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Mini Interview)
◆ 이번 로봇 방재 시스템 구축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을 향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졌으며 사고 1개월여 만에 미국에서 제작한 로봇을 투입했습니다. 로봇 강국으로 평가 받으며,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들여 원자력 사고 대응 로봇 개발을 지원했던 일본에게 당시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로봇이 없었다는 것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진은 이전까지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사고 대응 로봇을 개발해야 하며, 이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명감을 갖고 원자력연구원 주요 사업으로 과제를 시작했습니다.
◆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과제 수행의 당위성을 납득시켜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현재 로봇을 이용한 원자력 방재전문기관이 있으나 매우 낮은 사고 확률 때문에 지원이 부족하고 기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공중 드론은 원자력 시설 내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제 때문에 관련 연구나 실제 활용에 큰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술 개발도 난관이 많았습니다. 원자력 장비 개발에 있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입증된 기술만 적용할 경우 개발 장비의 부피와 무게가 커지며 기능도 단순해집니다.
이에 저희 연구진은 다양한 기능 확보를 목표로 3D센싱, VR, SLAM, LTE/5G 통신 등 많은 신기술을 적용하며 R&D를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짧은 시간에 신뢰성까지 확보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 로봇의 자율적 대응 기술 개발과 같은 연구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카메라 영상과 3차원 지도를 바탕으로 조작자가 현장 환경을 인식하고 로봇의 동작을 원격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사고 환경의 불확실성, 사고상황에 따라 수행할 작업의 다양성 등에 따라 인간의 판단ㆍ개입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로봇의 빠른 임무 수행을 위해 조작자의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어 자율 제어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숙련된 조작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로봇을 조작할 수 있도록 '공유 자율제어기술' '기계학습' 등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지능화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원자력 재난 사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재 로봇을 개발하고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ㆍ원장 박원석)은 자체 개발한 원자력 로봇을 바탕으로 원자력 사고에 대응 가능한 자체 무인 방재 시스템을 갖췄다고 7일 밝혔다.
KAERI는 ▲실내 모니터링 로봇 '티램' ▲실외 모니터링 로봇 '램' ▲사고대응 로봇 '암스트롱' ▲공중 방사선 모니터링 드론 등으로 로봇 방재 체계를 구성했으며 최근 실제 방재 훈련에 참여, 실효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실내 모니터링 로봇 티램은 방사선ㆍ온도 탐지기를 탑재하고 계단과 장애물을 넘으며 이동한다. 30cm 가량의 본체 높이를 가진 소형 장갑차 형태 로봇으로, 사고 현장의 방사선량ㆍ열화상 정보와 3차원 지도를 실시간으로 작성해 외부로 송신할 수 있다.
램은 실외 모니터링 로봇이다. 상용 ATV를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구동하며, 넓은 발전소 부지 안에서 방사선 탐지 장비를 싣고 시속 60km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램에 공중 모니터링을 위한 드론을 조합해 지상과 공중 다각도에서 현장 관측과 방사선 오염 지도 작성이 가능하다.
사고 대응 로봇인 암스트롱은 유압시스템을 적용해 양 팔로 총 200kg 하중의 물건을 움직일 수 있으며 무한 궤도로 험지 이동을 할 수 있다. 무거운 콘크리트나 폐기물 드럼을 취급하고 소화수 분사, 잔해물 처리, 밸브 조작 등에도 활용한다. 사람 팔 모양의 '마스터 디바이스'를 움직이면 암스트롱의 팔도 함께 똑같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구동하며, 고중량 파이프를 조립할 수 있고 랜 커넥터를 꽂는 작업까지 가능하다.
KAERI는 방사선 비상 대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매년 2회 이상 다양한 시나리오의 방사능 방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6차례에 걸쳐 실제 훈련에 로봇을 투입했고 실효성을 검증하며 로봇을 보완했다.
지난 8월과 10월 훈련에서 티램 로봇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현장 상황을 상황실로 전송하고 암스트롱 로봇이 우레탄 폼을 분사해 방사성 물질을 밀봉하는 데 성공했다.
KAERI는 이전까지 진행한 수차례 훈련으로 로봇 방재 시스템의 기능을 안정화했으며, 올해 훈련에서 로봇 전용 영상 통신 서버를 구축해 보안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무선통신으로 제어하고 데이터를 송ㆍ수신하는 로봇의 특성상 사이버 보안이 중요하다는 이유다.
정경민 로봇응용연구부장은 "연구원 자체 로봇 방재시스템 구축은 1단계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만일의 사고에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I타임스 김재호 기자 jhk6047@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