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해 1월 29일 오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비전 및 전략발표를 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해 1월 29일 오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비전 및 전략발표를 하고 있다.  
 
이용섭 AI 구단주

감독·코치 없는데 슈퍼스타 만들 수 있나

AI 중심도시 광주를 축구팀에 비유한다면, 감독과 코치가 없이 선수들만 영입하고 있는 꼴입니다. 특히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 등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트레이닝과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광주시와 산하기관들을 보면 포지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자원만 투입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또 세계적인 팀들은 손흥민, 호날두, 메시처럼 각 팀에 에이스 선수들을 확실히 밀어주고, 팀의 승리에 공헌하게 구조를 만듭니다. 그러나 현재 광주시의 기업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매우 보편적이고, 수동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적극적으로 대표선수를 키우고, 홍보해서 'AI 중심도시'에 걸맞는 대표 기업을 육성시켜야 합니다.

광주에 둥지를 튼 AI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스타트업과 중견 기업이 혼재돼있지만, 광주시 및 산하기관들의 AI 기업 지원 정책이 천편일률적으로 짜여져 있어 차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처 간 AI사업을 조율하고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별 특화 기술과 규모에 맞는 촘촘하고 세밀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금까지 70여개의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36개 기업이 광주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연구소를 개소했다. 2024년까지 310개 AI 선도 기업을 유치해 4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협약을 통해 “창의력 있는 AI기업들이 광주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 국내 최대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5일 오후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인공지능(AI) 유치기업인 ㈜럭스로보, ㈜로보케어, ㈜얍컴퍼니 등 3개 업체와 광주형 인공지능 비즈니스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협약을 통해 “창의력 있는 AI기업들이 광주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 국내 최대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덕준 로보케어 대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안경훈 얍컴퍼니 대표, 이대환 럭스로보 대표. (사진=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5일 오후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인공지능(AI) 유치기업인 ㈜럭스로보, ㈜로보케어, ㈜얍컴퍼니 등 3개 업체와 광주형 인공지능 비즈니스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협약을 통해 “창의력 있는 AI기업들이 광주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 국내 최대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덕준 로보케어 대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안경훈 얍컴퍼니 대표, 이대환 럭스로보 대표. (사진=광주시 제공).

광주로 AI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 및 산하기관들의 AI기업 지원 정책들이 각기 따로 운영되고, 비슷비슷한 사업들로 구성돼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광주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기업 지원과 집적단지 조성을 위해 구축한 인공지능융합사업단은 AI창업‧기업 지원, 인재양성,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융합사업단에서는 토너먼트식 AI 창업지원과 컨설팅, AI 시제품 개발지원, 입주공간 지원, AI제품 고도화 지원, AI 스타트업 펀드 조성 및 투자 지원, AI 기업 성장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광주테크노파크와 비교해 차별화 된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광주테크노파크는 인공지능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AI창업기업 지원과 기술고도화, 사업화 컨설팅, 전문가‧인재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도 올 상반기 인공지능 관련 사업은 창업지원 2개, 교육지원 5개, AI 컨설팅 지원 3개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창업지원은 AI 규제해소 컨설팅 지원, AI 제품 및 서비스 품질 향상 컨설팅으로 AI제품 관련 규제 애로사항을 해소, 제품 개발 후 국내외 시장진출을 돕는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최근 27일 북구 첨단3지구 광주이노비즈센터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광주경제자유구역청 개청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최근 27일 북구 첨단3지구 광주이노비즈센터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광주경제자유구역청 개청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이처럼 각 기관별 AI 관련 지원사업의 경우 창업지원, 시제품 제작, 컨설팅 등 중복되는 수혜도 많은 상황이다. 각 기관별 운영되는 AI사업을 한 눈에 비교해 시각화한 시스템도 부재해 기업들이 정보 습득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AI사업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의 실상을 축구경기에 비유하자면 여러 구기 종목의 선수 500여명이 감독‧코치 없이 골을 넣자고 뛰어든 꼴이다.

실제 광주로 사업장을 이전한 AI기업들은 기업지원을 하는 기관은 많으나 기관마다 차별화된 사업이 없고 천편일률적이라고 토로했다. 더불어 홍보도 부족해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최근 광주로 사업장을 이전한 AI기업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자금과 정보가 절실한데 AI관련 지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기관별 지원 프로그램 비슷해 중복 수혜가 많고 AI기업별 차별화된 지원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지원 사업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들어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민 엔플럭스 대표는 "어떤 노력을 하면 어떤 혜택이 올 건지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이 쉽게 접근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지원 사업의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한 공고문식 사업이 아니라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어떤 사업에 특화돼 진행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가이드가 명료해야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미국 정부의 경우 AI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29일 AI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이 2021년도 국방 수권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올해 미국 국방 예산에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 투자 강화 AI 연구자에 컴퓨팅 인프라 지원 AI 컨트롤타워를 통한 기관 간 협업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 정부의 AI 컨트롤타워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9년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표한 백악관 조직(NAAI Office)에서 다수 부처의 AI 중복 투자를 막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데라 라이온스 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 고문은 "여러 구기종목 선수가 같은 공을 쫓는 것 같은 혼란한 모습을 보였던 미국 정부의 기존 AI 정책이 이번 AI 컨트롤타워 제정으로 잘 정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광주도 AI중심도시에 걸 맞는 특화된 AI 정책과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다수의 유니콘(기업가치가 약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배출한 투자전문가 윤우근 엑센트리벤처스 이사회의장은 “육성이 필요한 기업과 분야에 기관의 적극적인 코칭이 필요하지만 각 기관별 보편적인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어 아쉽다”며 “인공지능산업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원스탑 서비스로 발전 가능성을 올리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과 분야는 규모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광주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관계자는 “최근 광주 테크노파크와 AI창업캠프에 공동 공간을 만들었다"며  "AI관련 사업을 협력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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