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최근 정부의 양자암호통신 공모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양자산업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도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 광주시, ‘인공지능’와 ‘양자산업’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최근 광주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관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양자암호통신 시범인프라 구축·운영’ 공공분야 공모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됐다.
양자암호통신 시범인프라 구축사업은 비대면 확산에 발맞춰 보안을 강화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공공 분야에 구축해 실증하고 응용서비스를 발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부터 과기부가 양자산업의 기반을 다지고자 디지털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 신호 줄기보다 작은 빛 알갱이 입자인 광자를 이용함으로써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양자(퀀텀)’를 생성해 정보를 전달하고 송신자와 수신자 간 해독이 가능한 암호키를 만들어 해킹을 막는 기술. 양자 얽힘 광자쌍을 데이터 혹은 암호키로 이용하는 양자역학에 기초한 통신방법.
양자암호통신은 해킹과 도청 위험이 중요시되는 자율주행자동차와 금융데이터,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망 구축과 4차 산업 신산업 육성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광주시는 SK브로드밴드와 공동으로 이번 사업에 참여해 선정됨에 따라 국비 7억 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공공분야에 양자정보통신을 활용한 안전한 데이터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또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보안성이 강화된 양자암호통신 기반의 전용검사체계 시스템을 구축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 시 감염병 의심 증상을 가진 시민과 접촉자 검사 현황, 결과 통보 등의 정보를 유관기관과 실시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민선7기 공약으로 미래먹거리 사업인 양자정보통신 사업 육성을 추진해왔다. 지역 특화산업인 광산업과 양자정보통신 신산업의 융합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8년 양자정보통신 산업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양자통신 국제컨퍼런스 개최, 양자정보통신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국비 건의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는 ‘광주 양자융합산업 육성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기획위원을 구성하고 양자융합 산업생태계 조성과 인프라 구축, 양자정보통신·양자센서 상용화 역량강화 사업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손경종 광주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이 구축되면 지역 내 양자정보통신업체의 제품 마케팅 활성화와 국내 양자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광주시가 양자정보통신 산업 육성도시 메카로 우뚝 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앞으로 인공지능 선도도시와 더불어 양자산업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지스트 연구진, 양자정보통신 분야 연구성과 '눈길'
최근 함병승 지스트 광양자정보처리센터장 겸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량의 난제로 꼽히는 라이다(LiDAR)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연구성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미시세계에 한정된 기존의 양자역학을 광자의 입자성이 아닌 파동성으로 재해석해 거시세계에서 구현 가능한 퀀텀레이저를 제안한 것.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지난달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함병승 교수는 "기존 레이저가 고전적 결맞음 이론에 기초한 빛다발(빛 에너지가 전파되는 경로를 나타내는 다발들의 묶음)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제시한 퀀텀레이저는 양자 얽힘에 기초한 비고전적 빛다발로양자센싱은 물론 양자통신에 있어 최대 난제인 단일광자 검출함정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quantum) :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의 최소량 단위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 고전물리에서는 구현 불가능한 것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광자, 원자, 이온 등에 있어 서로 분리될 수 없도록 결합된 상태. 입자들이 쌍으로 상관관계를 가져 거리에 관계없이 얽혀 있는 쌍의 한쪽 특성을 측정하면 다른 한쪽의 특성을 즉시 알게 되는 현상.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팅의 응용 기본원리에 해당.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자율주행에 있어 핵심 난제는 라이다의 물리학적 한계에 있다. 이번에 제시된 퀀텀레이저는 양자 얽힘 빛다발을 이용함에 따라 라이다를 퀀텀라이다로 패러다임 전환함으로써 스캔 속도와 해상도, 가시거리 등이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라이다는 주변 환경을 3D로 인식해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라이다의 작동원리는 초당 수백만 개의 레이저빔을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이것이 센서로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측정한다. 라이다는 주행 중 장애물·사람·자동차 등을 인식하고 추적도 가능하게 해준다. 아울러 도로의 차선 경계, 전방 신호등 표시 등도 높은 정확도로 인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거시적 양자 얽힘 기술은 기존 레이저를 그대로 이용해 얽힘빛 쌍을 구현하도록 한다. 양자센싱 원리가 거시적으로 구현돼 단일광자가 아닌 빛 자체를 퀀텀라이다 신호로 쓰기 때문에 기존 라이다의 전반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 기존 양자암호통신에서 최대 난제가 단일광자에 국한된 검출함정이다. 퀀텀레이저는 태생적으로 검출함정에서 자유로움은 물론 양자신호 생성에 있어서도 확정적이고 기존 검출기를 그대로 사용하기에 사실상 기존 광통신 수준의 양자통신이 가능하게 된다.
함병승 교수는 “현재 양자역학에 핵심이 되는 코펜하겐 해석은 빛이 갖는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인데, 그동안 양자역학계는 입자성에 매몰돼 스스로 한계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다른 한 축이 되는 파동성을 연구해 새로운 해석과 시각으로 코펜하겐 해석의 양면성을 확장함은 물론, 기존 정보통신과 호환 가능한 양자정보통신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함 교수는 공기·바람·안개·구름·비 등으로 의한 신호 왜곡을 자체 교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절대 보안 무선통신 프로토콜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체 신호 왜곡 교정을 통해 속도와 절대 보안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무선통신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특히 이 절대 보안 무선통신기술은 기존 무선통신기기 등 상용 시스템과 호환될 수 있다.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라이다에 소프트웨어나 카메라센서, 레이더 도움 없이 직접 적용 가능하다는 게 함 교수의 설명이다. 또 퀀텀라이다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시 함병승 교수는 “향후 국방망·행정망·금융망은 물론 원격 의료를 위한 의료 데이터 전송이나 원격 강의를 위한 교육망, 미래 자율주행차 등에 절대 보안 무선통신기술이 적용되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