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물류의 80%가 해운으로 유통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전 세계 물류의 80%가 해운으로 유통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 한국 무역에서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2017년 기준 99.7%가 해운이 점유하고 있으며, 항공운송은 불과 0.3%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도 80% 이상의 물류가 해상으로 운송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당연히 해운 시스템에도 AI가 도입되고 있지만, 지상이나 항공보다 보수적인 특성상 AI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에릭 첸(Eric Chean) 십서플라이즈 디렉트(Ship Supplies Direct) 공동창업자 겸 CEO는 보수적인 해운 산업의 효율성 높이기 위해 항만물류 시스템에 AI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AI 스타트업 십서플라이즈 디렉트가 제공하는 AI 서비스는 흔히 생각하는 대형 컨테이너를 내리고 올리는 데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선박으로 운송되는 대형 물류가 아닌 선박 자체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원들이 먹는 음식과 생활용품, 선박의 부품과 소모품 등이 대상이다.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린 셈.

에릭 첸 CEO는 "대형 선박을 위한 물류 운송 산업이 연간 약 1690억달러(약 187조원) 상당의 큰 규모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 도입이나 자동화는 되어있지 않다”며 해당 시장에 AI를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에릭 첸 십서플라이즈 디텍트 공동창업자 겸 CEO (사진=양대규 기자)
에릭 첸 십서플라이즈 디텍트 공동창업자 겸 CEO (사진=양대규 기자)

◆십서플라이즈 디렉트, 선박용 물류 운송위해 AI 서비스 도입

십서플라이즈 디렉트는 3가지 분야에 AI 서비스를 도입했다.

먼저 배송 시간 예측이다. 업체는 AI 기술을 도입해 선박 식별 장치(AIS) 데이터, 날씨·선박교통 데이터, 공급자들이 물자 운송 데이터를 분석해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AI 알고리즘으로 대형 선박들에게 물자를 공급하는 공급자들에게 최적의 배송 시간을 제안한다.

에릭 첸 CEO는 "본 기술로 트럭 기사들의 대기 시간을 최대 3시간 줄여주며, 비용을 최대 30%까지 줄여준다"며 "매일 수많은 배송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공급자와 대형 선박 운영사들에게 큰 비용과 시간 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재고 관리 시스템이다. 창고에 있는 물류의 재고를 자동으로 측정해 고객사(공급자)들에게 알려준다. 업체는 현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되면 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릭 첸은 "이런 기능들은 고객들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해 준다"며 "본 재고 관리 기능으로 약 15%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번째는 행정상의 절차를 돕는 시스템이다. 여전히 해운·화물운송 업계는 행정상의 절차가 문자, 전화, 이메일 등의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십서플라이즈 디렉트의 통합 플랫폼으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해당 문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자동으로 전달된다.

에릭 첸은 "본 영역에도 AI 알고리즘과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여 행정적인 업무의 양을 현저하게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서비스는 십서플라이즈 디렉트의 통합 플랫폼으로 이뤄진다.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물류 운송과정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문서 작업 등의 과정을 효율화시켜주며, 선박, 항만, 공급자,물류 담당자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웹이나 모바일 앱으로 언제든 접속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에릭첸 CEO "국내 사업 진출 준비…PSA 인프라 기반으로 사업 확장"

최근 십서플라이즈 디렉트는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물류서비스 파트너와 기술 파트너를 찾기 위해 최근 방한한 에릭 첸 CEO를 AI타임스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사진=양대규 기자)
(사진=양대규 기자)

Q. 어떻게 AI 서비스를 시작할 생각을 했나? 창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선박 업계는 현재 지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혁신적의 기술이 도입되지 않았으며, 20년 정도 뒤처져 있다.

밀레니얼 또는 MZ세대로써 택시를 잡거나, 음식을 구매하거나,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핸드폰을 켜는 것. 이런 과정은 모두 쉽게 이뤄진다. 또 일련의 과정들이 관련 서비스들을 더욱 발전시키며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된다.

하지만 선박 또는 해운 업계는 기술적으로 많이 뒤처져 있어 비용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기술, AI를 활용한다면 혁신이 가능하고 더욱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대형 선박들은 평균 1일, 최대 2일까지 항구에 머무른다.

짧은 시간 내에 화물을 싣고 내려야 하며, 선박 점검, 정비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한다.

