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가 클래식부터 국악, AI가 작곡한 음악까지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축제를 마련했다. 나주가 낳은 천재 작곡가 안성현의 이름을 딴 ‘제 10회 안성현 국제 현대음악제’가 그것이다. 지난 24일 오후 7시부터 오는 12월 9일까지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안성현 음악제’는 예년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 멜로디를 입혀 남녀노소가 즐겨 부르는 노래로 변화시킨 안성현. 한때는 월북자라는 낙인이 찍혀 그의 이름 석 자가 금기어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주시는 지난 2009년 지석강변에 작곡가를 기리는 노래비를 세우고 이듬해부터 국제 음악제 개최를 시작했다. 앞서 10월 30일에는 작곡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온라인 음악회를 개최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에 열리는 현대 음악제도 다채롭다. 이번 음악제 주제는 ‘전환시대…바흐부터 AI까지’다. 안성현 작곡가 탄생 100주년이자 세계적 음악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 서방음악의 부흥기부터 미래적인 음악을 총망라 한 음악제로 손색없이 꾸며졌다. 더욱이 이번 음악제에서는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가 만든 AI 작곡가 이봄의 곡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약 2주간 이어지는 음악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몇 가지 무대가 있다. 첫 번째는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는 첼리스트 김규식과 무누스앙상블이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이다. 이들은 피겨여왕 김연아가 선보여 많은 화제를 낳은 ‘아이오스 노니노’를 비롯해 ‘오블리비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3일 오후 7시 안성현 음악홀에서는 바리톤 박흥우의 독창회를 통해 베토벤과 안성현 곡을 만나볼 수 있다. 박흥우는 베토벤이 남긴 연가 ‘언덕 위에 앉아서’, ‘산은 푸르러’ 등을 부른다. 이어 ‘엄마야 누나야’를 불러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벌교 출신의 박기동 시인이 지은 ‘부용산’을 들려준다. 부용산 역시 안성현 작곡가가 멜로디를 지었다. 두 예술가는 1947년 폐결핵을 앓다 세상을 떠난 자신들의 여동생을 기리기 위해 이 노래를 남겼다.
음악제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인 9일에 열리는 무대에 있다. 이날은 오후 7시부터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이 연주될 예정이다. 신정문 지휘자가 이끄는 무지크바움 오케스트라단은 요한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한다. 이어 AI 작곡가 이봄의 ‘AI와 첫만남’을 선보인다. 이봄은 지난 11월 4일 열린 ‘인공지능 클러스터 포럼’에서 즉석 작곡과 연주를 시연해 미래 음악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음악제는 전석 초대로 개최되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