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스마트그리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기록적 폭설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된 텍사스도 마찬가지다. 텍사스 주민들은 중앙 집중 방식의 전력공급망 체계에 더해 민영화로 인한 전기료 폭탄까지 맞았다. 정전 피해에서 벗어난 주민은 처음에 다행이었지만 고지서에 적힌 1만6000달러(약 1800만원)라는 숫자를 보고 기겁했다. 만약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으로 텍사스 내 모든 전력망을 바꾸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현재 전력시스템은 실제 사용량보다 약 15%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실제로 사람이 쓰는 전력소비량이 아닌 최대치에 맞춘 것으로, 전력이 더 많이 사용되는 곳을 고려해 예비 양을 확보해 두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연료를 비롯한 각종 발전설비도 필요할 뿐 아니라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전기도 많아 효율 면에서 단점이 늘 뒤따른다.
스마트그리드란 이같은 중앙집중형 전력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력통신망에 ICT 기술을 접목해 실제 가정이나 기업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사용량, 공급량, 전력선의 양호상태까지 알 수 있다. 전기의 생산부터 운반, 소비 과정까지 쓴 만큼 확인하는 지능형 전력망시스템이라고 불린다.
이렇게 구축할 수 있는 데에는 직비(ZigBee)라는 기술이 스마트그리드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직비는 초소형 통신기술로, 저전력 디지털 라디오를 이용해 개인 통신망을 구성할 수 있다. 직비를 통해 소비자와 전력 회사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전기 공급사는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량을 파악해 공급을 줄일 수 있으며, 소비자는 자신이 쓴 만큼 전기세를 지불하니 사라지는 에너지를 막을 수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를 분산전달 할 수 있다. 현지에서 발생시킨 전기를 필요한 곳에 바로 전달·보급이 가능한 쌍방향 통신 중심의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이 그것이다. 소규모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필요한 전력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으로, 이렇게 만들어서 남은 전력은 다시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할 수 있다. 대규모 전력회사 중심의 광역전력시스템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광이나 육상·해상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전기다. 때문에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산업 창출 효과라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정의하자면 효율적으로 전력을 관리하는 동시에 발전소 수도 줄이고,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는 1석 3조 전력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나 통신망이 필수인 만큼 정보유출 위험이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IoT 월트 투데이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는 업데이트 시기를 놓쳤을 때나 네트워크를 공유할 경우 해킹에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AI를 적용한 자동화 예측·유지·보수가 있다.
미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의 피터 아스무스 수석연구원은 “세계는 현재 태양열, 발전기 구분없이 디지털과 분산체계를 통한 ‘현장 전력’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잠시 변화가 느려졌지만, 향후 2년 안에 분산형 에너지원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 후 전기공급과 사용에 스마트한 바람이 불었을 때, 도시 전체가 정전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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