선박에 물자를 공급하는 공급자들은 선박이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하지만 ▲화물을 싣고 내리고, 점검하는 등의 다른 작업들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날씨 등의 다양한 변수로 선박들의 도착 시간이 정확하지 않고 ▲도착 시간 등에 대한 정보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 등으로 장시간의 대기 시간 발생한다.

이로 인한 비용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비효율적이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업계에 5년 정도 몸을 담으면서 업계의 변화가 더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가격 경쟁력을 포함해 본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업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면 도입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

Q. 창업 또는 서비스 개발을 하며 어려웠던 부분은?

먼저 정보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 선박 또는 해운 업계에서 일을 하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특정 제품을 운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나 법들이 있는데 그런 지식이 부족했다.

다음은 네트워크의 어려움이다. 선박·물류 업계는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정보를 잘 공유하지 않는 보수적인 특성이 있다. 특히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게는 이런 업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네트워크를 쌓고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기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기술이 업계를 변화시키고 혁신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줬다.

이런 업계 사람들의 태도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현재 파일럿 프로그램 결과와 솔루션을 도입한 공급자들의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알게 되면서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Q. 현재 십서플라이즈의 매출이나 서비스 제공 규모는?

매출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운영 첫 12개월 이내에 6자리 달러(수십만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20대 이상의 트럭, 15대의 소형 공급 보트, 20만 평방피트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는 협력사가 있다. 협력사를 통해 싱가포르 전지역과 남중국해까지 배송이 가능하다.

(사진=양대규 기자)
(사진=양대규 기자)

Q. 십서플라이즈 디렉트의 AI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I 기술은 현재 80%의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약 20%는 사람이 관여하고 있다.

기술의 완성도나 정확도가 100%까지 올라온다고 해도 움직이고 있는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자들을 위한 서비스인만큼 날씨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10~15%는 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서비스의 완성도를 위해 담당자를 배치할 예정이다.

Q. 십서플라이즈 디렉트 AI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나?

확정성과 보안의 중요성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팅을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대규모 단위의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업체의 경우 AI 구현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머신러닝 학습해 운송 과정을 최적화해 관계 기관 업무 효율을 끌어올린다. 4500톤 이상 화물에 대한 1000개 이상 운송을 완료할 수 있으며, 관계 기관과 해상 운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Q. 시스템 개발을 위해 얼마나 많은 AI 개발자 인력이 투입됐나?

추 친 루이(Chew Chin Rui) 공동창업자 겸 CTO가 딥러닝 전문가로 보험회사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험자다. 이외에도 2명의 개발자가 더 있다.

지난 2년 동안에는 데이터 수집, 접근권한, 정확성에 초점을 더 맞췄다. 데이터가 있어야 머신러닝 훈련이나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I와 머신러닝에 더욱 초점을 맞춰 다양한 영역 서비스 적용·고도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추가 연구 개발을 수행하기 위해 싱가포르의 한 대학과의 협력을 마무리 중에 있다.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 개발과 함께 우수한 인재 영입도 꾀하고 있다.

Q. 십서플라이즈 디렉트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십서플라이즈 디렉트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PSA(싱가포르항만공사)가 모회사다. 2018 11월 싱가포르 해운청(MPA) 스마트포트(Smart Port) 챌린지 사업 결승 진출과 같은달 싱가포르 해운청(MPA) R&D 부문 보조금 지원 사업 선정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세계 항만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해운 업계는 오픈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와 접근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십서플라이즈 디렉트는 PSA와 MPA의 도움으로 AI 관련 데이터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모델을 기반으로 싱가포르 외에도 해외 항만에 더 나은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주요 클라이언트로는 머스크라인(Maersk Line), 윌헴슨쉽스서비스(Wilhelmsen Ships Service), 에버라이즈 쉬핑 서비스(Everise Shipping Service) 등이 있다.

Q. 최근 국내 진출 계획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사업이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아직(11월 20일) 국내에서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현재 물류서비스 파트너와 기술 파트너들을 모색 중에 있으며 MOU 또한 작성할 예정이다.

또한 PSA가 부산신항만의 소유주 중 하나로 시장 진출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 선박 물자 공급 시장은 한국에서 340억 달러 규모이다. 100억 달러의 싱가포르보다 큰 규모다. 이외에도 대형 선박들의 부품을 제조하는 탄탄한 기술력을 겸비한 제조사와 조선소들이 많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외에도 십서플라이즈 디렉트는 PSA가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네덜란드, 벨기에, 인도네시아, 북 프랑스 지역에도 진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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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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