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약물 찾기에 나섰다. MIT 연구팀이 기존에 승인된 약물들 가운데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한 약물을 식별하는 기계학습(ML) 기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5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TNW 등 외신이 전했다.
이 같은 접근방식은 특히 고령층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병원성(질병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성질)이 연령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나며 고령 환자에게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는 중요한 성과라는 평가다.
MIT 연구팀은 질병과 노화로 인한 폐 세포 내의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잠재적인 치료제를 찾아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캐롤라인 우흘러 MIT 전산 생물학자는 “신약 개발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며 기존 약물을 목적에 맞게 용도를 바꾸는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폐 조직의 특성이 노화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바이러스 감염‧복제와 폐 조직 노화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가설을 세웠다. 평균적으로 고령 환자가 젊은 환자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 그 이유를 노화 면역 체계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인 가설이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폐 조직의 강직’을 추가적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폐 조직이 단단하게 강직돼 젊은 사람과는 다른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기계학습(ML)을 활용해 이미 시판 중인 약물에서 고령 환자들의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약물을 찾고자 했다.
우선 연구팀은 ‘오토인코더(autoencoder)’라는 ML기술을 이용해 후보 약물 목록을 만들었다. 오토인코더는 지도 학습 없이 비지도 방식으로 입력 데이터의 표현을 학습할 수 있는 일종의 인공신경망이다. 오토인코더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으로 보이는 약물을 식별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 패턴 데이터세트를 분석했다.
이후 노화와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에 관련된 유전자‧단백질의 네트워크를 지도화(mapping)함으로써 목록을 줄였다. 연구팀은 해당 네트워크에서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데 통계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이로써 고령 환자를 위한 코로나19 치료 약물의 대상이 되는 특정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코로나19 치료 약물의 표적‧대상으로 유전자‧단백질 ‘RIPK1’를 지목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RIPK1에 작용하는 승인된 약물 목록을 찾아낼 수 있었다. 즉 RIPK1에 작용하는 약물은 코로나19를 치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이 찾아낸 약물들 가운데 일부는 암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이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이미 테스트 중인 약물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제약회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약물의 용도 변경을 승인하기 전에 약물의 효능 검증을 위한 엄격한 체외실험과 임상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이 같은 플랫폼이 코로나19 외에 다른 질병에도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