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만화영화에서나 봤던 로봇이 이제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부터 시작해 가정에서 쓰이는 심리치료 서비스 로봇, 의료 로봇, 극한 현장 로봇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로봇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로봇 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고 앞으로 로봇과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생각해본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로봇이라고 하면 으레 만화영화에 나오는 사람 형태의 거대 기계가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아니면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공장의 로봇팔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로봇은 사람이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기계 장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당연히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는 기기를 로봇으로 부르는 것이 맞지만 요즘은 그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신한다’는 것이 꼭 몸을 움직이는 물리적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그리고 그 중심에 학습과 그에 따른 판단과 행동이 뒤따르는 하나의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연결을 지을 수 있다.

이미 로봇을 이용한 산업의 자동화는 오랜 추세다. 단순히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는 의미보다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하고, 오차 없이 정확한 작업을 해야 하는 반복 작업에 로봇을 이용하면서 기업 뿐 아니라 작업자들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왔고, 세상은 산업 중심의 급격한 성장을 누려 왔다.

그런데 요즘 다시 ‘로봇’, 혹은 ‘로보틱스’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이전과는 분명 온도차이가 있다.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 때문이다. 로봇은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고, 아직 초기 단계의 기술이긴 하지만 기계적인 문제는 이미 상당부분 해소됐다. 적어도 사람 크기에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은 일정 수준으로 올랐다.

로봇 기술의 발전, ‘더 사람답게’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로봇을 신뢰하지 못한다. 우리가 로봇에 대해 불신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한 골짜기’같은 이유를 떠나 ‘정말 우리가 생각한대로 움직여주는가’에 있다. 로봇청소기에, 길 안내 로봇에 믿음보다는 호기심과 어려움, 불편함 등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사람의 형태를, 혹은 그 이상의 물리적인 장치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몸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인간형 로봇의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 그리고 ‘페퍼’로 잘 알려진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들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은 사람과 거의 똑같은 수준의 모션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로봇의 가장 큰 난제가 사람과 다른 무게와 밸런스를 극복하고 두 발로 자연스럽게 걷는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걷는 것 뿐 아니라 달리고, 점프도 한다. 울퉁불퉁한 산을 오르기도 하고, 누가 밀어도 사람과 비슷하게 중심을 잡으면서 다시 자세를 잡는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순간에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는 모터가 필요하고, 모든 관절의 신호를 실시간으로 해석하면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자세와 움직임을 결정하는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모델을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반도체 기술이 다음 세대 로봇의 핵심이다.

(영상=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채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신체적 조건을 극복해냈다면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사람과 교감하는 감성적인 조건을 극복해내는 사례다. 이미 페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여러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고, 필요한 질문에 답을 한다. 필요하다면 가슴에 달린 정보로 정보를 더 보여주고, 손 동작으로 간단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지만 페퍼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에 있다. 어떻게 보면 인공지능 스피커와 로봇이 결합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기본적인 시스템 외에 여러 클라우드 인공지능 서비스를 붙이고 직접 학습을 통해 아주 자연스러운 대화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게 페퍼다.

넓어지는 로봇의 개념

로봇이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면서 더 우리 곁에 대중화되는 단계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CES2021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으로서의 로봇을 언급했다. LG전자의 ‘클로이 살균봇’은 방역, 소독이라는 명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LG전자는 이미 클로이라는 로봇 플랫폼을 갖고 있었고, 여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사례를 개발해 왔다.

삼성 제트봇AI(왼쪽), LG클로이 살균봇(오른쪽) (사진=삼성전자, LG전자)
삼성 제트봇AI(왼쪽), LG클로이 살균봇(오른쪽) (사진=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 필요한 무인 방역 솔루션을 붙인것이 바로 클로이 살균봇이다. 로봇이 복잡한 역할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적절한 활용 방법을 찾아서 제 역할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대중화를 앞둔 로봇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이다.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제트봇 AI’도 흥미롭다. 이 청소기에는 카메라와 라이다 등 센서를 더해서 주변 환경을 읽어낸다. 로봇청소기는 사실 기술의 관심도와 별개로 로봇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가전이다. 소비자의 기대는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청소’에 있는데 그게 잘 안 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기계적인, 그리고 기본적인 이슈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빠르게 개선이 됐고, 여기에 제대로 움직이며 청소를 한다는 신뢰를 더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센서를 더하고 컴퓨터비전 중심의 인공지능 기술을 덧붙여 사람처럼 판단하고 적절하게 움직이며 청소를 한다.

이를 통해 움직이는 ‘서비스 형태로서의 가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볼 수 있다. 가전의 역할은 반복되는 작업에 사람을 대신하는 것인데, 이는 로봇의 개념과도 통한다. 결국 일반 가전과 로봇을 가르는 기준에는 ‘인공지능’이 있는 셈이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로봇 개념의 확대는 아예 형태를 띄지 않는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요즘 산업의 중요한 기술 흐름으로 꼽힌다. RPA는 컴퓨터로 이뤄지는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팔다리는 없지만 사람들의 단순 반복 작업을 학습하고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IBM은 현재 기업에서 이뤄지는 일들 중의 63%가 RPA로 처리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실제 현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적용되고 있다.

가전이나 RPA 등 로봇의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꼭 거창한 기계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 가까이에 있던 사물들이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로봇이 갖는 진짜 의미인 것이다.

AI타임스 최호섭 기자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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