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진과 영상 등 디지털 이미지는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영상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들을 자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비전 AI 기술 또한 매우 중요한 기술 영역이다. 주요 핵심 분야인 의료 기술, 자율주행차의 핵심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이미지와 비전AI와 관련된 영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원본=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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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비롯해 새로운 IT 기술이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의료’다. 여전히 세계는 의료 서비스 부족을 겪고 있고, 소득 격차나 생활 수준, 환경에 따라 질병 문제, 그리고 생명이 오가는 상황이 다른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 IT 기술의 방향 중 하나는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에 있고 의료와 건강관리는 단연코 그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의료 관련 인공지능 기술은 가천대 길병원의 IBM 왓슨 기반 암 진단 솔루션이다. 길병원은 2016년부터 IBM의 ‘종양을 위한 왓슨(Watson for Oncology, WFO)’ 기반으로 진단부터 진료까지 암 치료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종양을 위한 왓슨’은 길병원에 도입되던 당시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 등을 바탕으로 의료 정보를 학습했다. 길병원은 이 솔루션을 바탕으로 암 환자의 건강 조건과 현재 발병 상황 등을 비교해 병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길병원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과 의사들의 판단은 66.7% 가량 일치했고,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까지 합치면 96%까지 맞아 떨어졌다고 말한다.

병의 진단과 치료는 특히 초기일 수록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초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도 아주 미세한 요인들이 모여서 어느 순간 큰 병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예민한 변화를 읽어내는 것은 특히 기계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물론 의사들의 진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환자별로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세한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정확한 진단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짧은 시간에 많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원본=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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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구글의 의료 인공지능 사례다. 구글은 오래 전부터 텐서플로의 초기 활용 사례로 방사선 사진을 통한 질병 진단을 연구해 왔다. 구글이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당뇨합병증인 당뇨성 망막 병변증이다. 황반부종이라고도 부르는 병이다. 이는 혈당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발생을 막기 어려운 병이다. 눈 안의 혈관이 터지거나, 새로운 혈관이 생기면서 결국 실명까지 이끌어내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지속적인 관리와 검진이 필요하다.

이 망막병변은 아직까지는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관리는 가능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약으로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도록 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구글은 망막 촬영 사진을 텐서플로 기반 머신러닝 모델에 학습을 시켰다. 수많은 사진을 통해 혈관의 미세한 변화가 병변을 일으키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됐고, 고해상도 사진을 통해 사람이 보는 것보다 더 빈틈없이 많은 진단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초기에는 정확도가 80% 수준이었지만 지속적으로 모델을 수정하고, 학습량을 늘려가면서 현재는 98%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보여준다. 이미 사람이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는 것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여준다. 구글은 이에 힘입어 초기 진단이 중요하고, 사진으로 판단하기가 수월한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올랜도의 헬스 위니 팔머 병원(The Orlando Health Winnie Palmer Hospital)은 컴퓨터 비전을 통해 출산시 혈액 손실을 측정한다. 출산시에 가장 위험한 요인 중 하나가 과다 출혈인데, 이 병원은 아이패드의 카메라를 통해 수술용 솜과 혈액 흡입 용기를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이미지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카메라에 비춰지는 지혈 관련 도구들의 이미지를 통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당연히 위험할 경우 출혈 위험도를 경고하기도 한다.

이 컴퓨터 비전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의외로 의사들이 급박한 상황에서 산모가 얼마나 피를 흘리는지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간단한 머신러닝 도구를 통해 출혈량을 정량화한 것이다. 여전히 병원에서 혈액은 부족하지만 동시에 순간의 판단을 놓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출혈 측정은 효율과 안전을 모두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됐다.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기술은 신중해야 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힌다. 흔히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해당 분야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곤 한다. 하지만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인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더 빠르고 정밀하게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의 역할이 강하다.

컴퓨터 비전의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결국에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전문의의 역할이다. 의료는 ‘누가 얼마나 잘 맞췄나’를 다투는 일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빠르게 병을 찾아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컴퓨터가 생산성을 높이고 더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게 했던 것처럼 의료 인공지능 기술 역시 의료인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자리를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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