒀다. 연구 소개와 소감을 들려달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 제4회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에서 공공안전재난 부문 1차 대회 입상을 하고 곧 2차 대회에 진출한다. 

대회에 참가한 기술은 CCTV에 컴퓨터 비전 기술을 도입해 실신하는 사람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빠르게 의료 조치를 취하도록 돕는 것이다. 각 영상 프레임으로 사람 움직임을 보고 쓰러지는 행위를 인식하는 행동인지트랙 기술로, 어느 장소와 시간에서 쓰러졌는지 감지해서 데이터를 저장한다.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병원 같은 의료기관, 요양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대, 이스트소프트와 같이 쟁쟁한 기관 내 연구팀과 경쟁해 살아남아 뿌듯하다. 

1차 대회에서는 20여 팀 중 우리팀을 포함한 5개 팀이 생존했다, 향후 2차 대회에서는 3개 팀을 선정하고 3차는 1팀, 4차는 다른 트랙 내 우승팀과 경쟁해 4개 팀 중 1팀이 최종우승자가 된다.

(사진=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사진=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 수학, 물리학, 의학을 공부한 경험이 개발자 일을 하는 데 영향을 준 점은 없는지?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 석사 생활을 한 것이 알고리즘을 짜는데 필요한 역량을 키워준 것 같다. 과학적 연구방법에 익숙한 만큼 AI 알고리즘 개발에 중요한 문제해결능력, 수학적사고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의학 지식은 이번 대회에 제출한 연구 주제에서 결정적으로 사용됐다. 향후 의료 AI 개발자란 꿈을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개발자로서 집중하고 있는 AI 분야나 최근 눈여겨본 기술은? 

누아 개발자로서 컴퓨터비전 연구 경험을 쌓아온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논문을 가장 많이 접했다. 특히 GAN을 적용한 연구와 사례들을 최근 흥미롭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 인식 분야를 주요 연구 분야로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다. 아직 초보 개발자인 만큼 이미지 인식 분야 이외에서 많은 AI 연구와 기술을 찾고 필요한 모델을 내 것으로 체화해서 사용하는 작업 중이다.

우선 다양한 AI 분야를 공부하면서 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생각해보려 한다.

- 컴퓨터공학 비전공자, 초보개발자로서 어려움은 없는지?

기초과학을 공부하고 컴퓨터 데이터분석을 사용한 만큼 C언어에 대해서는 배운 바 있다. 하지만 AI 연구에 주로 사용하는 파이썬은 공부하지 않았기에 개발자 일을 시작한 초기에 적용한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 업무다. 좋은 AI 결과물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다. 질 좋은 데이터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쓸 수 있는 데이터를 꼼꼼하게 가려내고 모델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 과정에서 오점이 있는 상태에서 학습까지 진행한 후 뒤늦게 문제를 알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그만큼 데이터세트 구축 작업에는 아주 꼼꼼하게 심혈을 기울여 임하고 있다.

- AI 개발자로서의 계획과 꿈꾸는 향후 진로가 궁금하다.

우선 누아에서는 2년 동안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며 AI 개발 실무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이후 개발자 경험을 좀 더 쌓은 후 먼 미래에는 의료 AI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다. 최근 의료 AI 연구 중 안저영상으로 당뇨를 판단하는 AI 기술 등 딥러닝을 활용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어떤 의료분야에서든 AI를 적용해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박상준 누아 AI 연구개발자
누아 데이터팀, 산업기능요원(보충역) 복무 중

학력
경기과학고 조기 졸업,
서울대 수리과학부 학사,
서울대 물리학부 석사
성균관 의학 졸업 및 의사국가시험 통과

주요업무
딥러닝 기반 자연어처리(NLP)와 영상처리 연구
여행 분야 자연어 데이터 수집 및 판별 기술 개발 (인공지능 여행 콘텐츠 구축)
딥러닝 비전 기술 활용 이상 행동 감지 기술 개발 (제4회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 1차 대회 입상·2차대회 진출)

수상이력 
한국물리올림피아드 금상 (2006년)
한국화학올림피아드 동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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