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같은 로봇이 등장했다. 코끼리가 코로 과일을 집듯 물건을 긴 팔을 이용해서 든다. 코끼리처럼 힘도 세다. 거대한 상자들과 그 안에 있던 개를 닮은 로봇인 '스팟'을 가볍게 들어버린다. 집는 방식도 코끼리와 비슷하다. 사람 손과 같은 집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흡착 패드를 통해 상자와 스팟을 빨아들이듯 집는다. 덕분에 상자와 로봇엔 상처나 자국이 남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새롭게 선보인 하역 로봇 '스트레치(Stretch)' 이야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9일(현지시간) 스트레치 시제품을 공개했다. 내년 상용화 계획과 함께 시제품을 사용해 볼 업체의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스트레치는 창고나 물류센터에서 박스 등 물품을 싣고 내리는 하역 로봇이다. 로봇팔 끝에 달린 특수 흡착 패드인 '스마트 그리퍼'를 이용해 물건을 최대 23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 작업 속도는 사람과 유사하다. 1시간에 상자 800개를 옮길 수 있다. 배터리 충전 방식이고, 완충 시 최대 8시간 동안 작동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트레치는 물류 작업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로봇"이라고 소개했다.
스트레치는 2019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물류 작업용 로봇 '핸들(Handle)'의 확장판이다. 핸들에서는 바퀴 2개를 사용했지만, 스트레치는 바퀴 4개가 달려있다. 중심 잡기가 쉬워 더 무거운 물건까지 들 수 있다.
행동반경도 핸들보다 넓어졌다. 스트레치의 관절 자유도는 7이다. 보통 로봇의 관절 자유도가 6인 점과 비교하면 한 단계 높게 제작됐다. 그만큼 좌우 회전 등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 핸들의 경우 방향을 바꾸려면 바퀴를 포함한 몸 전체를 돌려야 했지만, 스트레치는 로봇 팔만으로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스트레치 로봇 소개 영상. (출처=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스트레치에는 핸들 말고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16년 완성형으로 선보인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기술도 적용됐다. 마이클 페리 보스턴다이내믹스 비즈니스개발 부사장은 미국 매체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아틀라스가 엉덩이와 다리, 몸통을 세심하게 조정해 균형을 잡는 기술이 스트레치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면서 "(이 기술을 통해) 스트레치는 상자를 들 때 단순히 로봇팔만 이용하지 않고 몸 전체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치가 물건을 집을 때 사용하는 스마트 그리퍼는 아직 평평한 물건만 집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울퉁불퉁한 표면도 집을 수 있는 차세대 그리퍼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트럭에서 물품을 내리고 주문 물품을 팔레트에 싣는 일만 할 수 있지만, 추후 트럭에 짐을 싣는 일도 할 수 있도록 성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치 동영상을 보고 상품에 문제없이 로봇이 물건을 들고 옮기는 모습에 감탄했다"며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물건을 옮겨야 할 때나 작업 속도 등을 높여야 할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2월 11억달러(약 1조 2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미국 로봇개발업체다. 현대차그룹이 주식 지분율 80%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일본 소프트뱅크 몫이다.
1992년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봇공학자 마크 레이버트 교수가 설립해 군사용 로봇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구글에 인수돼 민간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됐고,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 일원이 됐다. 2019년 로봇 개인 스팟을 상용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로봇은 병원, 발전소 등 건물을 지키고 관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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