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HMD(Head Mounted Display)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Oculus)에서 HMD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를 작년 10월에 출시했다. 지난 5일 국내 도입한 3차 물량까지 전부 완판해 오큘러스 퀘스트 2 VR팩을 단독으로 정식판매하고 있던 'SKT 5GX'에서는 황급히 4차 물량 확보에 나섰다. 
 

'SKT' 5GX 홈페이지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Oculus Quest 2)' VR팩이 일시 품절한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SKT 5GX)
'SKT' 5GX 홈페이지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Oculus Quest 2)' VR팩이 일시 품절한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SKT 5GX)

HMD는 VR 기기를 포함해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칭하는 용어다. 최근 출시한 HMD 제품은 오큘러스 퀘스트 2와 MS의 홀로렌즈 2(HoloLens 2) 등이 있다. 소니(Sony)는 올해 안에, 애플(Apple)은 내년에 신형 VR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가 있는 HMD 제품이더라도 사용시 멀미를 심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까지 VR 제품 사용을 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VR을 체험하고 싶더라도 막상 사용하게 되면 구토와 어지러움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VR 제품을 개발한 회사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기기에 도입하기 전에 멀미를 느끼는 정도가 성별, 나이 등에 따라 개인별로도 차이가 커 이를 정량화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멀미를 느끼는 시간과 멀미에 적응되는 시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측정이 어려운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먼저 멀미 발생 요인들 간 정량적인 상관관계를 규명해 멀미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전에는 어지러움, 메스꺼움, 방향감각 상실, 발한, 구토 등 증상을 과거 경험을 기억해 작성한 설문지를 통해 분석했다. 하지만 정량적이기 어려운 설문지를 통한 연구는 일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이 같은 문제를 뇌파 연구로 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뇌파 변화를 통한 연구는 정확한 이미지 자료를 제공하며 설문지보다 더 객관적이고 정량적이다. 연구에 사용된 뇌파 측정기기는 256 채널 뇌파 장비로 특정 사건에 대한 뇌파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비교적 호르몬 변화가 적은 20대 남성 위주로 뇌파를 측정, 별도로 제작한 '사이버 멀미 표준 영상'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며 실험했다. 표준을 내기 위해 20대 남성 위주로 측정, 여성이나 노인, 아이로는 아직 실험하지 않았다.

KRISS 안전측정연구소 연구팀은 21명의 피실험자에게 1주 간격으로 동일 자극을 줘 뇌파가 일정하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동일한 사람으로 2번 연속해서 실험한 결과, 멀미시 전두부·중앙부 등 특정 영역에서 델타·시타·알파 주파수 범위가 일정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멀미 전, 후를 비교해 실험한 결과, 멀미가 일어난 뇌파(EEG-1s, EEG-2s)가 비슷한 영역에서 비슷한 정도로 변화가 일어닜다. 
 

EEG-1b(실험 1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전), EEG-2b(실험 2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전), EEG-1s(실험 1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후), EEG-2s(실험 2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후)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EEG-1b(실험 1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전), EEG-2b(실험 2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전), EEG-1s(실험 1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후), EEG-2s(실험 2회차, 사이버 멀미 실험 후)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해상도 최고 수준으로 관찰, 특히 사이버 멀미가 심한 사람일수록 뇌파의 변화 범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면이 클수록 멀미를 심하게 느끼며 HMD 형태 기기가 가장 멀미를 심하게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현균 책임연구원은 "향후 콘텐츠 제작 및 개발에 사이버 멀미 등급을 부여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실험 대상을 확대해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VR 콘텐츠를 개발 시 중간 검증을 반복해 멀미에 영향을 끼칠만한 요소들은 '수작업'으로 조정했다. 수작업 방식은 주관적으로 수정될 뿐 만아니라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작년 11월 2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VR기기 사용자 생체 신호 정보를 통해 인공지능(AI)으로 멀미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도입해 'VR 휴먼팩터 기반 VR 멀미 분석 및 모니터링 도구'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개인별 VR 멀미 유발 유형을 AI를 통해 분석, 멀미 유발 요소들을 수작업이 아닌 실시간으로도 편집이 가능하다. 바이오마커 패턴 관찰해 레벨 1에서 5까지 정량적 지표를 매겨 객관적인 콘텐츠도 조정할 수 있다. 바이오마케는 단백질, DNA, RNA 같은 대사 물질을 이용, 몸 속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의미한다.  

ETRI CG/Vision연구실 손욱호 박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VR 멀미 분석 및 예측 기술을 활용해 고난도 작업 훈련, 정신질환 치료, 의료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7월 11일 김도환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팀도 '유기반도체 겔(Gel)' 을 활용한 고해상도 유기전자회로와 올레드(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제작에 성공해 멀미와 어지러움을 유발했던 VR 제품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술은 아직 어지러움증과 멀미를 없애는 데 큰 효과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연구 단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기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가 사용중인 시중에 나온 VR기기에는 이러한 멀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방안은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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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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