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슈뢰딩거 방정식의 문제점을 AI가 해결했다. 미 과학매체 사이테크 데일리는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자유대 연구진이 양자화학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의 기저 상태(ground state)를 계산하는 AI 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기저 상태란 양자론에서 에너지 레벨이 가장 낮은 상태를 일컫는다.
양자역학에 입각해 원자·분자·분자집합체 등의 문제를 다루고 특성을 예측하는 양자화학은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매우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임의의 분자를 두고 효율적으로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베를린자유대 연구진은 이러한 기존 문제점을 딥러닝으로 해결했다.
팀의 연구 결과는 네이처 케미컬지에 소개됐다. 팀을 이끈 프랭크 노에(Frank Noé) 교수는 “그동안 컴퓨터 비전에서 다양한 과학분야를 변화시킨 AI를 도입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개발했다”며 “우리의 노력이 양자화학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에 교수팀이 설계한 딥러닝 심층신경망은 전자파 파동함수를 새롭게 기술한다. 파동함수란 시시각각 ‘파동’ 형태로 변하는 전자(atom)를 슈뢰딩거 방정식에 기초해 확률적으로 나타낸 것을 뜻한다. 파동함수는 고정된 전자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전자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 모든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에 기존 양자화학은 파동함수를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분자 에너지를 결정하는 데만 초점을 두었었다.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근사치를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이 방법은 예측품질을 제한해야 했다.
심층신경망 장점은 핵 주변 전자가 어떻게 위치하는 지에 관한 복잡한 패턴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심층신경망의 주요 특징을 설계한 잔 헤르만(Jan Hermann) 박사는 “전자파 기능의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반(反)대칭”이라며 “두 전자가 교환될 때 그 부호를 변경해야 하는 파동함수 속성을 심층신경망에 구축해 ‘파울리넷’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파울리넷은 둘 이상의 전자가 같은 상태를 취하지 않는다는 ‘파울리의 원리(Pauli’s exclusion principle)’에서 이름을 따 왔다.
연구진은 파울리넷 구축 성공에 대해 단순히 데이터를 관찰해 AI가 특성을 이해하는 것보다 양자화학을 연구하는 파동함수의 특성을 심층 신경망 네트워크에 통합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노에 교수는 “기초 물리학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연구 현장에서 정확하고 의미있는 예측을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에 교수와 헤르만 박사의 ‘파울리넷’이 실제로 양자화학 분야에서 응용되려면 극복해야 할 여러 과제가 산재해 있다. 네이처 케미컬에 논문을 실은 이들 연구팀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라는 것에 동의한다. 노에 교수는 “AI로 분자·물질을 연구하는 과학분야에서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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