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구진이 영화 대본을 인식ㆍ분석해 영화의 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영상 촬영 전에 영화를 향한 대중의 평가를 예상할 수 있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익스플로어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비터비 공대 신호 분석ㆍ해석 연구소(SAIL)가 AI에 영화 대본을 적용해 영화 속 등장인물이 표현할 ▲폭력 행위 ▲약물 남용 ▲성(性)적 표현 3가지를 시사ㆍ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어린이 미디어 이용 교육 비영리단체 '상식미디어(Common Sense Media)'에서 선정한 폭력적ㆍ성적 내용의 영화 대본 992편을 AI 훈련에 활용, AI가 영화 속 캐릭터의 위험 행동ㆍ패턴ㆍ언어를 인식하도록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AI는 대본을 입력 데이터로 받아 신경망을 통해 처리한 뒤 대사에 담긴 의미와 표현된 정서를 검사해 각각의 문장과 구를 긍정, 부정, 공격적 등의 기준으로 나눈다. 이후 단어와 구를 ▲폭력 ▲약물 남용 ▲성적 내용 3가지 범주로 자동 분류한다.
빅터 마르티네즈(Victor Martinez) USC 비터비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은 "우리 모델은 총을 쏘거나 폭발이 일어나는 등 실제 장면보다 영화 대본을 본다"며 "영화 제작 전에 영화의 폭력 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위험 행동을 묘사한 대본 사이에서 다양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마르티네즈는 "일반적으로 약물 남용을 중심으로 한 영화 내용량과 성적인 내용량 간 상관관계를 찾았다"며 "약물 관련 콘텐츠와 성적인 콘텐츠가 일치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영화가 미국영화협회(MPA) 기준에 따른 수위 조절 때문에 한 영화 속에서 3가지의 위험 행동 모두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또 최근 성적 내용을 담은 영화가 증가하면서 폭력ㆍ약물 콘텐츠를 향한 MBA의 제재가 비교적 덜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두 위험 행동 콘텐츠와 상관없이 성적 내용의 비중이 높은 영화가 R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R(Restricted) 제한 등급은 MPA가 분류한 영화 관람 등급으로 17세 미만의 경우 부모나 성인 보호자 동반이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슈리칸스 나라야난(Shrikanth Narayanan) 전기 공학 및 컴퓨터 과학 교수는 "SAIL은 스토리텔러의 관점에서 엮은 묘사뿐 아니라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과 경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에 연구한 AI의 경우 부정적 고정관념을 식별해 사회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